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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 insight ]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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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는 마케팅의 영역
'나는 마케팅을 좋아하고 꼭 반드시 무슨수를 써서라도 마케터가 될거요!!' 하고 말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의외로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정작 그들 중에서 '마케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사람은 쉽게 만나볼 수 없다. 왜 그럴까?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시장에서 점점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추세다. 공짜 마케팅, 귀족 마케팅, 호객 마케팅 등 조금이라도 상행위를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출처없는 '마케팅' 시리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번화한 거리를 걸을 때 우리는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몇번이나 마주치고 있는가? 그리고 신문이나 뉴스를 볼 때도 얼마나 자주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있는가?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특정 활동을 넘어, 점차 광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아무 뜻도 내포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마케팅이라는 용어 그 자체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를 생각해 보자. 우리회사의 제품판매 전략을 결정하는 사람? 직접 고객들을 만나 우리 제품을 설득하는 사람? 판촉을 담당하여 판촉물을 구매하고 포장하는 사람? 이번 분기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뱡향을 결정하는 사람? 우리 제품이 잘 팔리고 있는지 그 추이를 분석하는 사람? 고객을 만나 의견을 듣고 이를 정리하는 사람?
 광의의 의미로 본다면 어느 누구 하나도 마케팅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실로 무슨활동을 해야 마케팅 하는 사람인지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시대다. 마케팅 그 자체와 마케팅하는 사람의 영역을 좀 더 명쾌하게 정의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먼저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자.
 현대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들 중 한명인 필립 코틀러는 '교환과정을 통하여 욕구와 필요를 충족 시키려는 인간활동' 이라고 마케팅을 정의했다. 실로 광범위한 정의다. 이런 정의에 의하면 기업활동 중 욕구와 필요의 영역을 충족시키려는 시도들은 대부분 마케팅이라고 부를 수 있으므로 위에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러셀 와이너는 마케팅을 '선택(choice)에 영향을 주는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선택이라는 개념을 고객의 선택으로 한정한다면, 마케팅은 고객의 선택을 받도록 하기 위한 '활동'인 셈이다.

 한편, 교과서에서는 마케팅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대부분의 마케팅 교과서는 마케팅의 과정을 3C-STP-4P라는 일목 요연한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즉, 3C(고객/경쟁자/자사)에 대해서 알고 우리제품의 시장을 세분화하여 표적을 선정 한 후에 4P(제품/가격/촉진/유통)에 대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정의가 있지만 나는 이러한 개념에 내 생각을 더하여 나름대로 마케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싶다. '마케팅은 기업이 고객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상호간 가치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광범위한 현대 마케팅 영역과 무한 경쟁 일변도로 치닫는 현대 시장환경에서 중요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념은 관계를 넘어선 '상호간 가치'이다. 즉, 기업만 이익을 보는 관계는 부적절 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공격적인 전화 판촉을 벌이는 기업의 말을 믿고 상품을 구매했더니 제품에 하자가 많더라.. 라는 이야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씩은 겪었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기업의 측면에서는 가입자나 구매자가 늘어났다면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자평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거래가 가치를 더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람직한 마케팅이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금력이 뛰어난 어느 한 기업이 소위 공짜제품을 이용하여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도 적절한 마케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기업은 시장을 장악하고 소비자는 공짜 제품을 얻었으므로 성공적인 교환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객들은 독점의 횡포를 경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기업의 수익원은 고객의 구매라는 단편적인 방법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고객에게 돈을 받지 않지만 광고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거나, 고객의 제품 사용에 따라서 수익이 실현되는 경우(인터넷 전화 시장 등)에서 처럼 수익원은 다양화 되고 있으므로 단편적인 예시들을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황도 많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Business model 들을 고려하더라도 큰 차원의 원칙은 항상 실현되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기업과 고객이 적절한 관계를 맺어 상호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상황이 성립해야만 그것을 '마케팅'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마케팅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냐도 같은 맥락에서 큰 차원의 원칙을 두고 접근해야한다.
 예를들어, 집을 짓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단순히 벽지바르는 사람이나 창틀을 끼우는 사람을 보고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집을 짓는데 기여는 하고 있지만 그 기여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그들의 일은 집 전체를 완전히 이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판촉물을 포장하고 발송하는 사람은 마케팅 활동에 기여하고 있지만 기업과 고객, 마케팅활동 전반을 이해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판매 추이를 합산만 하는 사람도 같은 맥락에서 그 기능이 마케팅 그 자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마케팅하는 사람은 '마케팅 활동에 기여하고 있으면서, 우리회사의 활동 및 고객과 마케팅 활동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흔히 마케팅하는 사람들의 부서(마케팅팀)가 완전한 고객 접점(세일즈)도 아니고 완전한 기업 가치의 대변자(재무회계 등)도 아닌 것도, 기업과 고객을 모두 알고 마케팅 활동에 종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

마케팅하는 사람이 하는 마케팅
 '마케팅하는 사람'이 다양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시장을 간파하는 통찰력, 순간적인 센스, 효과적으로 회사의 목표를 표현하는 스킬 등등 수 많은 자질이 요구된다. 그러나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내 생각에는 그런 것들 이상으로 결국 자신이 하는 마케팅 활동이 추구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고객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마케터는(그런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업의 이익을 추구할 수 없고,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마케터는 고객을 농락하는 '못된 마케팅'을 하기 마련이다.
 요즘같이 봇물 터지듯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되어버린 시대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마케팅하는 사람이 하는 제대로 된 마케팅을 실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작성자 : 신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