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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4년

페르소나

마케팅의 실패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회사 면접에서는 고용주의 눈에 띄어야 구직을 꿈꿀 수 있고, 직장에서는 상사의 눈에 들어야 승진할 수 있다. 이것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에서도 우리는 고객들의 눈에 띄어야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되며, 미래 고객들의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페르소나와 페르소나 마케팅

페르소나란 타인에게 보여 지는 외적 성격을 이르는 심리학 용어로, 우리는 이 페르소나를 통해 나타나는 표면적 이미지에 맞게 대접받는다. 우리가 내면의 실체보다는 타인의 눈에 비친 로 평가되는 것처럼, 마케팅에서도 상품은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외적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그 가치를 달리 평가받게 된다. 이러한 페르소나 원리를 이용, 자사 상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이미지 마케팅의 한 종류를 페르소나 마케팅이라고 한다. 이러한 페르소나 마케팅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해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페르소나의 대표유형

1. 황제 페르소나

독점기업처럼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신생 기업에 황제 페르소나가 적합한 겨우는 거의 없으며, 최근에는 절대적 힘을 자랑하던 독점 회사들도 자신들의 페르소나를 다른 유형으로 재정립하고 있다. 황제 페르소나를 추구해온 기업들에는 코카콜라, 메르세데스 벤츠, 코닥, 디즈니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만한 선두기업들이 대부분인데, 이렇듯 황제 이미지를 구축해온 기업들은 주류(主流) 마케팅을 선호하게 된다.

2. 영웅 페르소나

영웅 한 사람의 능력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기업의 이미지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영웅은 반드시 뛰어난 실력자여야 하며, 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들도 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페르소나의 유형에서는 영웅의 네임밸류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며, 이 때문에 영웅의 이름을 브랜드 네이밍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3대 거인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드 지펜이 창립한 드림웍스의 성공, 스티브 잡스의 애플 등이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3. 전문가 페르소나

전문가 페르소나 역시 특출한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지만, 영웅 페르소나만큼 한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은 아니다. 이 유형의 페르소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계에서 인정받은 고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더 바디샵은 그 창업자이자 전문가인 아니타 로딕의 전문성에 힘입어 성장했는데, 사람들은 더 바디샵의 제품을 소비하며 아니타 로딕이 추구하는 기업 경영원칙인 환경 및 사회 복지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지지한다.

4. 친구 페르소나

최근 들어 다수의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유형으로, 5가지 유형의 페르소나 중 가장 활용도가 높다. 이러한 페르소나를 추구하는 기업은 고객들에게 접근 불가능한 권위적인 이미지보다는 상냥한 미소를 띈 친한 친구의 이미지로 어필하는데, 이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자칫 고객들이 그러한 이미지를 가식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5. 카멜레온 페르소나

진보적 성향의 경영원칙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 가장 적합한 페르소나로,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들의 요구에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유형이다. IBM의 독재적이고 딱딱한 DOS 체제에 반기를 들며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PC임을 강조한 1983년 슈퍼볼 매킨토시 광고가 그 전형적인 예에 해당한다.

 

이러한 페르소나는 위와 같은 특징 외에도 각각의 기업문화, 그리고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에 알맞게 얼마든지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각각의 브랜드 혹은 기업에서는 위의 유형들을 참고하여 각자에게 맞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개발하는 것이 올바른 페르소나를 창출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페르소나의 형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

오늘날 마케팅의 성공은 페르소나를 얼마나 잘, 그리고 능동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페르소나의 형성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이유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상황에 비추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로, 우리는 진실과 책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날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과대선전에 속지 않고 실리를 추구한다. 진실과 책임의 시대에서 기업은 각자의 기능에 충실한 경영을 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의 강력한 페르소나이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둘째, 소규모 자영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와 IT기술의 발달이 기업이 자유롭게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끊임없는 트렌드의 변화, 소비성향의 주기 단축, 광고의 범람에 따른 영향력 약화로 기업이 보다 강력하고 뚜렷한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넷째로 유명 브랜드의 소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브랜드 및 유통점 브랜드(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 대형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의 등장, 대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상당수의 유명브랜드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 노브랜드 및 유통점 브랜드는 페르소나 브랜드이다. 이들 브랜드가 발전시켜온 페르소나는 합리적인 품질과 가격, 그리고 소박한 포장으로 얻은 진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점점 더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개인을 비롯해 기업들도 스스로 배우려는 트렌드가 대두되고 있다. 기업들은 광고회사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고, 기업 스스로 주도적으로 자사의 페르소나를 확립하고자 노력한다.

위와 같은 개성 강한 다섯 가지의 트렌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 역시 기업 또는 개인이 성공적인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페르소나의 핵심, Reality

페르소나는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적인 개념이니만큼, 그것을 구축할 때 고려해야하는 요소 역시 까다롭다. 하지만 나는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사실(reality)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페르소나는 사상누각이다. 사실이 바탕이 되지 않은, 단순한 겉보기, 즉 이미지만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은 절대 소비자의 재구매를 촉구할 수 없으며, 기업의 이미지 또한 오히려 기존보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는 진정한 페르소나가 아닌 일회성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다.

도요타의 렉서스는 시장진입 불과 4년 만에 북미 10대 고급승용차 시장에서 4위에 등극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짧은 시간에 이룩해낸 렉서스의 훌륭한 성과는 그들의 완벽한 페르소나 전략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렉서스는 선발 주자들의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모방하기 보다는, 최저가격에 최고품질의 자동차를 공급한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시장에 진출했다. 이러한 렉서스의 페르소나는 그들의 뛰어난 기술력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허황된 것이 아님이 밝혀졌고, 렉서스가 효과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데에 기여하는, 핵심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렉서스의 사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신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블루오션을 찾을 것, 선발 주자들의 생각을 읽으려하기 보다는 자신 고유의 장점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것, 그리고 스스로가 형성하고자 하는 페르소나에 책임을 질 것.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실, 그리고 진심은 통해왔다. 겉보기만큼이나 탄탄하고 내실 있는 내면이 바로 성공하는 페르소나 마케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