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rketing Review/2009년

서울의 지하, 그곳에서 문화의 가능성을 만나다 - 메세나의 가능성

 

    우리는 흔히 예술의 도시하면 파리를 떠올린다. 또, 재즈를 듣게 되면 뉴올리언즈에 대한 동경이 생기기도 하고, 브로드웨이의 연극들을 보면서 그곳에 가보고 싶단 꿈을 꾸기도 한다. 이러한 도시들은 저마다 문화적인 특색을 갖추어서 전 세계인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필은 상품이 되어 여기저기서 팔리고 있다.


    이에 질세라, 몇년전부터 우리나라도 문화의 도시 경주, 자연의 도시 강원도등의 컨셉을 내세워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현시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특히 음악,미술등)라는 컨셉을 갖고 강력히 어필할 수 있는 도시는 과연 어디일까? 이 도시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어느 한 회사의 행동’을 주목하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Mecenat ???

    메세나. 이것은 쉽게 말하면 기업이 문화,예술,스포츠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의 주위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단어가 왜 튀어나온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어느 한 회사의 행동’이 바로 ‘메세나’라는 단어로 쉽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메세나협회는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에 ‘메세나공로상’을 수여하였다. 이들이 상을 받은 이유는 지하철역 이라는 답답한 공간안에 문화가 숨쉬는 공간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시행 직후, 서울의 시민들은 실제로 갖가지의 문화적인 체험을 쉽게, 그리고 부담없이 즐길수 있었다.


    지하철역은 어느새 라이브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림들이 전시된 전시장이 되었고, 예술인이 서있는 그곳은 콘크리트 동굴이 아닌 무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런 신선한 자극에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가 마련되자 여러 가지 다채로운 볼거리들이 등장했다. 남미 안데스지방의 음악이 들리기도 했고, 시민들이 만든 아카펠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학가, 홍대근처에서나 볼수 있었던 인디 밴드의 공연, 대학교의 밴드공연은 젊은 음색을 냈다. 연주회장에서나 들어봄직한 클래식 음악도 울렸고, 무명가수들의 노래가 울렸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아마추어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고, 갖가지 조각, 예술작품등이 통로를 순식간에 품격있는 전시회로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유명 가수까지 등장해 지하철에서 즉석 공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공주의 지하철 공연 포스터. 후후 귀엽구나...(앗..오빠 그런사람 아니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하철 역에서 이런 공연을 볼수 있다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클릭비 노민혁씨의 지하철 공연모습. 09.2월. 가사는 너야~~♪


서울메트로, 메세나를 통해 문화발전의 가능성을 품다


    문화라는 것은 건설작업처럼 사전분석과 밑그림을 마치고, 자본과 설비를 투자하여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처한 환경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지하철은 ‘서울’이라는 환경에서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물꼬’를 튼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로는 첫째, 사람들이 자연스럽고 최대한 많이 접할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렇게 많이 이용하고 있다규!! 서울메트로 수송실적 분석, 2005



    굳이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굳이 그곳으로 가지 않아도, 굳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지하철역 안에 형성된 문화에 노출이 된다. 문화라는 것이 사람들끼리 교류가 많을수록 발전하는것 처럼, 지하철역은 문화발전의 장소로써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두 번째는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창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최근의 문화상품들의 대형화,과점화 현상으로 인해 예술의 많은 장르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지 못한 예술들은 현실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설사 알리고 싶더라도 높은 문턱, 제한된 공간, 적은 관심등으로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하철역의 예술공간은 그러한 단점들을 최소화 시킬수 있다. 그리고 작은 가능성들을 지킬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최후의 보루를 지키기 위한 메세나적인 활동이 과연 효과적일까? 문화는 작은 불씨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례로, 쿠바 음악이라는 생소하고(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지방색 강한 작은 불씨가 전 세계를 매혹시킬지 누가 알았겠는가.(개인적으로 Buena Vista Social Club의 카네기 홀 공연 동영상을 보고 진한 감동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Buena Vista Social Club의 앨범. 카네기홀공연이 들어있다.
                    정말정말정말 사고 싶었지만!!!!세종대왕님이 허락하질 않으셨기에..님하!!ㅠ



    미국의 할렘가에서 흥얼거려졌던 흑인들의 Rap, 뉴올리언즈의 어느 한 식당에서 단순한 ‘볼거리’차원에서 시작한 재즈 처럼, 문화적인 다양성과 이를 지킬 공간이 존재 한다면, 언젠가 우리도 랩과 재즈 처럼 한국적인 것과 대중적인 것이 결합된 ‘새로운 것’이 탄생해 서 울이, 그리고 더 넓게는 한국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을까.


예술의 도시, 서울.


    최근 서울메트로에서는 각종 영화와 연극의 시사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울지하철공사는 어느새 ‘주인’이 아닌 단순한 ‘중간다리’역할에만 그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자생적 문화발생의 관리 또한 미흡한 실정이라, 좀더 다양한, 많은 문화를 끌어 안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좀더 적극적인 투자와 장기적 안목, 그리고 철저한 관리가 내심 아쉬워 진다. 한국적인 문화를 개발하고 알리자고 연일 떠들어 대면서 왜 이런거엔 소홀한걸까.

   
    문화는 자생적인것이긴 하지만, 자생적인 환경이 잘 갖춰질수 있게 ‘관리’ 한다면 문화가 꽃피우는 시간이 좀 더 단축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꽃피운 문화가 가져다주는 이익은 강력할 것이다. (작은 예로, 예전에 청계천 복원시 ‘청계천‘이라는 문화가 가져다줄 효과에 대해 과소 평가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또한 파리, 로마와 같은 도시가 오늘날처럼 문화아이콘으로 성장한것에는 투자와 전략, 그리고 관리가 있었다) 앞으로 투자,전략,관리등이 잘 이뤄져서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 된 지하철 역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예술의 정취를 흠뻑 느낄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성자 : 우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