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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우주항공 경쟁, 경쟁, 경쟁...


얼마 전 롯데백화점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우주여행권을 행사 경품으로 내걸어 호기심 반 우려 반 화제가 되었다. 최초의 우주여행 경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이 2억이 넘어가는 초호화 여행상품을 누가 파는 걸까란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제는 우주여행이다. 버진갤러틱
금시초문의 여행상품의 판매처는 바로 버진갤러틱(Virgin Galactic). 괴짜 CEO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이 버진애틀란틱에 이어 우주항공 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2004년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항공사이다. 2005년부터 탑승자 예약을 받기 시작했고 이미 300명 정도가 예약금을 낸 상태이다. 현재 뉴멕시코에 민간 우주정류장을 설립 중이고 정류장과 항공기 실험이 완료되는대로 2012년 경에 첫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버진갤러틱의 우주관광선 '스페이스십2'과 모선(母船) '화이트나이트2' 

언제나 경쟁자는 있기 마련...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
그.러.나. 자칭 지구 최초의 우주항공사가 될 예정인 경쟁사가 또 있다. 바로 미국 민간업체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XCOR Aerospace)'가 버진갤러틱의 최고가 티켓 20만 달러의 절반 정도 가격의 9만 5천 달러 상품을 내놓았다. 덴마크의 투자은행가 퍼위머가 첫 탑승객으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이고 엑스코는 버진갤러틱보다 앞선 2011년에 우주여행 상용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엑스코가 개발 중인 소형 우주관광선 '링스(Lynx)'

나는 두 회사의 우주선이 어떤 소재로 이루어졌고 우주 여행 스케쥴은 어떻게 되는지보다도 그들의 경쟁구도와 미묘한 신경전이 흥미롭다. 아직 우주선과 정류장도 다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 억 원어치의 우주여행이라는 원대한 꿈을 판매하려면 무엇보다도 (충분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주여행이라는 상품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최초의 우주인 공개 선발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 듯이 말이다. 그러나 민간인이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함을 고려할 때 흥미와 모험심만으로 선뜻 결정을 내리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세계 최초 민간 우주여행사'라는 타이틀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우주여행 사업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 뿐 아니라 동경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경쟁구도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이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1960년대의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다.



여행상품 이름부터 'founder (창조자)', 'pioneer (선구자)'로 지어 '최초'의 우주여행사임을 강조하는 버진갤러틱. 버진갤러틱을 제치고 최초로 민간 우주여행을 실현하겠다고 도전하는 엑스코 에아로스페이스. 이에 질세라 버진갤러틱은 첫 여행에 마돈나, 브랜젤리나 커플, 로비 윌리엄스, 패리스 힐튼 등 '빵빵한' 유명인들이 참가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퍼트렸다. 호사가들에게는 좋은 화제거리, 우주여행이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혹하는 관심거리, 그리고 우주항공사들에게는 긍정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동기유발거리가 된다. 민간 우주항공 산업은 아직 본격적인 시작 링 조차 울리지 않은 워밍업 단계임에 불구하고 새로운 산업을 열어가는 경쟁자들의 도전과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최초의 우주 무선 자유유영. 이것도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드라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