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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국가브랜드 마케팅] 사랑하는 막걸리, 진정한 국가대표가 되려면?


   최근 막걸리 열풍이 거세다. 그 바람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우리의 술을 바라볼 때 흐뭇하기 그지없다. 얼마 전, 짧은 일정의 일본 여행 중, 마트의 주류 코너에서 막걸리(일본식 표기로는 맛코리)를 보고 혼자 상당히 기분이 좋았던 것이 생각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지 않는 편협한 민족주의니, 피해의식이니 하는 어려운 말은 잠시 생략하기로 하자. 나는 그저 우리의 이 외국에서 인기를 얻어 팔리는 것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싶었을 뿐이니까, 이란 다른 제품들과는 다르게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담기기 좋은 그릇이라고 생각할 뿐이니까 말이다.

  
국가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남다른 사랑과 기대, 그것은 말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고 보고 듣고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반만년의 역사와 발전된 IT 기술이 함께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 불고기와 비빔밥 등 대놓고 식상한 주제들, 그리고 해치서울과 같은 느닷없는 의미 부여 등을 넘어서는 새로운 무언가가 국가대표 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막걸리를 말한다.

 

  와인과 사케, 그들은 무엇인가? 단순히 많이 마시면 취하는 술, 그 뿐인 것일까? 나는 와인과 사케가 단순한 술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맛과 향이 좋고, 흔히 말하는 뒤끝도 없다는 점에서 좋은 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은 와인과 사케가 가지는 무형의 속성이다. 
    
  와인과 사케는 모두 각각의 제품이 생산되는 지역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 그 모든 것을 술 안에 녹여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본다.(너무
하나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했다고 여기지 말아달라.)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속성들이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의 바탕에 깔려있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욕구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서 에 담긴 전통을 가진 나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만든다고 믿는다. 이란 사람, 땅, 날씨, 곡물, 주조 기술, 문화 등 다양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그 특색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막걸리에 대해 생각해보자. 다들 아시다시피 막걸리는 그 시작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술이다. 일제 시대 때의 우리 술에 대한 탄압에도 불구, 그 명맥을 이어오며 1960년대까지는 전체 술 소비량의 80% 가량을 차지하기도 한 술이 막걸리이다. 비록 60년대 식량난과 정부의 양곡관리법에 의해 밀가루 등의 원료와 싸구려 첨가물로 만든 저질 막걸리가 판을 치게 되어 그 인기가 시들해졌었지만, 그리고 국민주(酒)의 자리를 소주에 내주어야 했지만, 다시 막걸리 제조에 대한 각종 규제가 사라지게 되면서 그 인기를 빠른 속도로 되찾고 있다. 더 나아가 막걸리는 지난 해 일본으로만 403만 달러, 올 들어서는 7월까지 2,909t, 241만 달러어치(지난 해 같은 기간 2,403t, 200만 달러)가 수출 되는 등 외국에서까지 그 진가를 인정 받고 있다. 술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유산균과 아미노산, 비타민, 효모, 젖산균까지 들어있는 막걸리가 인기를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가대표 막걸리 선수의 선전 때문일까, 시장을 잠식 당하는 것을 우려한 일본의 업계의 막걸리 제조 기술을 베끼려 하는 시도가 많다고 한다. 맛코리라는 명칭에서부터 기무치의 악몽이 떠올라 기분이 좋지 않은 데 말이다. 누룩의 발효 과정이 그렇게나 궁금한가 아무튼 이러한 상황을 정부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대책을 마련한 듯 보인다.  우리 술 산업 진흥법에 따라 막걸리에 품질 인증을 부여하고, (Sool)이라는 통합 브랜드 마크를 붙여 수출하는 것이 그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Sool)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좀 어색해서일까, 아니면 국가 경쟁력의 본질을 찾지 못하고 어설픈 전략적 네이밍만을 반복하면서 실질적인 국가 브랜드는 S모 기업 등의 대기업의 선전에만 의존해 왔던 지난 시간 때문일까, 나는 막걸리가 더 나은 막걸리의 미래를 위해 좀 다른 면에서 와인과 사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걸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에서도 예를 들었던 해치서울과 같은 성급한 이름 붙이기가 아니다.

와인과 사케가 그러했듯, 또 다른 유명 발효주인 중국의 소흥주가 그러하듯, 중요한 것은 확고한 품질 관리 제도와 기준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가진 나라들의 경우, 자기들의 전통 술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원료의 종류와 사용량, 제조방법들을 표준화하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와인과 사케는 각각 세계적인 명주와 고급 청주로서, 수많은 이들의 테이블 위에서 자기들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막걸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막 걸러낸 술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막걸리는 주재료인 쌀과 밀, 그 지역의 물, 누룩과 술을 빚는 손길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술이 완성된 후에도 발효가 계속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맛은 계속 또 달라지는 예민한 술이다. 그렇기에 세계 시장 속의 막걸리의 선전을 계속 보고 싶다면, 막걸리 원료의 종류나 사용량, 제조방법, 그리고 맛을 평가하는 테이스팅 기준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아직은 그런 제도가 전혀 없다고 하지만 말이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끔 만드는 현재의 노력,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국가대표 술, 막걸리의 세계화 가능성. 그것을 현재의 시장이 보여주었다면 그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언젠가 막걸리도 와인이나 사케와 같이, 지역에 따라, 재료에 따라, 또 각종 주조 기준에 따라 서로 다른 도수와 맛, 그리고 향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우리의 역사 속에서 그러했듯, 세계인의 술상 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만의 달큰한(나는 개인적으로 이 표현이 무지 좋다.) 맛과 향에 기분 좋게 취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