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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라이벌]현대차가 이기는 법


  "현대차는 강한 라이벌이다". 도요타회장이 2007년 말 한국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현대차가 요즘 점점 커지고 있다. 요즘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도 차를 많이 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강적이 있는 곳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며 현대차가 가진 강점으로 '싸고 품질 좋은 차'를 생산하는 점을 들었다. 약 10년전만해도 현대차는 평균 이하의 품질로 유명했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현대가 미국시장에서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현대는 모델과 마케팅을 재정비하고 '10년 보증'을 배경으로 젊은이들과 예산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전략을 써왔으며 이제는 SUV와 미니밴, 대형 세단 등 고수익부문으로 밀고 들어가고 있다. 싼타페와 같은 모델들로 통상 도요타나 혼다, 아니면 '빅3'제품들을 고려하던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더니 이제는 '싸고 품질 좋은 차'를 넘어 마침내 제네시스와 최근에 발표한 신형 에쿠스를 내세우며 렉서스, 벤츠의 라이벌을 자청하고 나섰다. 
 시작은 비쩍 마른 아이와 같았으나 이제는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현대차, 당당히 도요타 등의 라이벌로 인정받는 오늘날의 현대차는 어떤 마케팅이 뒷받침 됬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 무너진 신뢰구축을 위한 강력한 보증제도 
  중형차 시장은 북미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시장에서 현대차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 진출 당시 현대차는 값싼 가격을 내세워 단기적 판매위주의 촉진전략을 쓰며 판매에 주력했다. 판매량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전략은 통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판매 이후의 서비스나 소비자 불만 해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해외진출은 실패가 이미 예견된 것이였다.소비자들은 현대의 서비스에 분노했으며, 소비자들 사이에 신뢰성과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형성된 현대차의 부정적 이미지는 차후 90년대 후반까지 현대차의 발목을 잡게된다. 
   98년 미시장에서의 극심한 판매고를 극복하고 도약을 꿈꾸면서 현대차는 특단의 수단을 강구해야했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판을 받고 있는 현대차는 경쟁업체가 받고있는 신뢰를 따라잡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그들이 제공하고 있는 보장서비스를 훨씬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였다. ‘2년 2만4천마일 Warranty’가 일반적이었던 당시, 현대자동차의 ‘10년 10만마일 보증’을 들고 나왔다. 이를 두고 당시 일본의 경쟁사인 도요타나 혼다 등은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다. 당장의 판매증가를 위한, 지나치게 모험적인 마케팅 플랜이라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 'America's Best WARRANTY'전략은 현대차가 신뢰를 구축하고 새롭게 도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현재 현대차의 해외시장 운명을 결정지은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평가된다.
  경쟁업체에게 뒤지고 있는가? 그들보다 못한 신뢰를 받고 있는가? 해결책은 어찌보면 자명하다. "그들이 제공하는 것 보다 
더 큰 신뢰를 제공하라"  
■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마케팅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세계를 드리우면서 특히 그 시작을 가져온 미국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이런 경제침체 하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중 하나는 바로 자동차산업이다. 자동차는 당장 없으면 죽는 필수재가 아
니기때문에 사람들은 신차구입을 미루게 된다. 현대차는 더욱 강력해진 보증제도로 이에 대응했고 현대차가 지난 1월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2만4512대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한 것이며, 전월에 비해서는 2% 늘어난 수치다. 고환율 호재를 고려하더라도 GM과 포드, 도요타, 혼다의 1월 판매량이 각각 49%, 40%, 32%, 25% 급감한 것에 비하면 현대차의 실적은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이같은 판매 호조는 현대차가 제공하는 막강한 품질보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파격적인 보증제도를 도입하며 영업을 강화해 왔다. 현대차는 미국내 공인 딜러를 통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10년-10만마일(약 16만킬로미터) 동안 동력계통(엔진과 트랜스미션) 보증을 제공한다. 또 5년-6만마일에 대해 일반부품에 대한 무상수리를 해준다. 이밖에도 주행거리와 관계없이 7년 동안 차량 부식에 대해 책임지며, 5년 간은 고장 차량 구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현대차가 한국 내에서 제공하는 보증제도는 물론 미국 내 경쟁사들보다도 강력한 서비스다.
 
  그런데 현대차 판매호조를 이끈 결정적인 마케팅이 더 있다. '실직보장서비스'이다. 현대차 구입자가 구입 1년내에 실직을 당하면 현대가 차를 되사주겠다는 보장제도로 미 자동차 업계 최초로 실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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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자동차 판매가격에서 고객이 지불한 금액을 뺀 나머지 미상환금액을 잔존가치로 인정해 되사줌으로써 고객이 재판매에 따른 손해를 보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대출을 받아 2만달러짜리 차를 구입하고 매월 400달러씩 1년동안 4800달러를 냈을 경우, 1만 5200달러에 현대차에서 되사주게된다. 중고차 감정가격이 미상환금액보다 최대 7500달러까지 떨어지더라도 현대차에서는 1만5200달러에 매입해준다. 현재는 자동차를 구입할 능력과 의사가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실직을 우려해 구매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고객층을 겨냥한 마케팅인 것이다. 
  일본의 도요타,혼다와 같은 경쟁업체들이 무이자 할부까지 내놓았지만 고객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지 못하고 있을 때 현대차는 오히려 실직공포를 역이용하는 마케팅으로 고객의 마음을 끌었다. "지금은 돈이 있지만 실직당할까봐 차를 못사겠다고? 그래도 일단 사봐, 실직당하면 우리가 다시 사줄께". 대략 이러한 맥락의 이 마케팅은 직관적이다 못해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그래서 기발하다.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현대차만의 강력한 보장제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놓았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준, 경쟁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수준을 한단계 뛰어넘는 놀라운 보장제도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현대차가 이기는 법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