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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브랜드네이밍] ‘생생한 화질이 나오는 TV’는 왜 없을까?


  제품에는 저마다 이름이 있다. 우리가 늘 먹는 제품에도,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있는 컴퓨터에도, 심지어는 한떨기 스쳐지나가고 사라질 제품에 까지도. 이런 제품의 이름은 저마다 제품 고유의 속성을 담고 있으며, 서로 차별화를 일으켜 소비자의 머리속에 정리,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의 머릿속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나름대로 제품이름을 잘 짓는 일종의 ‘작명법’들도 여럿 등장하였다.

 

1. 모범생같은 네이밍은 하지 말아라.

2. 가급적 4음절 이내로 만들어라

3. 제품의 속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4. 트렌드를 접목시켜라.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네이밍의 기술. 박문기, 브랜드38 연구소저. 김앤김북스에서 발췌)

 

슈퍼마켓 VS 하이마트

    필자가 단순히 입이 심심해서 과자를 고르려고 진열대로 향했다. 그러자 요상한 이름들의 과자들이  반겼다. XX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총각의 맛있는..부터 식이섬유가 들어간 바나나로 속을 채운 초코바..등 이름이 거의 한문장 급인 제품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음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바나나는 원래 뽀얗다는둥, 미녀는 석류를 좋아한다는둥, ‘우유속에 뭐가 들어갔다‘는 식의 이름은 흔하게 볼수 있었다.

                   - 친구한테 소개하기가 겁난다. "야, 식이섬유가 함유된 바나나로....에이씨 암튼 이거 먹어봤냐?"

  하지만, 몇일전 제품 수리 때문에 하이마트를 간적이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제품명이 한문장인 경우가 없었다. 다들 고급스러운 외국어 단어로된 이름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두가지 장소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작명법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잘못된 이름들인가? 단체로 바보들인건가?! 대체 왜 이런 재밌는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저관여 vs 고관여

  슈퍼마켓에서 파는 제품들 대부분의 경우는 대부분 ‘저관여’ 제품으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생각도 않고 무심코 사는 경우가 많은 제품인 것이다. 이러한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은 구매를 위해 사전조사를 하는 경우도 없고, 구매 결과에 불만을 품는 경우도 별로 없다(물론..먹는거에서 이상한게 나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여기서는 ‘맛’등 제품속성에 기반한 만족도를 얘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고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다. 소비자들은 별 생각 없으니, 세뇌시키듯이 머릿속에 넣어 보겠다는 심보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키포인트가 도출될 수 있다. 소비자가 무심코 결정한다는 것은, 제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 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매의 그 순간(POP)에 소비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선택에 차별화를 줘야만 한다. 그럼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느냐? 제품 이름에 최대한 제품의 속성을 구겨 넣는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과자를 구매할 때 대부분 제품 이름을 흘겨 보면서 선택하기 때문에, 제품이름에 다른제품과 차별화 되는 속성을 반영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관여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제품의 이름에는 큰 관심이 없으니, 제품 이름이 짧으나, 기나 상관이 없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또 물론, 예외도 있다.)

  그러나, 하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고관여’ 제품으로 구분된다. 무심코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관여 제품 구매를 위해서는 최대한 정보를 모으는 정성을 보일뿐더러, 각 제품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형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속에서, 제품의 이름이 길면 어떻게 될까? 고관여 제품의 경우 대부분이 제품수명이 짧지 않은 편에 속하고, 각 제품마다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최대한 소비자들의 쉽게 오르내릴수 있어야 한다. (저관여 제품처럼 구매의 순간에 굳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알고 있거나, 혹은 정보를 제공하기엔 정보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생생한 화질과 빵빵한 사운드가 나오는 짱좋은 TV’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다음에 이 라인의 신제품 이름은 대체 어떻게 지을것인가? 시대상황이 이미 생생한 화질과 빵빵한 사운드가 더 이상 차별화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제품명은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소비자들은 이미 제품이름을 축약해서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하이마트와 슈퍼마켓들의 제품들은 결국 ‘작명법’의 법칙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단지 상황에 맞춰 몇가지 항목에만 집중했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외는 존재한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한다는 이 제품의 경우는 제품이름이 제법 긴데도 불구하고 사람들 입에서 많이 회자되곤 했다. 이유는 바로 CF의 징글이었다. 그당시 유명 인기모델을 사용해 부른 이 징글은 제품명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감정을 일으켜 회자되게끔 만든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네임의 세계는 변수가 많고, 그렇다 보니 매우 재밌는 세계이다. 앞으로 이러한 분야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 보는 것은 마케팅 전술 개발에 있어서 상당히 유효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