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마다 바뀌는 시장환경과 기업들 간 가속화되는 무한경쟁은 요즘 시대의 주요 특징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다이너믹한 환경에서 쉽사리 혼자 헤쳐나가며 생존할 수 있을까? 분명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힘들더라도 다른 기업과 함께라면 조금 더 빠르고 쉽게 미로의 출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 열쇠는 바로 ‘공동 마케팅’에 있다.
심화된 경쟁체제와 언제나 더 큰 새로움을 추구하는 다변화된 고객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해결책, 공동마케팅은 기업과 기업이 만나 서로 협력함을 얘기한다. 한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걸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과 협력하여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다. 합작하여 투자사업을 같이하거나 독점권을 공동으로 취득할 수 있으며,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상표권을 취득할 수도 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거나 기술을 제휴할 수도 있으며, 유통경로를 공유 할 수 있다. 촉진 면에선, 공동으로 광고, 판매촉진, PR 등을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공동마케팅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이러한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상호보완을 이루어내고 결국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상호보완성과 시너지 효과는 공동 마케팅의 핵심적인 성질이다. 제휴를 함으로써 추가적인 편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거기엔 그 어떤 의미도 없다. 하지만 공동 마케팅은 기업들이 서로의 장점과 약점을 보완하고, 결국 win-win효과를 얻는걸 가능하게 한다. 또한, 어느 한 기업에게만 이러한 효과가 부여되는 게 아니라 공동으로 참여한 기업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제휴 마케팅과는 조금은 다른 성질을 띤다.
공동 마케팅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눠서 볼 수 있다. 동종업체간의 협력은 공생마케팅, 혹은 심비오틱(Symbiotic) 마케팅이라 일컫는데, 이는 같은 유통경로 레벨상에 있는 기업들, 즉 경쟁기업들 간의 제휴를 얘기한다. 반면, 하이브리드(Hybrid) 마케팅이라 불리는 이종업체간의 협력은, 서로 다른 업종에 속해있는 기업들이 고유의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로 제휴함을 뜻한다.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두 가지 공동 마케팅 종류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발휘된 효과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공생마케팅 사례>
맥심, 맥스웰하우스, 카누 등의 커피 브랜드를 소유하며 국내 커피시장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2006년 스타벅스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맺었는데,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커피전문업체인 스타벅스와 커피음료를 주요제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서로 경쟁위치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오랫동안 이어온 명성과 믿음직성, 그리고 국내 곳곳에 거미줄처럼 자리잡은 유통망은 국내에 새로 진출하는 스타벅스에게 충분히 유혹적인 요소들로 보였을 것이며, 결국 스타벅스는 현재 동서식품과 파트너십을 맺어 국내 여러 곳에 자사 병커피를 유통시키고 있다. 이 협력을 통해 스타벅스는 빠르고 쉽게 해외시장 진출을 해내었다. 이득을 본건 스타벅스 뿐만이 아니다. 따로 큰 제품개발 없이 수익성 높은 스타벅스 병커피의 위탁제조 및 판매로 전체이익에서 많은 부분을 떼어가는 동서식품에게도 큰 이득이다. 이렇듯, 적절한 공생마케팅은 경쟁 기업들이 서로의 약점과 강점을 보완하고 결과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
<하이브리드 마케팅 사례>
한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국민을 열광케 한 인기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게임 유저들은 게임상에서 자기가 고른 가상 차량, ‘카트 바디’를 몰면서 다른 유저들과 트랙에서 열띤 경쟁을 펼친다. 그런데 2007년과 2008년, 총 두 번에 걸쳐 카트라이더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프랑스 차량의 대가 ‘Peugeot(푸조)’이다. 프로모션 진행기간 동안 게임 내에서 ‘푸조 207CC 카트바디’ 및 ‘푸조 패키지’ 아이템이 선보여졌으며, 푸조 카트바디는 실제로 출시된 푸조 차량과 거의 흡사하게 디자인 되었다. 그 외에도 ‘푸조를 내 품에’ 이벤트를 통해 1등에 당첨된 응모자에겐 실제 푸조 차량을 증정하였다. 온라인 게임과 자동차 제조사의 신선한 만남은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들였으며, 1차 행사 진행기간 동안에만 10만 명의 유저들이 이벤트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뜨거운 반응으로 인해 신 차량 모델 쿠페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증가했을 것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게임유저들의 반복적인 접속과 게임 아이템 판매량 증가를 유도한 카트라이더에게도 해당 프로모션은 굉장한 이득을 창출하였을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해있는 이종업체끼리도 공동 마케팅을 통해 서로 상호보완을 하고 함께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하다. 인지도가 부족했던 푸조는 카트라이더가 이미 확보해놓은 수만 명의 고객망을 상대로 TV광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창의적인 프로모션을 펼칠 수 있었으며, 카트라이더 또한 적은 비용으로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색다른 두 기업의 만남은 결국 WIN-WIN 전략의 발전과 시너지효과의 발산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 외에 다른 이종업체들 간에도 색다른 만남이 있었는데, 바로 2010년도 가을 혼수시즌에 진행되었던LG의디오스와 맥주 브랜드 하이트의 공동마케팅이다. 해당 프로모션은 전국의 LG전자매장 1300여 곳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됐는데,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전시된 냉장고의 문을 열면 그 안에는 실제로 시원한 하이트 맥주와 생수 등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보통 안에 텅 비어있는 다른 디스플레이 냉장고와 다르게 실제 제품들을 비치해놓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서프라이즈로 고객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디오스 냉장고의 시원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하이트 맥주에 대한 홍보효과 또한 얻을 수 있었다.
공동 마케팅의 한계점 & 나아갈 방향:
사례들에서 보았듯이 공동 마케팅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과 자사의 장점 및 약점의 상호보완을 이루어냄으로써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게 한다. 하지만 이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생마케팅의 경우, 제휴한 기업 간 시장잠식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동서식품이 새로 출시한 커피믹스 ‘카누’와 스타벅스의 기존제품 ‘비아’는 둘 다 기존 커피 믹스들과 퀄리티와 가격에서 차이가 나는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이다. 비슷하게 포지셔닝이 되어있기에 시장에서 두 제품이 끝까지 함께 살아남기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생존하기 위해선, 서로의 방향을 달리하여 각각 역할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공동 마케팅엔 여러 가지 한계점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심각한 건 서로 다른 두 기업이기에 전략을 수립하거나 실행하는 도중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기업을 고려하지 않고 자사의 이득을 더 챙기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선 애초에 파트너십을 맺을 때 공동되는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함께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자사의 이윤과 이득만을 위해서는 공동 마케팅을 펼쳐 나갈 수 없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살아남으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공동 마케팅의 효과가 발휘된다. 이런 점이충분히 고려된다면 치열한 경쟁과 격변 속에서도 공동마케팅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한다. 기업들이여, 살고 싶으면 뭉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