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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브랜드 네이밍] 브랜드 네이밍의 유형, 그 장단.



상품의 시대에서 브랜드의 시대로



 5~10년 전의 분석,보고서,교과서 등을 들춰보면 '상품 판매에 있어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첫 머리에 항상 브랜드의 중요성을 길게 역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것들은 간단하게 첫 단에 '그건 너도 알 거라 믿는다.' 식의 도입으로 내용을 할애하고 있다. 그 예전의 보고서를 잘 읽은 기업들이 일시에 모두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건지 아니면 브랜드에 집중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찰스 다윈께서 언급했던 Natural Selection으로 도태되어 사라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시대는 '기업은 없고 브랜드가 남았다.'고 과장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브랜드의 시대 가운데에서 이 글은 다른 여러 요소들은 차치해두고 브랜드 네이밍을 화두로 삼으려 한다.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브랜드 명 VS 추상적인 브랜드 명


 먼저 브랜드 몇 가지를 떠올려 보자. 해서 떠오르는 브랜드 명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포괄적이며 일반적인 브랜드 명이고, 둘째는 추상적인 브랜드 명이다. 사실 사전적 의미나 철학, 논리학에서 통용되는 의미를 대면 포괄, 일반, 추상이라는 단어의 범위가 꽤 겹칠지 모르지만 '편의상' 이렇게 분류해보자.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브랜드 명의 경우 브랜드 명에서 상품의 특질을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초코파이', '홍초불닭' 을 보면 음식으로서의 상품의 핵심적인 특성인 생김새와 맛을 짐작할 수 있다. '자일리톨' 등은 상품 이름을 그 상품의 핵심 역량인 성분에서 그대로 차용했다. 영국의 'Going Place'가 여행사라는 것도 쉽게 짐작 가능하다. 심지어 '계란을 입혀 부쳐먹으면 맛있는 야채해물완자'도 있다. 이 수준까지 오면 상품명 외에 상품의 특성에 대해 첨언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알 수 있듯 포괄적/일반적인 브랜드 명은 '쉽다'. '이 상품이 이러이러한 상품이다.'라고 따로 설명할 필요성도 적고, 기억하기도 쉬워 홍보에의 제반 비용이 적게 발생한다.

 그에 비해 추상적인 브랜드 명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에어 조단' 'Cyon', 'PAVV', '블루버드', '안다미로'...모두 이름만 들어선 어떤 상품인지 짐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렴풋한 이미지만이 머리 속에 동동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브랜드들의 면면을 살피면 대개 실제로 고가이거나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필요로하는 제품군의 이름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반적/포괄적인 브랜드명으로 돌아가보면, 추상적 브랜드에 비해 물건의 가격이 낮은 브랜드들이다. (이 점에 대해선 본 웹진에서 따로 다루고 있는 글이 있다.)
 추상적 브랜드의 경우 한 가지 브랜드가 성공을 하면 그 과정이 어려운 만큼 보답을 받는다. 일반적 브랜드명이 가질 수 없는 차별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일반적 브랜드명의 경우 그 태생 상의 한계로 브랜드 명에서 '우린 특별하다.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얻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런 브랜드 명이 정착에 성공할 경우, 제품이 바뀌어도 브랜드 명은 유지된다는 점과 신제품을 런칭할 때 쓰는 '모 브랜드 확장전략'이 거의 모두 이런 추상적인 브랜드 명을 가진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하다. '초코파이 Ex', '굽네치킨 프리미엄'...생각만 해도 무섭다.



'망한' 이야기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브랜드 명이 실패한 경우는 수도 없고, 케이스도 굉장히 다양하다. 브랜드 명에서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자면, 제품의 어필을 실패해서 '듣도보도 못한 제품'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이 경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브랜드 명의 장점이 단점으로 그대로 돌아온다. 즉 알리는 것이 어렵고, 정착이 어렵다.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크게 관심두지 않으면 절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홍보에 돈 쓰다가 망한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일반적인' 브랜드 명을 가진 상품들은 주로 가격 면에서든 제품군 특징 면에서든 '널리 사랑받는' 상품들이다. 즉 상대적으로 소비재의 극단에 더 가깝다. 이런 면에서도 상품 특성과 브랜드 명의 속성이 일맥상통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널리 사랑받는 제품군의 가장 큰 위협, 동질성/무차별성/저관여의 문제가 이들의 발목을 자주 잡는다. 이젠 소비자의 상품 선택 기준에 있어서 상품 본연의 속성보다 브랜드의 비중이 높아진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그 동질성의 문제가 해결됐을까? 불행하게도 널리 사랑받는 제품, 기존에도 차별성의 힘이 적게 작용했던 소비재 군은 이 브랜드의 시대에서도 구원받지 못했다. 그 상품의 특성상 일반적,포괄적인 브랜드 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이젠 그 일반적 성격때문에 브랜드 명 자체가 침범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일례로 '오리온 초코파이'를 들 수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혼자 꼭대기에 서 있었을 때, 롯데제과에서 '롯데 초코파이'를 출시해버렸다. 오리온은 롯데에게 '초코파이' 네 글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결과는 롯데의 승리였다. '초코파이'는 상표라기보다 보통 명사에 가까워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최종 판결이 났고, 이로 인해 오리온은 당시 시장을 꽤 잠식당했다. 






 또 다른 일례로 '자일리톨 껌'을 들 수 있는데, 이 또한 오리온과 롯데의 분쟁이다. '롯데 자일리톨'의 출시에 벼르고 있던 오리온이 '오리온 자일리톨'을 출시한 것이다. (사적 원한이었을진 알 수 없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다. 초코파이 이외에 '후라보노 껌' 등으로 분쟁을 일으킨 롯데에게 오리온이 좋은 시선을 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 두 회사 간엔 의도적이고 경쟁적인 서로 베낌 사례-포카칩, 마가렛트 등-가 굉장히 많다.) 물론 자일리톨 껌 소송 또한 선점 기업인 롯데가 패배했다. 초코파이 때와 마찬가지로 성분을 상표명으로 했을 뿐이라는 판결이었다. 후라보노, 비타X00 시리즈도 선점기업이 브랜드 명을 지킬 수 없었다. 




 '우리은행', '홍초 불닭'의 경우 선점한 곳이 승리한 예이다. 홍초 불닭은 '불닭'이 일반적인 요리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불닭 상표를 먼저 썼다고 주장하는 '점포'와의 법적 분쟁에 패배해 브랜드명을 바꾸고 그 때까지의 이익을 보상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들의 항의가 굉장히 많았다. 신한, 하나, 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이 자사 사원들과의 회의에서 '우리은행을 위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을 호소하며 브랜드 명의 지나친 일반성을 지적했지만, 결국 우리은행은 상호 등록 당시 적법절차를 거쳤다는 판결을 받아 그대로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명을 지켜냈든 아니든 우리는 이러한 예에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브랜드 명은 분쟁에 자주 휘말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상품을 알리기 쉬운 만큼 지키기 어렵다.'고도 정리할 수 있겠다. 그 대처의 일환이면서 요새 트렌드인 서술형, 확장형 브랜드 명은 이름만으로 상품 특성을 알리기 쉬우면서도 상표권을 지키기 용이한 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형태는 간결성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딜레마를 벗어날 수 있을 묘안이 없다면, 이런 상품의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그 상쇄관계(Trade-off)를 진중히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좋은가?


 지금까지 살펴봤듯 두 가지 브랜드 명의 유형이 서로 장단이 강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틈새를 찌를 철저한 전략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상 제품의 브랜드 명을 정할 땐, 그 제품에 맞도록 브랜드 명 유형을 선택을 선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사 제품의 특성도 생각지 않고, 또 회사가 감수해야하는 단점과 상품을 보완할 장점도 생각지 않고 '최신 브랜드 네이밍 트렌드'라는 것을 섣불리 좇는 것은 수 많은 실패 케이스에 이름을 올리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물론 반짝 트렌드에 영합하여 단기적인 수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소 뒷걸음 격으로 얻게되는 이익보다 위 글에 거론되었던 굵직한 브랜드를 하나 만들어내는 것이 몇 배의 이득임을 알고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