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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향기마케팅] 한번 맡아볼텨?





   최근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오감을 이용한 감성 마케팅이 번지고 있다. 종전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오감 중에서도 시각적이 부분에 많이 치중해 있었다. 상대적으로 카드 디자인이나 색깔 등 시각적이 요소에 많은 집중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들은 더 이상 시각적 효과만 노리지 않는다. 후각, 촉각 등을 이용한 카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오감을 이용한 마케팅은 사실 그렇게 새롭거나 신선한 마케팅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마케팅 방법 중 하나이다. 아마도 어느 제품이나 상품에 다양한 방법으로 얼마든지 응용 가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집안 사람들 중 가장 냄새에 민감하다고 평가되는 필자의 경우, 사실 특히 냄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좋은 향기와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상점에서 지름신과 접신하는 일이 허다해서 예정에 없던 지출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한 것을 보면 오감을 이용한 마케팅(특히 본인의 경우 후각에 의한)이 정말 효과가 있긴 있는가 보다.

 

 

후각을 이용한 마케팅인 향기마케팅은 향기가 사람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아로마테라피(향기치료)가 알려지면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용도가 넓어지면서 향기 상품도 대중화되었다. 실제 실용화 한 것은 일본으로, 1949년 비누회사인 미쓰와사가 아사히 신문에 향기 나는 광고를 한 것을 향기 마케팅의 시초로 본다. 당시 비누 향을 극소형 캡슐에 담아 종이에 바르거나 향료를 잉크에 섞어 인쇄를 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신문의 잉크 냄새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최초로 향기 마케팅을 시도한 미쓰와사의 광고.

                                        비록 광고자체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후 유럽 등지에서

                                              향기를 마케팅에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화관에서 사용하는 향기 마케팅이라면 흔히 영화관에서 언제나 달달하고 고소하게 풍기는 팝콘 냄새를 떠올리지만 영화 자체를 위해 향기 마케팅이 활용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금성무, 진혜림이 주연으로 출연한 홍콩 영화 '라벤더'의 경우, 2000년 개봉 당시, 영화 제목에 맞춰 영화 관람 내내 영화관에서 라벤더 향을 분사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영화관 세 군데에서 실제 향기를 발사하였는데, 이 영화는 8주만에 1,5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는 등 상당한 흥행성공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용 포스터와 홍콩 용 포스터. 여담이지만 천사 분장을 한 보송보송한 금성무를 보고 싶다면 강추하는 바이다.   비록 손발은 오글오글할지라도 눈은 보신한다.>

 

 

향기 마케팅으로 톡톡한 효과를 또 다른 경우로는 이랜드 계열의 의류브랜드 후아유(WHOAU)’가 있다. 후아유는 브랜드의 컨셉이 캘리포니아라는 것을 이용해 캘리포니아의 주 산물인 오렌지 향을 활용했는데, 후아유 매장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는 방향제가 아니라 ㈜바이오미스트에서 개발한 ‘드림’(또는 캘리포니아드림)이라는 향수이다. 후아유 매장에서만 분사되는 이 향수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향기 가운데 수 차례 샘플 테스트를 거쳐 선정된 것으로 별도 제작되었다. 브랜드 출시 초기부터 반응이 좋아서 의류에 배어있는 향이 지워지지 않게 해줄 수는 없느냐고 문의가 올 정도라고. 이렇듯 특유의 향은 고객들의 후각을 자극하는 한편 후아유 브랜드 이미지까지 함께 전달하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도 이 향기를 이끌려 일부러 후아유 매장을 들렸다가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아무 것도 안하고 지나가기가 멋쩍어 괜히 걸려있는 옷들을 뒤적이다 보면, 꼭 한 벌씩 사고 싶어 지는 것이 있더라.>







앞서 최근 신용카드에서 유행하는 오감마케팅에 관해 언급했듯이 향기 마케팅을 이용한 카드도 당연히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BC카드의 ‘나만의 향기 카드’. 일명 향기카드라 불리는 이 신용카드는 카드 표면에 특수 금속판을 부착해 원하는 향기를 카드 자체에 지닐 수 있게 한 것으로 최장 한 달 이상 향기가 지속되고, 다른 향수로 바꿀 수도 있다. 향기카드가 새로운 점은 한 가지 향을 가진 스티커를 부착한 기존 방식의 향기카드와는 달리, 카드표면에 있는 ‘향기아이콘’에 고객이 좋아하는 향수를 직접 뿌려 나만의 개성 있는 향기를 가진 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향기가 사라지면 다시 향수를 넣어 지속적으로 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카드의 향기를 바꾸고 싶을 때는 헤어 드라이어로 향기아이콘을 1~2분간 가열하면 기존 향기가 완전히 사라져 새로운 향기로 교체도 가능하다. 


                     <흠, 과연 직접적인 매출과는 얼마나 관계가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서도…

               이것도 여담이지만 BC카드의 다음 타자는 '소리카드' 라던데, 최근 변화 노력중인가?>





인간의 후각을 자극하여 매출이 일어나게 하는 것을 모두 향기학(Aromacology)이라고 부른다. 후각은 두뇌 자극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 시각이나 청각 등 다른 감각 기관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냄새의 농도가 낮거나 오래 전에 맡은 향기라도 우리들의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억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맡았던 향기는 그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에는 가장 탁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인간의 오감 중에서도 후각은 특히 그 대상으로부터 외면하기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보고 싶지 않다면 눈을 감으면 되고, 듣고 싶지 않다면 귀를 막으면 되고, 맛보고 싶지 않다면 입을 다물면 되며, 느끼고 싶지 않다면 만지지 않으면 되지만, 냄새를 피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맡고 싶지 않으면 코를 막으면 되지 않나라고 반론하고 싶겠지만 아쉽게도 인간의 코는 냄새를 맡는 기능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숨쉬는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기능에 비해 인위적으로 중단시키기가 상당히 힘이 든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후각이야 말로 다른 감각에 비해 마케팅적으로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기억에도 오래 남고, 쉽게 외면하기도 힘들다.


*참고 자료

쇼핑 공간의 분위기학 - 이은엽,emars, 2004.

향기마케팅 -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