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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4년

음악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다 – 배경음악 마케팅

 볼이 빨개지고 손이 얼 것만 같은 추운 겨울 날, 한적한 카페에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히고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몸과 더불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는 기분이 든다. 여기에 잔잔하고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카페 매장음악까지 더해지니, 어느덧 긴장이 풀리고 여유까지 더해진다.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카페는 더 이상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여유롭게 쉬거나 친구와 함께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파는 곳이 되어 버렸다. 딱딱한 의자 몇 개와 테이블만 덩그러니 있고 음악도, 분위기도 없는 카페에는 왠지 쉽사리 발길이 옮겨지지 않는다. 그런 탓인지, 요즘엔 많은 카페들이 음악을 틀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는데, 이와 같이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고 판매채널에서 배경음악을 활용하여 이윤증대로 연결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배경음악 마케팅이라 일컫는다. 1920년 후반 사무실이나 호텔 로비 같은 장소의 분위기 조성 목적으로 음악을 튼 것이 배경음악 마케팅의 시초가 되었으며, 오늘날 배경음악 마케팅은 카페나 호텔뿐만이 아니라, 백화점, 항공기, 홈쇼핑 채널 등의 여러 장소 및 채널에서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배경음악의 다양한 효과 및 사례>

배경음악의 사용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일단 가장 먼저 드러나는 효과는 분위기 조성이다. 적절한 배경음악의 사용은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분위기를 조성시키는데, 여기에 취급 상품, 채널, 상황, 및 고객에 대한 분석이 더해지면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된다. 예로, 고급스러운 이탈리안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에서 베네치아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잔잔하고 고풍스러운 배경음악을 틀어준다면, 음악과 음식이 어울러져 고객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간, 날씨 등에 따라서도 선곡을 할 수 있는데, 한화유통은 전국매장에서 시간대별로 다양한 음악을 틀어주기로 알려져 있다. 한산한 오전에는 클래식 음악, 그리고 낮 시간에는 경쾌한 음악을 튼다. 늦은 영업시간에는 빠른 템포의 팝송으로 고객들이 하루 동안 받았을 스트레스를 풀어주고자 한다. 이러한 음악마케팅의 활용으로 한화유통이 거둔 매출증대 효과는 10%에 달한다. 롯데 백화점의 경우 장마철 오전에는 밝은 음악을, 오후에는 팝송 음악을 틀어 편안한 쇼핑 분위기를 조성한다. 고객 분석을 토대로 음악마케팅을 펼치기로 알려진 현대백화점은, 10~20대가 주 고객인 여성 캐주얼 층에 빠른 템포의 최신곡들을 별도의 방송으로 틀어준다. 이렇듯, 고객, 상품, 상황의 특수성에 맞는 배경음악을 통하여 기업은 고객경험의 질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배경음악은 감성적인 면도 건드리지만, 심리적 측면을 자극하여 고객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 실험에 의하면 음악의 볼륨이 고객들의 소비를 향상시킨다고 한다. 해당 실험은 볼륨이 각각 다른 바에서 실행되었는데,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평균치와 평균치 이상의 볼륨으로 틀었더니 볼륨이 더 높았던 매장에서 음료가 더 많이 팔렸다. 이는 사람들의 심리적 과잉활성 효과 때문인데, 그 때문에 많은 바들이 심장이 울릴 정도로 큰 음악을 매장에서 사용하고는 한다.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또 하나의 음악의 요소는 바로 템포이다. 1986년에 미국잡지 '소비자 연구'에 발표된 밀리먼의 조사에 따르면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려줬을 때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 소비자들의 매장 체류시간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이 점에 착안하여 손님이 밀려드는 러쉬아워에 빠른 템포의 매장음악을 틀어 체류시간을 줄임과 동시에 빠른 구매와 높은 회전율을 유도한다. 또한, 빠른 템포는 기다리는 시간도 짧게 느끼게 하는 심리적 효과를 일으키기에 매장에 줄을 서있는 고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일 수 있다. 반면, 사전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백화점과 같은 경우 고객의 매장 체류시간을 최대한 연장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선 느릿한 템포의 곡을 사용하는데, 현대백화점은 점심시간과 늦은 오후시간에 차분한 곡을 틀어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하고 결과적으로 매출액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이자, 배경음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핵심적인 효과 중 하나는 바로 브랜드 및 매장 아이덴티티 확립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매월 스타벅스가 인수한 ‘Hear Music’이라는 음반 제작회사를 통하여 전문가가 선곡한 곡들이 담긴 CD1만개가 넘는 전세계 매장에 공급한다. CD에는 사용 가능한 기간이 적혀있으며, 고객들이 궁금해 할 때를 대비하여 CD플레이어에 재생되고 있는 곡들의 제목도 표기된다.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 등의 클래식, , 재즈 음악을 주로 선별하여 들려주는데, 이를 통해 고객들이 특색 있는 커피 맛과 더불어 스타벅스만의 특유한 매장 분위기와 감성을 느끼게끔 한다. 1994년엔 한발 더 나아가 섹소포니스트 케니 지 (Kenny G)와 손을 잡고 매장만을 위한 자체음반도 제작 할 만큼, 매장음악을 통해 유니크한 브랜드의 감성을 전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전세계 매장에 같은 음악을 틀어줌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번 일관되고 명확하게 확립시키고 있으며, 배경음악은 어느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스타벅스의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의점 및 나아갈 방향>

지금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배경음악 마케팅의 쓰임새와 배경음악으로부터 거둘 수 있는 여러 효과들에 대하여 알아봤는데,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하여 더 주의 깊게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배경음악은 매장, 상황 및 고객의 특성을 적절히 고려하여 선택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높은 볼륨이 소비행동을 부추긴다는 점에 착안하여 차분한 분위기의 고급 레스토랑이 마치 술집처럼 음악을 크게 틀다간 자칫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훼손시킬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매장 분위기를 경쾌하게 살리고 매장 회전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아래 10-20대 층이 주 고객인 패스트푸드 점에서 즐거운 트로트 음악을 틀었다간 있던 손님들도 달아날 것이다. 배경음악은 고객들과의 상호교환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 그리고 상황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두 번째로,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장에서 일제히 배경음악을 틀고 있으며, 다들 비슷한 최신가요, 재즈,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기에, 배경음악을 통해 단순한 분위기 조성에서 멈추지 않고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확립하려는 경우, 다른 브랜드로부터 어떻게 차별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욱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커피빈과 같은 많은 국내 커피 프렌차이즈 기업들의 경우, 스타벅스의 배경음악 마케팅을 표방하여 샵 캐스트등의 매장음악 전문 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선곡 음반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서 공급받는 배경음악이 얼마나 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할지, 그리고 그런 음악을 통해 기업들이 얼마나 서로부터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배경음악을 사용하여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위해선 먼저 타겟과 자사 상품 등에 대한 분석이 시행되어야 하며, 분석결과와 브랜드의 특수성을 모두 잘 반영하는 배경음악 선곡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더욱 극대화된 차별을 위해선,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는 흔한 곡들 대신 스타벅스와 같이 특색 있는 곡을 자체 제작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배경음악 마케팅이 사용되는 곳은 대부분 커피숍,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장소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미래엔 어플, 인터넷 쇼핑 사이트 등의 다양한 판매채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배경음악이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하여, 이전의 소비활동이 그저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에 그쳤던 반면, 지금은 여러 감성적인 요소가 결합된 현대적인 문화코드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점에 미루어 보아, 앞으로 배경음악 마케팅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