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을 콕! 집어 낸다. 핀셋 마케팅!
Keystone 박소희
취향, 존중해 주시죠?
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당당하게 표출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 발 맞추어, 기업들은 쉴새없이 소비자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따라, 특정 소수의 소비자에게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핀셋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핀셋 마케팅이란?
핀셋 마케팅의 시작은 어땠을까? 핀셋 마케팅의 시작은 지금의 성격과는 사뭇 달랐다. 핀셋 마케팅은 과거 수입차, 또는 백화점 업계에서 소수의 VIP와 VVIP를 타겟으로 진행하는 ‘프레스티지 마케팅’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타겟이 VIP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핀셋을 집어내는 것처럼 타겟을 세분화하여, 소수의 특정 고객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
핀셋 마케팅과 유사하게 쓰이는 용어로는 타겟 마케팅, 표적 마케팅, 빅데이터 마케팅 등이 있는데, 핀셋 마케팅은 ‘우리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어필하고 싶은’ 잠재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제품 및 서비스를 실제로 구매할 의사가 있거나 구매할 능력이 있는’ 실구매층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여타 마케팅과는 차이가 있다.
군인들만을 위한 사제 위장크림
핀셋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는 사제 위장크림을 꼽을 수 있다. 보급용 위장크림은 이전부터 꾸준히 피부에 트러블을 유발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자 2010년 12월, 이니스프리가 화장품 업계 최초로 20대 군인을 타겟으로 천연유래 성분을 이용한 사제 위장크림을 출시했다. 이니스프리는 착한 성분을 강조하며 더 이상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위장크림이 등장했음을 강조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대 군인뿐만 아니라 군인 남자친구를 둔 여자친구들도 남자친구의 입대 선물로 위장크림을 적극적으로 구매했다. 그 결과, 이니스프리의 위장크림은 매월 10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6개월 만에 판매량 5만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니스프리의 위장크림 출시 이후, 타 로드샵 브랜드에서도 우후죽순 위장크림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 중 스킨푸드는 수분이 풍부한 수박추출물을 더해 피부상태에 민감한 군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게다가 뒷면 라벨 스티커를 떼어내면 가족이나 친구의 사진을 넣어 사진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패키지까지 군인들의 눈높이에 맞췄다. 군인들의 나이가 대부분 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연령대와 직업군, 그리고 취향까지 고려한 셈이다.
이처럼, 일명 ‘싸제’ 위장크림은 화장품의 전통적인 주 타겟이었던 ‘여성’에서 벗어나 ‘20대초반의 군인’을 타겟으로 잡아낸 후, 그들만을 공략한 제품을 출시해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이다. 새로운 표적인 군인이 확실히 구매해 줄 위장크림을 신제품으로 출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
여드름 치료제는 10대에게, 인공눈물은 20대에게!
한독약품의 크레오신티, 삼일제약의 EYE2O는 제품 출시 후 프로모션 과정에서 핀셋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여 효과를 거둔 사례이다. 산업 특성 상, 제약회사는 비슷한 성분과 효능을 지닌 수많은 의약외품들 사이에서 자사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독약품은 과감하게 여드름치료제의 실구매자인 1318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공중파 광고나 온라인 배너 광고 대신, 실수요자들이 밀집해 있는 중,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여드름 관리비법에 대한 교육과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와, 여드름 상담 이벤트 같은 온라인 이벤트를 수시로 진행했다. 이와 같은 프로모션은 청소년 여드름으로 인해 한창 고민이 많을 나이지만, 학업에 열중하느라 여드름을 관리할 시간이 없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켜, 크레오신티의 2009년도 매출은 52억으로 2008년보다 2배 가량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일제약도 신제품 EYE2O의 홍보 타겟으로 20대를 정조준했다. 20대는 렌즈 착용과 장시간의 노트북, 스마트폰 사용, 라식/라섹 시술 등으로 인하여 눈에 피로감을 느끼는 세대로, 인공눈물의 주 구매층이기 때문이었다. 삼일제약은 특히 오프라인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접 대학교들을 방문하여 대학생들에게 안구건조증 자가진단 및 치료법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20대 몰링족 커플들을 대상으로 코엑스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인공눈물 제품이 평균적으로 연 5~10억원 내외의 매출을 냈던 것과 비교할 때, EYE2O는 출시 당 해에 매출 38억 원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했다.
5060에겐 여전히 탁월한 신문·전화
스마트폰 보급률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하여, 기업에게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은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실제로 그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천호식품은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뚝심 있는 자신들만의 마케팅을 고수하고 있다.
천호식품은 홍삼, 도라지배즙 등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강식품 회사로, 제품의 실구매자는 50대 이상의 중, 장년층이다. 자사 고객의 연령대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천호식품은 여전히 신문 지면을 통한 광고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더불어 고객관리(CRM)와 판촉 측면에서도 전문 상담원 인력 풀을 형성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여 이전에 구입한 제품이 다 떨어졌을 때 즈음, 고객층과 연령대가 비슷한 40대 이상의 여성 상담원이 주기적으로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자연스럽게 고객의 안부와 함께 제품에 대한 만족, 불만족 요소 등을 묻는다. 그리고 나서 기존에 구매한 제품을 재구매 하도록 독려하거나, 신제품을 소개하는 등의 판촉을 실행한다. 이와 같은 고객 맞춤 마케팅 전략은 천호식품이 매년 20%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170만 명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
핀셋 마케팅의 효과와 한계는?
위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핀셋 마케팅은 정량 및 정성적으로 여러 장점을 지닌다. 우선, 제품 출시 초기 홍보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이 출시되면 대중들에게 제품을 알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지만, 핀셋 마케팅은 애초에 우리 제품을 ‘팔아 줄’ 특정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기획하기에 초기 홍보 비용도 적게 들고, 매출에서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또한, 정성적으로는 고객의 충성도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예를 들어, 노년층을 타겟으로 출시하여 효도폰이라 불리는 LG의 ‘와인폰’은 LG에 대한 노년층의 충성도를 증가시키는 데 한 몫 했다.
물론 핀셋 마케팅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는 대기업이 아닌 신생기업에서 핀셋 마케팅을 실시하려고 할 경우, 초기 시장조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핀셋 마케팅의 핵심인 표적 설정과 제품 기획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 및 서비스가 일반 대중을 타겟으로 출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따라서 실패할 시에 기업의 매출과 이미지에 큰 손실을 남기게 된다. 2015년 2월, 코카콜라는 이국적인 코코넛의 풍미를 선호하거나 낮은 칼로리의 음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여 프리미엄 코코넛 워터 ZICO를 야심차게 출시했다. 그러나 출시 이 후 ‘걸레 맛이 난다.’, ‘인간이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음료를 만들었다.’는 혹평과 함께 ‘악마의 음료’라는 칭호를 얻으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성공적인 핀셋 마케팅을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 및 기호의 다양화와 각종 SNS를 통해 확대된 표현의 자유,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이 맞물리며 최근의 마케팅 전략은 종종 핀셋 마케팅의 성격을 띤다. 유유제약의 멍 연고제인 ‘베노플러스’가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제품 타겟을 어린이에서 ‘성형 시술/수술을 받은 여성’으로 바꾸고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이 그 예이다.
그렇다면 핀셋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분석하여 소비자의 숨겨져 있는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기획단계에서의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타겟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핀셋 마케팅을 진행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시장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적인 성격의 가치는 우리가 선정한 소수의 타겟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확실한 가치를 찾아 전달하고자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표적에게만 실행할 수 있고, 우리의 표적에게 더 효과적인, 차별화된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시장에서의 지배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반 마케팅과 핀셋 마케팅의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추세이기에, 앞으로 핀셋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핀셋 마케팅의 성공, 실패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여 자사의 새로운 타겟 발굴과 신제품 개발 및 프로모션에 활용해야 경쟁사보다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더피알, 맞춤식 소통, ‘핀셋 마케팅’의 득과 실, 문용필, 2015.06.29
소비자평가, 소비자 ’취향 저격’ 하는 핀셋 마케팅 뜬다, 이현주, 2016.09.21
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매거진, [마케팅 레시피] 취향? 핀셋으로 콕 집어내라!,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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