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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라이벌] 닌텐도와 비디오 게임기 시장 - 기본에 충실한 혁신



글을 시작하며...

비디오 게임기 시장은 다른 시장들과는 다른, 어떤 특이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IT'라는 주제가 일반 대중들과 제일 밀접하게 와닿는 시장들 중 하나라는 점,
그리고 시장에 뛰어든 각 경쟁사들마다 뚜렷한 특징과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고,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또한 어느 한 기업이 Winner로서 오래 군림하지 않은,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제가 논의하려고 하는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비디오 게임은,
일반적으로 많이들 알고 계신... TV 등에 연결하는 가정용 게임기로 한정짓겠습니다.
닌텐도 DS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나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기는 제외하도록 하구요.)

이 글에서는 '닌텐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이 기업이 어떻게 라이벌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다시 세계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는지에 관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닌텐도



사실 닌텐도는 원래 게임기를 만드는 IT업체가 아니었습니다. 화투나 트럼프를 만들던 기업이었죠.
이들이 내놓은 첫 번째 비디오 게임기인 '패미콤'은 일본 시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게 됩니다.
이후 '슈퍼 패미콤(SFC)'까지 순조롭게 히트를 시키며 잘 나가는가 싶더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한동안 절치부심 하다가, 최근의 '위(Wii)'의 성공으로 다시 우뚝 일어섰죠.



● 닌텐도 자체의 킬러 콘텐츠


닌텐도가 다른 비디오 게임기 제조사들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스스로 소유하고 있는 게임 시리즈나 콘텐츠의 양과 질에 있어서 소니나 MS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마리오, 포켓 몬스터, 동키콩 등은 전부 그 오리지널이 닌텐도가 만든 게임이며,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콘텐츠적 강점에, 닌텐도가 가진 우수한 게임 개발력이 결합되어
자신들의 게임 플랫폼 (패미콤, Wii 등) 에 독점적으로 출시함으로써
닌텐도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 닌텐도 게임기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곧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도 이제 태어나신지 20대를 넘으셨나.. 그럴듯..)

(우리에게는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친숙한 포켓몬.)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왕좌를 내주고나서 Wii로 재기하기까지 사이에
닌텐도가 오랜 암흑기에 있었을 때 꾸준히 그 존재를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 - 시간의 오카리나. 플레이스테이션에 완전히 밀렸던 닌텐도64 플랫폼으로 출시된 RPG게임.
비디오 게임 분야에서 신뢰성 있는 평가로 유명한 '패미통'의 리뷰에서 만점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이것 하나만 보고 닌텐도64를 구입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Role-Playing Game들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작.)

● 게임의 본질로의 회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에 대한 명확한 비전.

Wii의 성공은 닌텐도의 일관된 게임, 게임기 개발 철학이 시장에서 통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게임, 게임기를 만드는 것'은 닌텐도가 꾸준히 추구한 가치였고
이는 닌텐도 초기 게임기인 '패미콤(FamilyCom)'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또한 당시 닌텐도가 내놓아 성공한 게임 타이틀에는 마리오가 포함이 되어 있는데,
그 성공 요소는 복잡한게 아니라, 직관적인 조작에 원초적인 재미를 준 단순성에 있었습니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비디오 게임 시장에 고사양 경쟁이 불이 붙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에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시작한 이 경쟁에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로 합류하고,
닌텐도 역시 닌텐도64, 게임큐브 등을 내 놓았지만,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번번히 좌절하고 맙니다.
닌텐도 자체의 전략적 실책도 있었지만, 소니의 게임 시장에서의 뛰어난 전략적 포지셔닝 (하드웨어에 집중하고,
소프트웨어는 킬러 게임 컨텐츠 제작사들을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취함),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막대한 자금력 등이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드림캐스트 이후 게임기 사업을 접은 세가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겠습니다.)

'과연 이 시점에서 닌텐도가 내 놓아야 하는 게임기는 무엇인가?'
닌텐도 개발자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플레이스테이션2,3와
X-BOX를 내 놓고 고사양 경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더 좋은 그래픽과 훌륭한 사운드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게임기로서 말이죠.
태생이 대기업이 아닌 닌텐도로서는 이런 자금력이 많이 드는 싸움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닌텐도가 주목한 것은 다름아니라 게임의 본질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즐거워 지기 위해서라는거죠. 아무도 스트레스를 받고 싶어서 게임을 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주류 비디오 게임기였던 플레이스테이션 2,3나 X-BOX, X-BOX 360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 대다수는
게임 초심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게임들 위주였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게임들을 거실 TV 앞에서 게임 패드를 잡고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리가 없겠죠.

닌텐도가 선택한 돌파구는 이러한 틀을 깨는데에 있었습니다.


● 기본을 지키면서 상식을 뒤엎은 혁명

우선,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타 경쟁사들과의 고사양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적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포기한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임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선택이 Wii의 확산에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는 가격이 600달러에 육박하면서 단순한 비디오 게임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의 가격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확산되었고, 상대적으로 250달러 내외의 가격인
닌텐도 Wii가 이 부분에서 부각되게 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 엄청나게 비싼 물건이고, 덕분에 욕도 많이 먹었다.)

컨트롤러 형태의 변경은 정말 상식을 뒤엎는 일인데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는 정말 위험한 선택입니다.
도박에 가까운 거죠. '되겠다'는 확신 없이는 저지르기 힘든 일입니다.
거의 관념처럼 굳어져 왔던 조이패드 형태의 컨트롤러를 과감히 리모콘 형태로 바꿔버립니다.
덕분에, 좀 더 활동적인 게임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리모콘의 형태이기 때문에,
손에 쥐고 흔들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기존 비디오 게임기 시장의 수요층인 비디오 게이머들에게는 '음..뭐지? 이상한데 =_=..' 정도의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Wii 리모컨에 대한 공식 홈페이지 설명.)

그러나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다른 게임 플랫폼에서는 보기 힘든 게임들의 출시가 이어졌고,
소비자의 수요 역시 폭발적이었습니다.

(살을 재미있게 뺄 수 있다는 컨셉의 Wii Fit의 대 히트는 이런 컨트롤러 형태의 전환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Wii Fit과 같은 게임의 등장은 '앉아서만 하는 게임'이라는 사회적 선입관을 깨는 혁명적인 변화라고 평가받을 만 합니다.
이는 게임에 부정적이던 계층에 효과적으로 소구하는 방법이 되고,
기존에 게임기 개발사들이 '우리 시장의 수요층'이라고 쉽게 생각하지 않았던 여성들이나 장년층들이
게임기 시장에 합류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합류한 수요층은 온전히 Wii가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Wii와 Wii Fit등의 컨텐츠가 마음에 든 것이지, '비디오 게임'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한 것은 아니니까요.
'시장의 파이를 독점적으로 키웠다'라고 하면 표현이 맞을까요?
플레이스테이션 3 등의 다른 게임기들이 쉽사리 들어올 수 없는 견고한 진입장벽 역시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모든 것들을 효과적으로 잠재 수요층에게 전달하기 위해 닌텐도가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유명인과 일반인을 기용한
대대적인 CF 광고였습니다.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유명 연예인이 나와서 '정말 즐겁게 게임을 하는' 모습,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것인데요.

(Wii CF 중 일부)
Wii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자체가 컨트롤러의 형태 덕택에 당연히 활동적일 수 밖에 없고,
또한 '유명인이, 온 가족이 그렇게 활동적인 게임을 즐겁게 같이 하고 있는' 광고의 모습,
이 점이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긍정적으로 접근해 들어갑니다.
여기에 위에서 설명했던 '닌텐도만이 소유한, 친숙한 콘텐츠'와의 결합, 그리고 저렴한 가격.
이 외에 이 글에서 언급되지 않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Wii는 역사상 제일 빠르게 팔린 게임기라는 영예와 함께,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제치고
닌텐도가 시장에서 1위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라이벌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 한 부분을 파고들었던, 닌텐도의 승리죠.


Posted by k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