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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2년

당신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Music) 마케팅’의 세계로 ♪



예전 내가 살던 일산의 번화가 앞 사거리에는 커다란 안경점이 하나 있었다. 새로 생긴 그 안경점은 항상 중독성 강한 노래를 길에까지 다 들릴 정도로 반복적으로 크게 틀어놓았었다. '비치 비치 다비치..아름다운 세상~'으로 시작되어 수없이 반복되던 그 노래. 그 노래는 저도 모르는 사이 하루 종일 입에 붙어 흥얼거리게 만드는 마성의 음악으로, 일산 주민이라면 모두가 아는,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안경점의 성공이 크게 기여한 일등 공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백화점에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댄스 음악에 따라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쇼핑을 했거나, 길을 지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각사각” 소리에 군침을 흘렸거나, “껌이라면 역시 롯데 껌”처럼 무의식중으로 CF에 나오는 로고송을 흥얼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물론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러한 모든 행동은 기업이 고객의 심리적으로 느끼는 경험이나 감성에 소구하여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에 환기를 일으킬 수 있도록 전개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에 의한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가, 무의식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음악’은 눈으로 보는 인테리어 그 이상으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감미롭게, 음악 선율을 따라 고객의 구매심리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신비로운 음악 마케팅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감성마케팅, 음악 마케팅??!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매장 내 최신 유행하는 음악을 틀었을 때와 클래식 음악을 틀었을 때 매출 차이를 분석한 것이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클래식 음악을 틀었을 때 고급 와인의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매장 내 음악이 손님들의 구매나 행동 양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은 학자들의 오랜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이처럼 음악마케팅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면서 청각이나 소리, 음악을 활용하여 고객의 상황 과 기업의 전략에 부합하는 음악적 감성 요소를 개발하여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음악마케팅은 1920년 후반 호텔의 로비나 사무실 등 조용한 분위기나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할 목적의 배경음악(Background Music) 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으나, 현재의 음악 마케팅은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맞물려 더욱 더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객의 총체적인 감성적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상황을 고려하여, 고객 니즈(Needs)에 부합한 음악을 선곡하고 기업의 이미지나 제품 등이 고객과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음악 마케팅의 기법을 살펴보면, 계절․요일․날씨․시간에 따라 음악이 다양하게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즉, 봄에는 화사하고 경쾌한 느낌의 왈츠, 여름에는 레게나 남미 살사 등의 시원한 느낌의 장르, 가을에는 고독한 무드에 빠져들게 하는 샹송이나 칸초네 장르, 겨울에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발라드가 주로 선곡하는 식이다. 또, 주말이나 세일 등으로 붐빌 때는 고객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고, 고객이 적은 평일에는 느긋하고 조용한 발라드 풍 음악을 들려준다. 시간대별로도 한 백화점의 경우 하루를 4단계로 구분하여 오전에는 느긋한 클래식 ,정오~오후 4시까지는 댄스나 경음악을, 장바구니 주부들로 부산해지는 오후 4~7시 무렵에는 조용한 음악으로 허둥대지 않도록 하며, 폐장이 가까워지면 볼륨을 높여 빠른 음악을 틀어줌으로써 망설이는 고객의 선택을 재촉하도록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음악 마케팅은 기존의 마케팅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우선 음악은 수용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서 쇼핑 시 더 편안한 마음으로 구매를 하게 만든다. 또한 음악은 선동적인 기능을 가지고 공동의식을 창출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를 마케팅에 활용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음악은 쉽게 기억될 수 있고, 전파성이 강하다. 따라서 음악에 상호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기능을 추가하면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다.






적용은 감성적으로, 실행 계획은 이성적으로 치밀하게 ♬

하지만 이렇게 효과적인 음악 마케팅도 효과적인 전개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할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첫 번째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여 고객의 관심, 브랜드 인지도 등의 기업의 전략과 부합하는 요소를 어떻게 끌어 낼 것인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슈퍼마켓, 백화점 이용자들이 대부분 특별한 사전 계획 없이 구매행위에 나서고 특히 여성의 경우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이 매장에 머물러있는 시간을 최대한 연장해야 한다. "86년 미국잡지'소비자 연구'를 보면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다.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느린 템포의 음악일수록 소비자들의 매장 체류시간이 늘어났다. 73bpm(1분당 비트) 이하의 느린 템포의 음악과 93bpm이상의 빠른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를 비교해보니 매장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각각 1백27.53초와 1백8.93초였고, 매출액도 각각 1만6천7백40.23달러와 1만2천1백12.85달러로 집계됐다. 이러한 결과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주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과 오후 4∼5시에는 차분한 음악을 들려준다. 침착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다 보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줄어들 염려가 있지만 실제 현대백화점이 조사한 결과, 차분한 음악을 틀 때 고객들이 매장에 더 오랫동안 머물기 때문에 매출액도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화유통은 전국 49개 매장에서 시간대별로 다양한 음악 테이프를 틀어준다. 고객이 적은 오전에는 클래식 등 느린 음악을 틀고,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경쾌한 음악을 튼다. 고객이 제일 많은 오후 4-6시에는 빠른 템포의 팝송으로 하루동안 시달린 손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역시 이러한 음악마케팅 활용으로 한화유통은 10% 정도의 매출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상품 , 상황 , 타겟에 관한 철저한 분석을 전개해야 한다. 상품에 관한 분석은 상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적인 요소나 느낌, 구매목적 등의 분석을 통한 상품의 성격을 분석하는 것이다. 와인 같은 경우는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상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에 맞는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음악을 선곡한다. 또한 대형할인유통업체의 경우 신선식품 코너별로 생산지나 식품의 느낌을 연상케 하는 음향을 들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정육매장은 소 울음소리, 생선매장은 갈매기와 파도소리, 과일매장은 매미소리가 나와 제품의 신선도나 느낌을 전달해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상황분석은 시간 , 장소에 따른 고객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상황분석은 고객이 처한 상황적 위치에 따른 고객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백화점의 경우 주말 , 세일 등으로 붐빌 때 고객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빠른 템포의 댄스음악을 틀어 고객의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전제품이나 커피광고 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가정을 연상 시키는 음악을 주로 쓰면서 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입시킨다. 또한 날씨에 따라 음악을 선곡해 고객의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해태슈퍼마켓은 눈이 오는 날 영화 “러브스토리” 주제가를 틀어 커피매출을 올렸으며 , 롯데백화점은 장마철 오전에는 산뜻한 음악을, 오후에는 분위기 있는 팝송을 들려줘 쇼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타겟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점. 바로 타겟의 연령 및 라이프 스타일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10~20대를 타겟으로 하는 캐주얼 패션매장의 경우 그들이 선호하는 최신가요위주로 선곡해 음악을 틀어주고, 고학력 , 전문직 , 부유층에 속하는 오피니언 리더를 겨냥한 명품매장이나 고급자동차나 신사복의 경우 클래식 음악을 활용해 그들의 품격에 맞는 감각에 소구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상품, 상황, 타겟에 소구 할 수 있는 감성 포인트나 음악적 포인트를 기반으로 기업전략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만들어 내고 관리해야 한다. 미국 스타벅스의 경우 커피를 맛만이 아닌 오감전체로 즐길 수 있도록 스타벅스 본사 계열의 ‘히어뮤직’을 통해 제작된 재즈만을 틀어 커피와 어울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리얼 업체로 유명한 캘로그는 소리를 이용한 브랜딩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캘로그는 시리얼을 씹을 때나 시리얼이 우유에 잠길 때 나타나는 소리를 더욱 감칠 맛나게' 만들기 위해 덴마크의 음성 분석 연구소에서 테스트 과정까지 거치고 있다고 하니, 그 음향적인 효과가 마케팅적으로 얼마나 큰지는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파코 언더힐은 그의 저서 “쇼핑의 과학”에서 성공하는 매장은 즐거운 체험, 곧 오감의 퍼포먼스를 만드는 매장이 성공한다고 애기하고 있다. 즐거운 체험으로는 이성적, 합리적 판단보다는 소리나 음악을 활용한 소비자의 감성적 이미지나 즐거움을 자극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즉흥적인 느낌이나 생각이 아니라 치밀한 관찰과 합리적인 분석을 통해 전개해야만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음악 마케팅은 고객의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에 따른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장소 , 상황 , 타겟을 고려한 치밀한 관찰과 합리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음악적 감성 포인트 나 경험 포인트를 건드려야 성공할 수 있다.

이제 쇼핑을 하거나 커피한잔을 마실 때,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렇다면 '이 매장은 음악마케팅을 이렇게 진행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것을 느낀다면 당신도 진정한 음악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첫 걸음을 걷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