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엘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이야기 두번째. 이번에는 키엘이 글로벌브랜드로서 각 나라의 문화와 컨텍스트에 따라 어떤 스토리전략을 구사하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키엘의 '믿음직스럽고, 도덕적이고, 착한' 스토리 전략(이전 글 참고) 설명은 생략하고 이번엔 미국에서의 스토리를 알아보죠...
"A worthwhile firm must have a purpose for its existence. Not only the everyday work-a-day purpose to earn a just profit, but beyond that, to improve in some way the quality of the community to which it is committed.” - company mission
-> 대충 '기업은 이윤을 추구할 뿐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바지해야 한다'는 뜻.
- 키엘 본점이 위치한 New York 13th St,, 3rd Ave.는 뉴암스텔담(네덜란드 점령기의 뉴욕 명칭)의 총독 페테르 스토이베산트가 처음 pear tree(배나무?)를 심은 곳으로 이후1867년 자동차 충돌사고로 나무가 파괴될 때까지 뉴욕에서 가장 유서있는 나무의 터로 알려졌다. 훗날 NY Holland Society에서 이 pear tree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키엘 건물에 훈장을 부여하고 공식적으로 Pear Tree Corner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키엘 건물이 리모델링을 위해 몇 년간 이웃으로 이사를 하게되어 이 훈장의 정당성에 논란이 있었는데, 2003년 드디어 건물이 원래 장소인 13th St. 3rd Ave.로 이전하게 되면서 뉴욕시에서는 pear tree 훈장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11월 12일을 '키엘의 날'로 선포했다.
뭔가 쫌 억지로 붙인 듯도 하지만, 일단 키엘은 이 뉴욕시 공인 배나무훈장 덕분에 뉴욕과 역사를 같이한 토박이 기업이라는 입지를 확실히 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키엘의 날'까지 생겼으니. 어쨌은 키엘은 이런 기업 정체성을 바탕으로 뉴욕을 거점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나 행사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운동을 시작으로, 반려동물 입양 프로그램, gay pride parade 후원 등등...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키엘이 레이싱 오토바이(racing motorcycle)행사를 후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초대 키엘 가족이 레이싱(특히 오토바이였던 듯)에 큰 관심을 갖고 빈티지 오토바이를 수집한 이래로 키엘은 그 전통을 이어 06년부터 The Legend of Motorcycle이라는 가장 아티스틱한 빈티지 오토바이(Harley Davidsons, Indians,Ducati 등) 경연대회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할리데이빗슨과 키엘이라는 부조화스러운 결합을 왜 굳이 키엘 히스토리로 만든건지 아리송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나름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거겠죠? 이러한 키엘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키엘을 매우 '미국적이고, 뉴욕적인 가치와 전통에 부합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지극히 미국적인 컨텍스트가 없다면 이러한 키엘스토리는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 미국적인 스토리는 키엘이 한국에 론칭할 때는 자연스럽게 생략되었습니다.
같은 키엘인데도 미국과 한국에서의 스토리가 다른 점은 (세대의 차이가 아닌 지역의 차이에 의한) 컨텍스트의 소멸과 그에 따른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키엘의 날'이 지정된 것도, 키엘이 'The Legend~'대회를 후원하기 시작한 것도 로레알이 키엘을 인수한 2000년 이후라는 점에 있습니다. 거대 글로벌 기업의 목소리는 죽이고, 키엘의 본래 스토리 중 필요한 부분은 강조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생략하는 신디사이징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no offense!)
작성자: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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