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마케팅]레시피 마케팅(Recipe Marketing)

레시피 마케팅(Recipe Marketing)

 

 

 

최근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3’ 같은 요리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쿡방’ 열풍이 최신 트렌드로써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던 백종원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냉장고를 부탁해’, ‘오늘 뭐먹지?’ 등 요리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방영됨으로써 예능계는 쿡방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특별히 주목 받지 못했던 ‘쿡방’이 예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경기가 장기 불황 국면을 보임에 따라 소비자들은 비싼 비용이 수반되는 외식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대신에 구하기 쉬운 값싼 재료와 제공되는 레시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간편하고 쉬운 조리법들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매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쿡방을 통해 소개된 셰프들의 레시피를 직접 시도하는 소비자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본인이 직접 만든 요리를 업로드하기도 함으로써 요리 전성시대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레시피 열풍에 따라 마케팅 업계에서는 레시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레시피 마케팅은 식품 업계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레시피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많은 식품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간편하게 요리해먹을 수 있는 초간편 조리법이나 새로운 발상의 조리법을 제품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 기업의 기존 광고 방식은 제품의 우수한 점, 특징만을 홍보하는데 그쳤었지만, 레시피 마케팅은 소비자가 어떻게 직접 조리를 하고 제품을 체험할 지에 대한 전략을 소비자 입장에 맞추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품을 홍보하는 최신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최근 소비자들이 ‘모디슈머’ 성향을 보임에 따라 새롭고 특이한 레시피에 대해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고, 식품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레시피 마케팅을 활용해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레시피 마케팅의 장점과 사례

 

레시피 마케팅은 색다른 발상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해나간다는 점에서 새로운 레시피와 맛에 대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는 곧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조리 시도로 이어짐으로써 자연스럽게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실제로 판매율을 증가시키고 매출을 증대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레시피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기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 지에 대한 예시를 살펴보자.

 

세계적인 마요네즈 회사인 헬멘스는 브라질 마트에서 소비자가 구매한 식재료에 맞춰 구매 영수증에 관련 레시피를 프린트해 출력하는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의 44%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마요네즈라고 하면 샌드위치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레시피를 공개해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헬멘스는 RFID기술을 활용한 레시피 카드를 통해 특정 소비자가 야채 섹션을 지날 경우 마요네즈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화면에 재생되게 만들었고, 이는 소비자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레시피 마케팅에는 자사의 제품에 관한 새로운 레시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모디슈머’ 열풍에 따라 기업들은 타사 제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위 사진의 ‘오리온-빙그레 투게더’는 새로운 레시피를 제공함과 동시에 두 가지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할 시에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를 함으로써 콜라보레이션의 이점을 가져갔다. 이 밖에도 CJ제일제당과 팔도는 알래스카 연어와 팔도비빔면으로 만든 ‘연어 비빔면(연빔면)’ 레시피를 선보이는 협업 레시피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레시피 마케팅을 통한 기업 간의 콜라보레이션은 시너지 효과를 통해 ‘모디슈머’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양 기업 모두의 매출 증대를 이끌고 있다.

또한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 카누도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를 소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카누는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만의 카누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마이 카누 레시피 콘테스트’를 진행함으로써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시피 마케팅의 유의점과 사례

 

그러나 이러한 레시피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간 제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레시피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 기업들은 점점 또 다른 레시피, 더 새로운 레시피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데에 혈안이 된다. 더 새롭고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욕심에 레시피는 점점 복잡해지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은 ‘주’가 아닌 ‘부’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또한 레시피 마케팅으로 인기를 얻게 된 제품들은 꾸준한 수요 증가가 아닌 일시적 수요의 증가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시적 수요 증가에 무턱대고 생산량을 지나치게 늘리면, 후에 늘어난 생산량과 맞지 않는 수요로 큰 위기에 빠질 수 도 있다. 그러므로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한 제품개발 및 보완을 통해 소비자들의 변화에 발맞춰나갈 수 있어야 반짝 인기상품이 아닌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면업계에 모디슈머의 열풍을 처음으로 끌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초반에는 ‘중독성 있는 매운 맛’을 내세워 홍보했으나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불닭볶음면을 이용한 각종 레시피를 블로그나 SNS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종류의 레시피들이 탄생했고 이후 불닭볶음면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레시피 마케팅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을 줄 알았던 불닭볶음면이 현재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AC닐슨에 따르면 올해 1~5월 불닭볶음면 매출은 전년대비 14% 줄어든 283억원을 기록했다. 급속도로 성장하며 라면 시장에서 매운맛 열풍을 선도한 불닭볶음면이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연말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이렇게 레시피 마케팅에 몰두해 라면시장과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삼양식품은 결국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 순위 탑 5 밖으로 밀렸고, 불닭볶음면도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레시피 마케팅의 반짝 인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레시피 마케팅의 나아갈 방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시피 마케팅의 인기는 한동안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포화 상태인 요리 프로그램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요리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고, 스타쉐프를 내세운 쉐프 마케팅과 함께 제품의 새로운 레시피를 제공하는 레시피 마케팅은 여전히 푸드 마케팅에서 가장 핫한 마케팅 방법 중 하나이다.

사실 레시피 마케팅의 원조는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이다. 연예인들이 직접 야식을 만들고 맛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야간매점’ 코너는 한때 <해피투게더3>의 대표코너로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매주 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간단하면서도 특별한 레시피는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얻으며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리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그렇게 인기를 얻은 레시피에 등장한 제품들은 방송의 인기와 함께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야간매점’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게스트들은 경쟁적으로 더 화려하고 더 특이한 레시피를 선보이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게 되었다. 본래 밤에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야식 레시피를 선보인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레시피는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결국 그 사이를 다른 요리 프로그램들이 비집고 들어가 큰 인기를 얻었고, 야간매점은 예전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바로 이 곳에서 레시피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어디까지나 ‘제품’ 자체를 이용하여 ‘조금 더’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것이지 일류 호텔의 쉐프가 요리한 것처럼 화려하고 매우 특이한 음식을 위한 레시피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면서도 ‘제품’ 자체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일 때,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출처

설자리 잃은 삼양, 믿었던 불닭볶음면마저 판매 급감’, 이데일리, 2015. 7. 7

13기 최지원 우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