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마케팅, 기업의 가치를 높이다

 

[헤리티지 마케팅이란?]

 

 2008, 호주, 상하이, 도쿄 등에서 개최됐던 티파니 보석 전시회가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다. 링컨이 대통령 취임기념으로 아내에게 선물한 보석세트, 티파니 대표 디자이너가 옐로 다이아몬드로 디자인한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 등 티파니의 170년 역사가 녹아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었다. 200여 가지 진귀한 보석을 전시하여 예술적 아름다움을 대중들에게 어필하려고 한 목적이 분명 있었겠지만, 전시를 통해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느낄 수 있다. 티파니와 같이 1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명품 브랜드는 브랜드 역사 자체가 차별화 요소이자 마케팅의 대상이 된다.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헤리티지 마케팅(Heritage marketing)이라고 한다.

 

 헤리티지 마케팅이란 브랜드의 전통역사를 강조하여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부각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신흥 명품 브랜드들이 고가 명품 시장에 다수 진입하자, 기존 브랜드는 전통에 기반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역사나 에피소드를 담은 히스토리 북을 발간하거나, 박물관, 전시회를 통해 역사와 이미지를 알리는 마케팅 역시 많이 시도되었다. 패션뿐만 아니라 보석, 자동차, 주류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탄생한 유럽에서는 이미 상당히 보편화 되어 있는 경향이다. 프랑스의 루이비통 여행박물관,이탈리아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진입을 가속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명품 전시회 등 다양한 헤리티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 명품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며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자, 까르띠에, 프라다, 샤넬, 디올 등이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하고 히스토리 북을 발간하였다.

 

 

          

(루이비통 여행 박물관과 히스토리북)

 

 헤리티지 마케팅은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지만, 현재 기업의 역사를 전달하고 기업의 경영 철학,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의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을 사용한 대표적인 광고로, 국내에서는 CJ 제일제당의 백설 CF를 들 수 있다.

 

(CJ 제일제당의 백설 CF ‘맛은 쌓인다)

 

 이 광고의 메인 메시지는 1979년부터 국민들의 식탁에 올랐던 그 맛이 현재까지 쌓여서 오늘날의 백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영상 또한 1979년도부터 현재까지 백설과 함께 해온 학생, 가족 등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백설이라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광고를 통해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랑 받아 온 브랜드로서, 그리고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기업으로서 고객들에게 신뢰도가 높음을 보여주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었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의 역사와 기업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어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역사와 경영철학을 전달한 현대중공업의 CF, POSCO CF 등도 이러한 헤리티지 마케팅을 광고의 메인 메시지로 사용한 예로 볼 수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

 한편 최근 방영된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영향으로 국내에는 복고 마케팅이라는 또 다른 트렌드가 등장했는데, 대표적인 예로 BC카드의 광고를 들 수 있다. 2001년 즈음 방영된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의 BC카드 광고가 <응답하라 1994> 드라마에 그대로 나오게 되면서, 실제로도 BC카드가 옛날의 그 광고를 다시 공중파에 메인 광고로서 내보낸 것이다. 또 빕스, 뚜레주르 등 외식업체도 <응답하라 1994>에 모습을 비친 것을 계기로, '응답하라 스테이크', '추억의 생크림 케잌'등의 네이밍으로 옛날의 제품을 재출시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예전 제품 재출시(리뉴얼), 광고 재방영 등을 통해 이뤄지는 복고마케팅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역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헤리티지 마케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둘을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맥도날드에서는 1955버거를 출시하여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하였다. 1955는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처음 창립된 해이다. 이를 기념해서 미국 전통 버거의 맛을 재현한 1955버거를 출시하고 한정 판매한 것이다. 제품 출시와 함께 TV광고를 방영했는데, 광고에 맥도날드의 마케팅 소구점이 잘 녹아 있다. 한 남성이 평범해 보이는 맥도날드 매장에 걸어들어가는데, 매장 안에서는 놀랍게도 50년대 옷차림을 한 남녀가 재즈 음악에 맞춰 스윙 댄스를 추고 있다. 이어서 '지금 맥도날드는 1955'이라는 카피와 함께 그릴 어니언, 베이컨 등이 요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전통 버거의 맛을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맥도날드의 1955버거 TV CF)

 

 

 그렇다면 맥도날드 1955버거는 헤리티지 마케팅인가, 복고 마케팅인가? 맥도날드의 신제품이 유발하고자 하는 것은 50년대라는 지나간 시대에 대한 추억과 향수이다. 이 시대를 겪어보지 않은 세대에게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응답하라 1994>드라마에서 촉발된 수많은 제품 리뉴얼과 마케팅도 마찬가지이다. 드라마가 그랬듯이 그 시대에 대한 그리움, 궁금증, 향수, 노스텔지어 등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것을 제품의 구매와 연결시키려는 마케팅이 바로 복고 마케팅이다. 결국, 단순히 기업에게 중요한 년도를 강조한다고 하여서 헤리티지 마케팅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며, 맥도날드의 경우에는 명백히 복고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은 복고 마케팅과는 소구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 앞서 언급한 티파니 보석 전시회의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의 옐로다이아몬드는 1877년 남아프리카 킴벌리 광산에서 발굴된 것을 티파니사에서 사들였다고 한다. 이 보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티파니의 보석감정사 조지 프레드릭 쿤즈는 보석의 손실을 감수하고 80면을 깎아 내어 디자인했고, 전설적인 디자이너 슐렘버제는 이를 목걸이로 제작했다. 세계에서 단 두 여인만이 이 목걸이를 착용했는데, 바로 오드리 햅번과 티파니 무도회 회장인 셀던 화이트하우스 부인이라고 한다. 티파니는 전시회에서 이 보석을 전시함으로써 단순히 제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를 만들어낸 장인정신, 명품이라는 가치에 걸맞은 특별한 스토리까지 전달하고자 했다. 이 스토리가 유발하는 것은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브랜드 가치의 증대이다.

 

 샤넬은 2010년 갤러리 현대에서뤼니베르 데 빠르팽 샤넬(L'UNIVERS DES PARFUMS CHANEL, 샤넬 향수의 세계)’ 전시회를 열었다. 행사에서는 샤넬 No.5의 향수병을 봉합하는 장인이 내한하여 직접 봉합 과정을 시연했다. 전시관 시작점에서는 가브리엘 샤넬을 소개하고, 역대 아트디렉터들의 작업을 책으로 볼 수 있으며, 직접 향수를 시향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었다. 90년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 모든 전시는 결국 샤넬만의 브랜드 가치를 표현하고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박물관의 내부에는 BMW가 비행기 회사였던 시절에 생산했던 엔진과 모델이 전시되어 있고, 기관 및 엔진 기술의 발달 과정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시승을 가능하게 하는 등 체험을 통한 마케팅 효과도 노리고 있지만, 궁극적인 존재이유는 BMW라는 브랜드 스토리와 가치 전달이다. 포르셰 박물관에는 2차 대전 중에 포르셰 박사가 나치에 협력하면서 설계한 수많은 군용 차량과 탱크까지 모두 전시되어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숨기고 싶은 과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공개함으로써 포르셰만 쓸 수 있는 고유한 브랜드 히스토리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헤리티지 마케팅의 실패, 그리고 여기서 배울 점]

 

 한편, 현대자동차는 2012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1976년 출시된 포니 모델을 전시하여 현대자동차만의 헤리티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헤리티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시된 이 전시는 고객들에게 70-80년대의 향수만 자극했을 뿐, 현대자동차 기업만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 마케팅의 실패의 원인은 결국,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을 구분하지 못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제시된 BMW 박물관과 같은 경우에는 고객들이 BMW의 엔진이 어떻게 발전하였고, 그들의 자동차 모델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해 알도록 하며, 기업의 경영 철학에 대해 공감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BMW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가지도록 한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옛날 모델을 레이싱 걸과 함께 그저 전시해놓음으로써, 고객들에게 향수와 호기심만 불러일으킬 뿐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헤리티지 마케팅이 아닌 복고 마케팅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대 자동차의 1979 포니 모델 전시)

 

 그렇다면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우선,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은 마케팅을 접하는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다르다.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감성이 자극되어 향수와 추억을 느끼는 반면, 헤리티지 마케팅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경영 철학과 브랜드의 역사에 대해 공감하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해 신뢰하게 된다.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은 마케터들의 목적 또한 매우 다르다.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단기적인 세일즈 증가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 옛날 패키지를 재출시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은 일반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감성 소구를 하여 단기적인 매출 증가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헤리티지 마케팅 같은 경우에는 브랜딩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트렌드에 구애 받지만, 헤리티지 마케팅의 경우에는 브랜딩의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2014년 현재에는 1990년대가 유행이지만, 1950년대의 감성이 유행하는 시기도 있었고 70년대의 패션이 유행하기도 하는 등, 시기별로 유행에 따라 마케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특정 시기성에 맞지 않는 마케팅 전략은 복고 마케팅으로써 성공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헤리티지 마케팅은 역사를 사용하여 기업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유행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고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하지만, 헤리티지 마케팅은 마케팅 전략의 핵심(브랜드 스토리와 가치 전달)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고 마케팅과 헤리티지 마케팅은 많이 혼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나, 이 둘을 확실히 구분 지을 필요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복고 마케팅과 헤리티지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의 측면, 마케터들의 목적 측면, 그리고 전략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둘을 구분 짓고 각기 목적에 맞게 사용할 시에만, 원하는 마케팅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헤리티지 마케팅의 핵심은, 기업의 가치를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소비자의 마음 속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여, 이를 통해 차별화를 이루어내는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의 한계]

 

 헤리티지 마케팅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들만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실제로 헤리티지 마케팅을 처음 시도한 것도 신흥 명품 브랜드들을 견제하기 위한 기존 명품 브랜드들에 의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헤리티지 마케팅은 럭셔리 산업 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의 측면에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경영 철학,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기업이 걸어온 길을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산업 군에 속하는 기업이 시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헤리티지 마케팅은 헤리티지가 존재하는 기업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신규 브랜드나 신진 기업은 그들의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현실적으로는 펼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러 브랜드들이 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브랜딩의 측면에서 기업만의 헤리티지 형성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헤리티지를 구축해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3년 새로 런칭한 라우트무드라는 신규 여성복 브랜드는 시장 진입단계에서부터 인지도와 마니아 층 확보를 위해 브랜드 히스토리와 헤리티지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처럼 브랜드 인지 확립 단계에서부터 헤리티지를 쌓아 올려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차별화된 브랜드로 인식시키려는 시도들도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기존에는 헤리티지 마케팅은 럭셔리 산업 군에만 해당된다거나, 역사가 있는 기업만이 시도할 수 있다던가 하는 여러 한계를 가진 것처럼 인식되었으나, 최근 들어 헤리티지 마케팅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다양한 산업 군에 속하는 다양한 기업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의 전망]

 

 앞으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 경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제품의 성능이 점점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혹은 선호하는브랜드로서 그들의 마음 속에 포지셔닝하는 것은 기업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헤리티지 마케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며, 브랜드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헤리티지 마케팅은 앞으로 기업을 위한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으로써 다양한 산업 군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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