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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케팅/월간 마케팅

[월간마케팅]귀족 마케팅

귀족 마케팅

김혜민, 박제용, 오세진, 정혜민


‘20%의 소비자가 매출의 80%를 담당한다.’ 이는 파레토 법칙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개미를 관찰한 결과 개미의 20%만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시켜 만들어진 법칙이다. 이 법칙에 의하면 기업의 판매 제품 중 상위 20% 제품에서 80%의 수익을 얻는다. 또한 상위 20%의 소비자가 전체 매상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상위 20%의 소비자가 기업의 핵심 고객층이 되며,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의 대부분을 끌어낼 수 있는 상류층 소비자에 집중하여 경영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매년 1월부터 9월까지 상위 1%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집계한 결과, 2005년 17.2%에서 2006년 19.4%, 2007년 23.5%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최상위급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신세계 백화점을 비롯한 여러 백화점들은 발렛 파킹, 상시 할인, 명절 선물과 기념일 선물 증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구매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가격 탄력성이 낮고 경기의 영향을 적게 받는 부유층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 노력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귀족 마케팅이다.


초기 귀족 마케팅은, 의류 업체가 동일 상표의 제품 중 일부의 디자인과 소재를 고급화하여 ‘블랙 라벨’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서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1999년부터 고소득층을 겨냥한 귀족 마케팅이 부쩍 늘었다. IMF로 인해 중산층이 몰락하고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경기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유층 소비자들을 통해 생존 전략을 도모한 것이다. 이렇게 불황 속에서 시작된 한국의 귀족 마케팅은, 파레토 법칙을 고려해보았을 때 현재까지도 기업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귀족 마케팅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귀족 마케팅의 정의


귀족 마케팅은 소수의 부유층과 상류층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럭셔리 마케팅, 호화 마케팅, 프레스티지 마케팅, VIP 마케팅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는 소득 수준 및 재산 수준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여 타겟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시장 세분화를 통한 틈새 시장 공략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오직 당신만을 위한다’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모토로 하여, 판매 지향적인 개념을 벗어나 관계 지향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 마케팅이다. 이는 특히 명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에 매우 중요한 전략인데, 여기서 명성이란 단순히 비싸거나 희소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로 하여금 특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귀족마케팅 사례 1 : VVIP를 위한 아난티 펜트하우스


에머슨퍼시픽은 ‘힐튼 남해 골프 앤 스파 리조트’ ‘아난티 클럽 서울’ 등 프리미엄 레저시설을 운영하는 리조트 전문 기업이다. 에머슨퍼시픽이 운영하는 리조트는 채당 분양 가격이 최고 20억 원대인 초호화 휴양시설이다. 


특히,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동부산관광단지에 들어서는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해변가에 위치해 ‘바다의 성’이라 불린다. 리조트 기업인 에머슨퍼시픽그룹이 작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한 이곳은 전체 부지 약 2만3000평에 객실 하나당 넓이는 무려 약 105평이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고객을 위해 일부 객실 테라스에 개인 수영장이나 노천탕을 설치해 조용히 바다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펜트하우스 앞 1km 길이의 해변은 ‘프라이빗 비치’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프라이빗 비치’란 해외에서는 사유권이 인정된 전용 해변을 말하지만, 현행법상 사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내에서는 일부 인원이 독점적으로 해변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을 경우 편의상 이처럼 부르고 있다.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회원권은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난다. 가장 가격이 저렴한 30일 이용권은 1억500만 원이고, 평생 분양가는 25억 원에 달한다. 일반 콘도의 10년 회원권이 평균 3000만 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고가인 셈이다. 그런데도 경기 가평의 ‘아난티클럽 서울’ 77채는 80% 가까이 계약을 마쳐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분양가가 최대 25억 원에 이르는 부산 해운대 아난티 펜트하우스는 청약률이 60%를 넘어섰다. 장기 소비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콘도나 골프 회원권의 전체 시장 상황과 대비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조용히 여가를 보내려는 문화가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복잡한 관광지나 여름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여가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한정된 인원에게만 제공하는 고급 서비스는 앞으로도 더욱 세분화돼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귀족마케팅 사례 2 : VVIP를 위한 현대카드 THE BLACK CARD


현대카드는 월 1천만 원 이상 카드를 사용하는 VVIP 회원들에게서 새로운 잠재적인 need를 발견하고 VVIP 시장 공략을 위한 신상품 개발 계획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Super premium 신용카드 브랜드 구축을 시도하였고 미국, 영국, 호주, 대만, 싱가포르 등 다양한 해외시장에서 신용카드 마케팅을 벤치마킹 하였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심리를 파악하여 하나의 고소득 신분계층 상징물로써 대표될 수 있는 상징적인 요소와 VVIP의 Hign-end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는 요소를 균형 있게 설계하였다. 그리하여 9999명의 회원만 모집하고, 사용한도 최대 월 1억원, 연회비가 200만원에 이르는 상위 0.05%를 위한 THE BLACK CARD를 처음 선보였다. 당시 사람들은 현대 THE BLACK CARD의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THE BLACK CARD에 대한 고소득층들의 뜨거운 호응이 잇따랐고 그에 따라 비씨카드사의 ‘인피니티카드’와 여타 카드사들 모두 VVIP를 잡기 위한 인기 몰이에 합세하게 되었다. 현재 국내 7개 신용카드사의 VVIP카드 회원은 약 6000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더 블랙'의 회원은 2000명 가량으로 전체 VVIP카드 회원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카드 '더 블랙'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더 블랙'에 가입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점이다. '더 블랙'은 현대카드에서 만저 고객을 초청해야 발급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카드 '더 블랙' 초청장을 받은 고객이 희망하면 정태영 부회장과 리스크본부장, 마케팅본부장, 크레딧관리실장 등으로 구성된 '더 블랙 커미티'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최총 발급이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더 블랙'의 회원들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자산가, 고위 공무원 등이 주요 고객이다. 


'더 블랙'은 발급 절차가 까다롭지만, 그 까다로운 대가만큼 최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카드의 이용한도가 1억원으로 국내 최고수준이며 명 명품브랜드 제품 교환권 및 이용권이 주어지며 특1급 호텔 이용권도 제공된다. 대한항공 퍼스트클래스석 업그레이드, 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무료 이용, 뉴욕 현대미술관 동반 2인까지 무료입장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해외 출장이 많은 CEO들의 경우 '더 블랙'을 이용하면 퍼스트클래스 라운지를 이용한 뒤 퍼스트클래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특히 '더 블랙'의 혜택 가운데 여행, 여가생활, 교육 등 모든 것을 카드사들이 집사처럼 대행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예컨데 '더 블랙' 회원이 홍콩 여행 중 "현대카드에 홍콩 최고의 레스토랑을 알아보고 예약을 해달"라고 하면 실시간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즉 비서의 개념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더 블랙'의 경우는 카드 자체 혜택보다는 VVIP들 가운데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귀족 마케팅의 특성


주 타겟이 제한적이며 뚜렷한 귀족 마케팅은 다른 마케팅과는 구별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귀족 마케팅은 일반적인 타 마케팅과는 달리 소수의 부유층을 주 타겟으로 삼고, 그들과의 관계 중심형 마케팅을 펼치기 때문에 고객의 유지가 용이하며 이에 따라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고가의 고급서비스로 인한 안정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귀족 마케팅으로 확보된 고객들은 고소득 계층으로 값비싼 고급 제품 및 서비스, 연간회원권 등을 부담없이 빈번하게 구매한다. 이는 곧 기업의 안정된 매출과 직결된다. 


둘째, 귀족 마케팅으로 판매하는 고급 제품 및 서비스는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도 고객의 이탈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상품의 가격이 중시되는 일반 소득 계층과는 달리 부유층의 소비 패턴은 상품과 서비스의 명성 및 품질, 차별화된 부대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가격상승에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셋째로, 귀족 마케팅으로 인한 부유층의 소비패턴은 일반 서민 계층의 모방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유행에 민감하고 타인의 시선을 잘 살피는 소비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부유층의 소비행태는 장기적으로 일반적인 서민층에 의해 모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미루어보았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귀족 마케팅의 목표 대상을 귀족에 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유 고객층의 1인당 수익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극소수인 그들만으로는 시장성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귀족마케팅에는 일반 대중들이 귀족적인 소비를 모방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그들 또한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내재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구매자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부유층을 자사의 고급 제품과 서비스로 유인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더욱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귀족 마케팅의 한계 및 유의점 


귀족 마케팅은 높은 이익률과 안정성을 자랑하지만,몇 가지 불안 요소를 지니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소비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높은 이익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서 취할 수 있는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지만, 귀족마케팅으로 고가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량고객과 그렇지 않은 일반 소비자, 즉 비우량 고객을 구분하는 고객 차등대우는 대중적인 시선에 늘 노출되어 있는 기업과 그 제품에 이미지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타겟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마케팅의 속성상 타 고객층의 배제로 인한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경기의 불황으로 신규 고객의 유치가 쉽지 않은 요즘, 고객 차등을 통해 밀어낸 고객을 다시 유치하는 데에는 기업 입장에서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불안요소들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귀족 마케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깃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귀족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은 고객과의 관계관리에 힘쓰는 것이다.우선 핵심 고객층인 부유층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전략을 통해 우량 고객을 유지하고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CRM을 통해 우량 고객층인 고소득층에 대한 조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고 역량을 집중하여 그들을 자사에 고착화시키는 전략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량 고객 못지 않게 비우량 고객과의 관계 관리에도 힘을 써야 한다. 우량 고객에 맞춘 제품 및 서비스로 인한 성과에 안주하여 비우량 고객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끊기 보다는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그들의 관심을 유발하여 비우량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세심한 접근을 고민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폭넓은 고객층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론 및 전망


 이렇듯, 귀족 마케팅은 성장한 경제와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발맞추어 진화된 마케팅이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과시적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나타난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에는 확보된 고객층과 안정된 매출을, 고객에게는 자부심과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마케팅으로 두 집단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커지는 빈부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수도 있다. 일반 시민들은 소위 말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바라보며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과 비우량 고객의 관계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도 귀족마케팅의 단면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귀족 마케팅을 없애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족 마케팅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귀족 마케팅이 CSR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마케팅일지도 모른다. 귀족 마케팅으로 인한 수익 일부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고객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모두의 건강한 사회적 인식이 기반이 되었을 때, 귀족 마케팅은 진정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앞으로 모두의 상생이 가능한 귀족 마케팅이 된다면 그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시사경제용어사전, 기획재정부, ‘귀족 마케팅’, 2010.11

선샤인 논술사전, 강준만, ‘귀족 마케팅’, 2007.12.17

매일경제, 매경닷컴, ‘귀족 마케팅’

동아일보, VVIP 고객 모시기 은밀한 경쟁, 2014. 10. 08

이투데이, 대한민국 0.01% 위한 현대카드 '더블랙' 롱런 이유는, 2015. 10. 07

동국대학교, 최제식, VVIP Marketing 전략 및 Promotion에 관한 사례 연구:카드사 사례를 중심으로, 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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