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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욕쟁이 할머니의 나쁜남자 서비스

 

“할머니, 여기 김치좀 더주세요.”

“야 이눔의 시키야! 할매 바쁜거 안보이냐? 저런 쳐죽일놈의 시키..”


 식당에서 밥을먹다 순식간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분명 식당주인과 손님의 관계로 보이는데, 식당주인인 할머니는 거친 욕설을 거리낌없이 시전한다. 그런데 더 희한한건, 욕을 들은 손님은 불쾌하기는 커녕, 피식 웃으면서 김치를 가지러 간다. 손님은 왕아닌가. 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서비스, 아니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줘야 하는게 아닌가? 하지만, 여기선 이게 예의다. 그리고 이게 바로 서비스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의 조건


 생각해보면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돈주고 욕먹는 꼴이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욕쟁이 할머니집을 ‘맛집’이라고 하면서 찾는다. 그러나, 무턱대고 식당주인이 욕 잘한다고 해서 찾진 않는다. 욕쟁이 할매의 맛집(이하 욕매집)에는 나름대로의 요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 우수한 제품

 욕매집의 첫째 조건은 뭐니뭐니 해도 기가막힌 음식 맛이다. 할매가 아무리 욕을 구수하게 한다 하더라도, 음식 맛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정한 욕매집이라고 할 수 없다.(오히려 이런 경우 손님의 기분이 대단히 불쾌해 진다). 욕매집의 음식 경우는 대부분 그 지방에서 인정하는 고유의 맛을 잘 살려낸다. 예를들어 꼼장어가 유명한 집에선 꼼장어탕을 파는 형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지역의 색을 살린 대표음식집으로 자리잡으면서 브랜드화되고, 구전등의 홍보효과를 누리게 된다. 

                             
 또한 욕매집에는 저마다 고유한 레시피가 존재한다. 맛의 차별화를 성공시킨 셈이다. 집에서 먹는 콩나물 국이라해도, 욕매집에서 파는 콩나물국은 정말 수준이 다르다. 이러한 차별화를 통해 욕매집은 자신의 제품(음식)에 대해 확실한 경쟁우위를 지킬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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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매가 끓이면 콩나물국도 상품이 되는거다!!


2. 일관된 브랜드 관리

 욕매집의 할매는 정말로 뛰어난 마케터라고 할 수 있다. 몇십년동안 일관된 브랜드 관리를 해왔으니 말이다. 오랜세월 카우보이를 말태운 말보로와도 비교될만 하다.

 우선, 욕매집의 주인들은 저마다 인생 철학이 존재한다. 어떤 할매는 군복만 입고 장사를하고, 어떤 할매는 시뻘겋게 치장을 하고 다닌단다. 의상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할매들은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음식은 손맛, 장맛이 음식맛의 반, 옛맛이 제맛등등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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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 할머니가 온통 빨간옷만 입으신다는 욕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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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긴 군복만 입으신단다!!! 헐 -_-                             

 게다가 욕매집의 할매들은 이런 자신만의 철학을 제법 오래 유지해왔다. 대부분의 욕매집의 연혁은 최소 10년 이상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거늘,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유혹에서 자신만의 음식과 식당이미지를 유지한다는것이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해내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은 오랜시간 축적이 되어 하나의 ‘경력’화 되어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고,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어 또 하나의 홍보수단이 되었다.


3. 나쁜남자 서비스


 사실, 위의 두가지는 꽤나 유명한 식당이라면 모두 갖추고 있는 요건이다. 그러나 꽤나 유명한 식당에서 욕매집으로 진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 바로 ‘나쁜남자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욕매집의 할매들을 보면, 정말 구수한 욕을 구사한다. 그러나 욕은 욕일뿐이다. 들어서 기분좋을리 없다. 예를들어 다정한 연인에게 웃으며 ‘사랑해, 이 x새끼야’ 이런다면, 과연 정감갈까. 다정한 노부부에게도 저런 공식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욕매집 할매의 욕에는 특유한 법칙이 있다. 글 맨 위의 예로 다시 돌아가면, 김치를 제손으로 먹게된 손님은 잠시후 식탁에 주문도 하지 않은 음식이 턱 하니 놓여지게 된다.


“이놈의 새키가 그래도 할미말을 잘듣는구먼. 그런의미에서 이건 할매가 주는 상이야. 공짜니까 다쳐먹구가.”


 키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할매들은 무조건 욕만하지 않는다. 욕한 후에는 높은확률로 이에 따르는 보상을 지급한다. 한마디로 처음에는 부정적인 자세였다가, 그 다음 바로 긍정적인 자세로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전술은 대단히 효과가 있어서, 사람들은 이러한 전술에 유혹당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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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남....아니 나쁜 할매야~♬

 이를 뒷받침 하는 심리학 실험도 있다. 어떤 사람이 1번그룹에서 내내 칭찬만 든는다. 2번그룹에선 거꾸로 내내 비난만 듣는다. 3번그룹에서는 처음에는 칭찬하다 마지막에 비난을 하고, 4번그룹에서는 3번과는 반대로 처음에는 비난하다 마지막에는 칭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어느 그룹의 평가가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놀랍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4번그룹의 평가를 가장 호의적으로 생각한다. 부정후 긍정효과가 이토록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백만불심리학 169~170p. 다고아키라지음, 송진명 옮김. brain출판사)


 욕매집의 할매들은 저런 현상을 선험적으로 알고, 자신의 점포에서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상처만 진탕 주다가 나중에 조금씩 잘해주면서 상대방을 2배로 감동시키는 ‘나쁜남자’, 아니 ‘나쁜할매’가 되어서 손님들에게 진한 감동(‘인심’이라는 형태로 포장되어 손님들에게 긍정적인 보상을 제공한 셈이다)을 선사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술이 손님들을 또 욕매집에 오게 싶어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 충성도와 태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셈이다)


ps. 우리가 욕매집을 가도 불쾌해 하는 경우가 적은 이유는 이미 ‘욕하는 집’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 대해 마음의 준비(Mental set)가 생기게 되면 상황에 쉽게 적응하게 된다. 권투장에 가서 실컷 때리고, 맞더라도 불쾌해 하지 않는 이유가 권투장을 가기전 그곳은 원래 그런곳임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만불심리학 166p. 다고아키라지음, 송진명 옮김. brain출판사)



 할머니, 우리 또 와도 되요?


 욕매집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맛있는 음식’ '구수한 입담‘ ’정겨운 인심‘등이 꼽힌다. 그러나 요새는 이러한 욕매집의 서비스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젊은세대의 경우 음식스타일의 차이, 고급화된 서비스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새는 욕매집을 모방해서 정말로 ’욕만 진탕‘하는 식당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욕매집 시장은 점점 새로운 손님잡기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맞서서, 욕매집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수 있을 만한 방안을 내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면서 글을 마치겠다. 때는 겨울이었고, 순대국밥집으로 유명한 욕매집에서 나와 내 친구들은 순대국밥을 먹었다. 밤 11시쯤이었는데,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란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은 순대를 주고, 부침개도 해주셨다. 배도 고프고 돈도 궁했던 우리였던지라 정말 식신처럼 먹은것 같다.


“젊은놈들이라서 그런지 쳐먹는건 정말 우라질(오질인지 우라질인지는 가물가물하다)나게 잘쳐먹네.”


 할머니는 텔레비전과 우리를 번갈아 가면서 걸쭉한 입담을 늘어놓으셨다. 걸신들린듯한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한 친구가 취기에 용기가 나서인지 다시 가게문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우리 또 오면 순대랑 부침개 또 줄꺼에요?”

“에라이 상놈들아 돈내고 쳐먹어!”

“우리 돈 없는거 아시면서...”

“이런 망할놈들. 나 죽기전에 와. 젊은놈들이 쳐먹는걸 잘쳐먹고 다녀야지, 돈없다고 굶으면 쓰나....”


                                                                                                             -작성자 : 우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