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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2년

진부하고 저급한 방송 맛집 마케팅, 그리고 그 대안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 늘 오르내리는 키워드, ‘맛집’.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민감하다. 그저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값을 주더라도 더 맛있는 것, 아니면 조금 더 가격을 주더라도 맛있는 걸 먹고자 하는 소비욕구를 굉장히 크게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찾는다. 어디 맛있는 데 없나?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하는 음식점이 있는지 묻고, 인터넷에서 ‘XX동 맛집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 티비를 보다가 좋아 보이는 음식점이 나오면 눈여겨보기도 한다.

 

얼마 전, <트루맛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큰 화제가 되었다. <트루맛쇼>는 한국의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내보내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들이 거의 대부분 허구에 가깝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방송 프로그램에 섭외되는 음식점들은 절대 다수가 맛집이 아니다. 그 수많은 음식점들은 그저 그날 분의 방송을 때울 수 있게 해주는 협력업체에 불과하다. 평범한 음식점, 아니 맛이 없는 어떤 음식점이라도 돈 1,000만원만 지불하면 얼마든지 맛집으로 둔갑해 방송 출연을 할 수 있다.


(<세상의 아침>, <생방송 화제집중>, <찾아라! 맛있는 TV>에서 맛집으로 소개했던 곳. 그러나 이곳은 가짜 한우를 사용했으며, 위생불량으로 영업정지를 당하고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음식점을 맛집으로 홍보하는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두 가지다. 이색적인 음식, 그리고 이미지 퀄리티.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음식은 식상하고 눈에 잘 띠지 않기 때문에 시청률 지상주의의 왕국에 살고 있는 그들은 어떻게든 특별하고 개성있는 음식을 찾아내려 한다. 그 때문에 각 음식점들이 방송국의 요구에 따라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메뉴를 만들어내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방송은 오직 시각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맛집에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 미각이라는 대전제가 완전히 무시되고, 맛과는 전혀 상관없이 맛있어 보이는것에만 치중한다. 결국 색깔이 곱고, 윤기가 흐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방송의 포인트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음식점들이 이러한 방송계의 실태를 명확히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오늘도 방송 출연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매체의 힘은 어마어마해서 단 3 30초의 짧은 방송 시간으로도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하는 수의 방문객을 불러올 수가 있다. 설사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보지 않았더라도, 어느어느 방송에서 맛집으로 소개되었다는 플랜카드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 이미 가봤던 곳, 즐겨찾는 곳을 또 방문하는 거라면 늘 만족할만한 음식을 맛보겠지만, 항상 사람들은 새로운 맛집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나 잘 모르는 지역에 갔을 때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어느 식당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에 빠지고, 그럴 때 방송에 출연했다는 표식은 기본적인 맛은 보장한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그렇지만 방송 출연이 장기적으로도 큰 성과를 가져다주는 현명한 마케팅인지는 미지수다. 방송에서 맛집이라고, 대박집이라고 소개가 되어도 결국은 장사가 잘 안 되어서 문을 닫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방송의 순간 응집력은 그 어떤 매체도 따라오기 힘들지만, 그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불러모은 그 고객들을 앞으로의 잠재수요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맛집의 기본 요소인 맛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데, 알맹이가 없는 가게에서 눈에 보이기만 하는 허구의 방송 마케팅의 효력이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현재의 방송 맛집 마케팅은 절대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파괴력 있는 방송 마케팅을 대신할 수 있는, 좀 더 참신하고 정직한 방법은 없을까?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인기 있는 음식점은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졌다. OO의 비빔냉면이 그렇게 맛있대, 누군가 주변에서 실제로 다녀온 사람이 보장해주는 것만큼 확실한 건 없다. 맛집 마케팅의 기본 베이스에 입소문이 깔리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사진은 홍대의 어느 카페에서 나오는 식사다. 이곳은 처음 주인장의 유명세 덕분에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결국은 맛으로 승부를 보았다. 카페로 시작된 곳이지만, 음식의 퀄리티가 좋아서 다들 밥을 먹으러 가는 그런 카페가 되었다. 접근성도 매우 좋지 않은데 항상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 이유는 하나, 바로 온라인에서의 입소문이었다.

 

지금은 인터넷 매체의 발달이 두드러지고, 최근 스마트폰 유저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인터넷 검색을 한다. 친구들과 족발을 먹으러 갈 때도 인터넷에서 장충동 족발을 검색해보고 제일 맛있어 보이는 곳을 찾아간다. 갑작스럽게 먹을 곳을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에서는 휴대폰을 꺼내 주변 지역의 음식점을 검색해보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다. 그에 발맞춰 전문적으로 맛집 리뷰를 작성하는 블로거들도 우후죽순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제는 일방적으로 방송되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는 세상이다. 사실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제 알만큼 안다. 방송 출연이라는 간판이 맛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자극적이고 내실없는 방송 마케팅보다는, 사람들이 검색하기 좋은 위치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온라인에서의 입소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보는 것도 시류를 잘 타는 훌륭한 방법이지 않을까.

 

 

 어떤 대상에 대해 마케팅 전략을 구상할 때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대상과 마케팅의 방법이 어울려야 한다는 점이다. 맛집이 아닌 집을 맛집으로 홍보하는 방송 마케팅은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면에서 윤리적 측면에서도 지양되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도 음식점 그 자체를 위해서도 오랫동안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보기에 무리가 있다. 맛집이라고 겉 껍데기를 포장하기보다는 우선 내실을 채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들 역시 음식 이미지와 맛집이라는 타이틀에만 혹하지 않고,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 정말 맛있었다며 만족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찾아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