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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6년

레트로 마케팅(Retro Marketing)

레트로 마케팅(Retro Marketing)


V.I.B 양다호


응팔부터 토토가까지 - 레트로? 레트로 마케팅!

최근 방송가에서는 연일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갱신하며 하나의 신드롬으로 거듭난 ‘응답하라’ 시리즈를 필두로 ‘토토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등 복고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력에 힘입어 마케팅에도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retrospective)' 열풍이 부는 모습이다.


레트로 마케팅이란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의 한 종류로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제품으로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광고 표현 기법처럼 소비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을 현대인의 기호와 필요에 맞게 해석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 또한 레트로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레트로 마케팅은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추억과 향수라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근간을 두기 때문에 설득력과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되살려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고 이미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레트로 마케팅의 강점

레트로 마케팅의 강점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강점은 레트로라는 개념이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여 안정적인 감정과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즐겁고 따뜻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속에서 현재의 어려운 현실을 위안 받는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회고 절정'이라 하는데, 나이가 든 사람에게 평생을 회고하게 하면 대개 10∼30세, 즉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의 기억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존재하던 익숙한 것들을 활용한 레트로 마케팅은 바쁘고 빠르게만 흘러가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포근함과 안정감을 주며 이는 자연스레 재품에 대한 공감과 호응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며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트로는 옛 것을 가져와 자칫 진부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한, 두 세대를 건너뛰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역설적인 신선함을 통해 과거의 기억은 더 이상 기성세대의 전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젊은층에게도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서게 된다. 다시 말해, 레트로 마케팅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 이해를 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레트로 마케팅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매우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다. 보통 어느 한 브랜드를 고객에게 인지시키는데 드는 광고와 마케팅 비용은 약 2백억 원이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에 브랜드를 접목시키는 레트로 마케팅은 기존에 존재하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막대한 홍보 비용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과거 안타깝게 사라진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를 일찌감치 검증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감을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레트로 마케팅 성공사례



지난 2012년 CJ제일제당에서 출시한 ‘남산N왕돈까스’는 레트로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제품은 1970년대, 특별한 날 경양식집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추억의 돈까스 맛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제품 홍보를 위해 ‘성적이 오르면 아빠가 사주시던 추억의 경양식집 돈까스처럼’과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카피와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한 복고풍의 제품 패키지를 활용했다. 이러한 레트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30, 40대부터 돈까스를 좋아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감성과 니즈에 접근할 수 있었고 출시 6개월 만에 2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며 돈까스 시장 전체에서 5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대웅제약의 우루사 광고 또한 레트로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최근 대웅제약은 1997년 방영했던 우루사 광고를 유투브, 페이스북, 네이버 TV캐스트 등에 재공개했다. 광고에서는 당시 임꺽정 역할로 인기를 얻었던 배우 정흥채 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피로야 까불지마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우루사의 효과와 효능을 알리고 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촌스러운 영상과 인상적인 문구를 통해 장년층에게는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층에게는 인지도와 관심을 제고하겠다는 업체의 전략은 적중했다. 한 번쯤 약을 복용했던 중년층에게 경쟁사의 새로운 약보다 신뢰감을 높여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음은 물론이고 광고를 공개한지 6일 만에 유투브와 페이스북에서 약 100만 건의 조회수와 좋아요 6000여 건을 기록하며 젊은층 사이에서도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레트로 마케팅의 실패사례와 유의점


그러나 이러한 레트로 마케팅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인 감각을 갖추지 않은 상태로 무분별하게 과거의 감성에만 접근하다가는 촌스러운 결과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중, 장년층과는 달리 그러한 기억이 없는 젊은 소비층에게는 제품이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위험성도 갖고 있다. 따라서 고객세분화 과정을 통해 타겟 소비자층을 명확히 한 뒤에 그들이 감성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만한 추억 속 요소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해야 한다.

실제로 삼립식품은 지난 2013년 ‘정통 크림빵’ 50주년을 기념해 '소프트 크리미 크림빵'을 새롭게 출시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기존 크림빵의 소비자 폭을 확대하기 위해 레트로 마케팅을 활용했지만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주기보다는 기존 브랜드의 명성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젊은 소비자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실패한 것이다.

반면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레트로 마케팅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제품도 존재한다. 1980년에 출시된 이래로 한 동안 판매량이 부진했던 동원F&B의 쿨피스는 불닭, 떡볶이 등 각종 매운 음식이 유행함에 따라 6년 전부터 포장 측면에 ‘쿨피스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삽입하는 등 제품 리뉴얼을 단행하며 매운 음식에 잘 어울리는 음료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2009년 80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4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성장하며 2013년에는 15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한 최근에는 탄산수에 대한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탄산을 넣은 쿨피스톡 복숭아맛과 파인애플맛을 새롭게 추가 출시하는 등 본질은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는 레트로 마케팅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 동안 레트로 마케팅은 경제위기와 함께 유행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더 이상 불황이나 사회적 불안정을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복고문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나간 시대를 추억하며 그 시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현하는 레트로는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레트로 마케팅을 활용하겠다고 해서 옛 것만 무조건 재현하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개선시키지 않은 레트로 마케팅은 추억팔이에 지나지 않으며 추억 속 제품의 이미지에조차 먹칠을 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레트로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현재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추억과 향수를 되새김질하려는 소비자의 감성을 헤아리는 노력과 함께 과거에는 깨닫지 못했던 매력요소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발전시켜 현재 상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참고문헌

1970년대 경양식집 그 맛… CJ제일제당 '남산N왕돈까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5&aid=0002784882

'향수 마케팅' 극과 극···얼마 못 가 단종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277&aid=0002999364

불황기 불꽃 튀는 ‘레트로 마케팅’

http://www.weeklytoday.com/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429

'응답하라 우루사 1997'…대웅제약, 추억 광고 재공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277&aid=0003646028

과거를 빌려 현재를 파는 레트로 마케팅 - 김병희

http://www.cheil.com/web/magazine/download.jsp?file=02_201404.pdf&path=magazine/kor/201404




15기 양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