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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0년

감출수록 더 궁금하다 - 신비주의 마케팅

Posted by kindeternity.

더 감추어라! 더 팔릴 것이다! 신비주의 마케팅

‘나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뭔데?’ ‘...’ ‘아니야.. 되써.. 말 안할래..’

자, 누구나 저런 말을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있을 것이다. 들었던 입장이었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궁금증은 더했을 것이고 어떤 것을 주더라도 그 말을 듣고야 말았을 것이다. 하는 입장이었다면.. 글쎄.. 정말 당신은 그 말을 안해주려 그렇게 말을 했던가?

우리 생활에 녹아진 이런 대화의 밀고 당기기. 바로 신비주의 마케팅에 여실히 녹아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신비주의 마케팅 하면 애플, 바로 ‘한입 베어먹은 사과’를 파는 회사를 떠올린다. 왜 일까?

저 작은 사과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리고 저 사과를 만들어 낸 사람은 지금 거대한 IT 시장을 쥐고 흔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애플 사는 세계의 IT 시장의 고객과 항상 밀땅을 한다. 알고 싶을 때 쯤 감춰주는, 그리고 더 궁금하게 만드는, 잊혀질 때 쯤 한번 씩 또 미끼를 던져주는 그런 인간의 무언가를 알고 싶어하는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욕구는 끄끝내 판도라가 그의 상자를 열어 세상에 악을 흩어놓았던 것 만큼이나 무섭고 원초적인 것이다. 자 그럼 애플 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며칠 전, 드디어 아이패드가 출시 되었다. 보통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제 가격 기능 특징 그리고 기업의 런칭 컨셉 까지 이곳저곳에서 북적북적 시끌시끌 하겠지만, 이미 이런 논의는 예전에 끝난지 오래다. 시장은 이미 이 제품이 무엇이며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가진 것인지 익히 알고 있다. 인터넷에는 몇 달 전부터 이미 누리꾼들의 상상 속에서 아이패드의 모양과 기능, 심지어 무게까지 예측되어 그려진 제품 이미지가 돌아다녔다. 대체 어떻게 런칭 광고를 미리 해두었길래 이렇게 모든 이가 신제품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것 일까? 답은 'NEVER!!'. 전혀 하지 않았다. 애플사는 지금까지 신제품에 대한 일체의 광고적 언급이 없었다. 믿겠는가? 그럼 이런 버즈는 누가 만들어냈단 말인가? 바로 이것이 신비주의 마케팅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애플사의 신제품은 미국 쿠퍼티노시에 위치한 애플 본사의 secret dungen에서 만들어진다. 당연 24시간의 상엄한 경계와 보안 속에 스티브 잡스와 해당 개발팀 몇 명만이 드나들 수 있다. 벌써 궁금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 제품이 완성될 무렵, 이제 홍보 팀은 일사불란하게 스티브 잡스가 짜놓은 작전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먼저, 홍보팀들은 VIP 고객들과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연회 초대장을 보낸다. ‘우리의 최신작을 보러 오세요’


하지만 여기엔 어떤 제품인지 그 ‘최신작’에 대한 설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 상상조차 하기 무서운 애플사만의 포스다. 이때부터 모든 시장은 저마다 제각기 애플사의 신제품을 상상속에서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Cult Brand의 대명사인 애플 답게 두터운 마니아층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마니아들의 입김도 상당하다. 게다가 ‘나는 애플사에 들어갔다가 봤다.’ ‘해킹된 신제품 파일을 갖고 있다.’ ‘나한테는 미리 보여줬다.’등등 기자들의 버즈까지 그 어느 광고가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애플은 가만히 팔짱끼고 멀찍이 앉아 궁금해 동동 구르는 시장의 호기심이 절정에 다다를 때 까지 기다린다. 실제로 이런 신비주의 마케팅이 벌어들이는 광고효과는 4억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그 버즈가 어느 정도인지 감히 감도 못잡겠다.


그리고 드디어 시연회 날,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스티브 잡스는 어느 날 처럼 프리(?)하게 걸어나와 신제품을 발표한다. 프리하지만 똑부러지고 당찬 연설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이로써 애플의 신제품 마케팅은 일단락이 된다.

이밖에도 애플사의 Minimalism은 여러 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하얀 이어폰의 블랙 실루엣, 그리고... 아무런 슬로건도 없다. 하지만 모두 이것이 아이팟이란 것을 알고 있다. 애플 제품들의 일관된 minimalistic한 디자인까지 모두 이런 마케팅과 일직선상에 놓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것만을 알려주고 최소한의 것만을 제공하는 애플. 하지만 그럴 수록 사람들은 더욱 손을 벌린다.

하지만 이런 애플의 신비주의 마케팅은 어디까지나 제품의 혁신성과 어느 정도의 브랜드 점유율이 뒷받침 되어야 실행할 수 있다. 실컷 궁금하게 해놓고 제품이 엉망이라면 그 댓가는 배가 될 것이요, 아무리 궁금하게 하고 싶어도 사람들이 제작사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기업에서는 따라하고 싶어도 따라할 수 없는 마케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필자가 보는 또 하나의 애플사의 마케팅 열쇠는 바로 치밀함이다. 시연회 전까지의 신제품 정보 보안문제, 겉잡을 수 없이 만들어지는 시장의 Buzz를 Control하는 문제(안한다면 제품을 꺼내기도 전에 시장에 매장 당한다거나 컴플레인을 받을 수도 있다;;), 시연회에서 한번 더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는 스티브 잡스의 연설, 그리고 시장의 받아들여질 때를 알고 치고 들어오는 아이패드라는 혁신적 디바이스 개발과 런칭(태블릿 PC는 예전에도 있었다.)까지 무엇 하나 오차 없이 들어맞아야 성공할 수 있는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비주의 마케팅이 애플사만의 것은 아니다. 크게는 며느리의 며느리도 모를 콜라 제조법을 유지해오는 코카콜라부터 작게는 국내 유명 연애인들의 인기 관리나 유명가수들의 신곡 공개 전략까지 신비주의 마케팅은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적용, 활용되고 있다. 오늘처럼 너도나도 자기 신제품 알리기에 급급한 정보와 광고의 홍수시장 속에서 앞으로 이런 애플사 같은 신비주의 마케팅이 더욱 빛을 바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