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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4년

IMC와 세일즈 프로모션

<IMC와 세일즈 프로모션>

 

 각종 SPA와 로드샵 브랜드에서 연말을 기념한 대대적 세일을 진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몇몇 브랜드는 봄 시즌 세일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올리브영이나 아리따움 같은 화장품 유통업체는 세일 기간만 되면 문전성시로 사람이 몰린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 있는 세일즈 프로모션(Sales promotion)을 왜 그렇게 자주 실행하는지, 정기적으로 세일 이벤트가 있으니 신상품을 제 값 주고 사는 게 아까운건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번 글에서는 평소에 쉽게 접하는 세일즈 프로모션의 기저에 숨어 있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목표를 알아보고, 전체 프로모션 믹스를 조정하는 관점에서 세일즈 프로모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세일즈 프로모션, 혹은 판매 프로모션의 사전적 정의는 "판매자, 유통업자 또는 최종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판매를 목적으로 추가적인 가치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직접적인 유인도구"이다. 판매 프로모션은 광고와 함께 프로모션(촉진)믹스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이 둘은 각자의 목표와 성격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광고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려는 목적을 가지고, 판매 프로모션은 소비자의 '행동'을 직접 유발한다. 광고는 소비자의 감성에 소구하는 경우가 많고, 판매 프로모션은 이성에 소구한다. 일반적으로 광고는 장기적 브랜드 구축에 가장 좋은 방법이고, 판매 프로모션은 단기적 매출 증가에 적합한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대부분의 유명한 기업은 이 둘을 적절히 혼합하여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촉진의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 비중의 조절은 제품이나 산업 종류, 시장이나 미디어 상황(환경)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어 왔다. 최근의 경향은 극단적으로는 "광고의 종말"을 얘기하며 많은 기업이 광고에서 판매 프로모션으로 마케팅 비용을 전환하는 추세이다. 그 이유로는 일단 이미 광고시장이 지나치게 포화되어 들이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전통 매체의 광고에서 멀어지고 있고, 브랜드 충성도 역시 퇴색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유통업자의 영향력 증대가 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슈퍼마켓, ABC마트와 같은 카테고리 킬러(한가지 카테고리에서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모아놓은 편집숍 같은 개념이다), 아마존이나 yes24같은 거대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커진 영향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자에게 더 많은 할인 프로모션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런 거대 유통업체들이 안구추적기나 정교한 매장 관리 시스템으로 소비자 행동을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판매 프로모션은 더 증대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의 판매 프로모션으로는 할인 쿠폰 발행이 있는데, 이 방법은 온라인/모바일 쿠폰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디저트나 외식 업체에서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하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쿠폰 발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쿠팡과 같은 모바일 유통 업체도 등장했다. 이러한 쿠폰 발행은 새로운 브랜드의 사용(trial)및 재구매를 촉진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함과 동시에 기존의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려는 목적 및 효과를 가진다. 쿠폰 발행은 지속적 구매가 이루어지는 생필품 및 소비재의 마케팅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한정된 시간 동안의 가격할인도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다. 주로 가격민감도가 높은 타겟을 대상으로 할 때, 그리고 경쟁사들 사이에 차별화가 힘든 시장일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햄버거 시장이나 저가 로드샵 화장품 시장에서 세일이 빈번히 활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일은 소비자의 구매프로세스 전 단계 중에서 특히 구매 직전 가격비교를 하는 시점에 영향을 주는 기법이기 때문에, 즉석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저관여 제품일 때 효과가 더 좋다.

 

 마지막으로 마일리지, 적립카드, 적립 쿠폰 등을 포괄하는 로열티 프로그램이 있다. 이 전략은 기본적으로 충성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이들을 관리하려는 전략이며, 기존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구축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는 목표를 가진다. 또한 항공사 마일리지 등의 경우 적립할 때마다 고객이 구입한 항공편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고객들의 정보를 관리하고 이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도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격 프로모션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과열된 가격경쟁과 업계 내 출혈경쟁이다. 일단 시장이 포화되어 경쟁사 간 차별화가 쉽지 않은 시장에서 차별화를 위해 세일을 실시하게 되는데, 경쟁사도 똑같이 세일을 하다 보면 차별화는 사라지고 서로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화장품과 햄버거에 대해 앞서 언급을 했지만, 이동통신 시장도 무리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출혈경쟁이 문제가 되는 곳이다. 결국 보조금 지급으로 깎아먹은 이익을 무리한 영업으로 다시 채우려 하다 보니 브랜드와 업계 이미지만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프로모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그 외에도 빈번한 판매촉진은 고객들로 하여금 미래의 판촉을 기대하도록 학습시켜 구매를 미루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의 상품은 세일 기간 할인율이 높기 때문에 굳이 제 값을 주고 구매하려 하지 않는 고객들이 생긴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에서는 섣불리 시행하지 않는 전략이기도 하다. 또한 잘 된 판매 프로모션은 결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충성도 없이 세일할 때만 와서 상품을 구매하고 체리피커(cherry-picker)고객이 발생할 수 있고, 또 귀인이론에 따르면 세일기간에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자신의 구매행동을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태도'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세일하기 때문에' 샀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마지막으로 전체 IMC 전략에서 판매 프로모션만 따로 놀 경우에 판촉은 마케팅/프로모션 전체 목표를 지지하고 보강하는 게 아니라, 효과를 오히려 저해하게 된다. 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이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광고, 판촉, 홍보, 직접마케팅 등 프로모션 믹스 내의 다양한 전략들이 조화를 이루고 하나의 통일된 메세지와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판매 프로모션은 단순히 일시적 매출을 증가시키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 롯데리아는 가격경쟁력을 브랜드의 대표적인 특장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광고를 통해서 점심시간의 저렴한 세일상품을 어필하고, 실제 세일이 진행되는 매장에도 포스터 등을 통해 광고에 사용된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성공적인 IMC를 진행했다. 광고와 판촉전략이 동일한 메세지로 서로를 보강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SK텔레콤의 경우 광고와 판매 프로모션이 완전히 상충되는 전략으로 소비자의 원성을 샀던 일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통신사의 과잉 영업으로 인한 피로감이 커지자, SK텔레콤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디마케팅(De-marketing) 전략을 담은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광고를 내보내는 기간 동안에도 텔레마케팅과 보조금 지급 등 과도한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마케팅 믹스 사이의 조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광고의 디마케팅 전략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심만 더하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이 외에도 광고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세일을 강행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이 역시 IMC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또 광고와 판촉이 상충하지는 않더라도 시너지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판매 프로모션에서도 판매 메세지, 캠페인의 주제 등을 강조하며 브랜드의 독특한 특성이나 이익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잘 시행한 사례로 펩시콜라가 있다.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의 점유율을 뺏어오려는 목적으로 1975년에서 80년까지 정기적으로 블라인드 시음회를 실시했다. 이를 대대적으로 TV광고를 통해 홍보함은 물론이고 실시한 지역에서의 무료 증정 및 쿠폰 발행, 유통업자 대상 프로모션 등을 종합적으로 실시하여 잘 조직되고 통합된 IMC를 선보였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소매판매에서 일정 기간 코카콜라의 점유율을 능가하기도 했다. 국내 브랜드에서도 판매 프로모션이 일회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소비자에게 전달한 정보와 단서,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