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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8년

제국은 무너지는가 - 스타벅스

 이번주 미션이 ‘기업의 해외진출 실패사례’이다. 미션을 받는순간, 노키아부터 시작해서, 스프라이트, 유망중소기업들의 이야기, 팔콤사 이야기, 아니면 문화콘텐츠 관련(영화나 드라마등..)얘기를 할까 고민하던 중에, 결국 고른것이 엉뚱하게 현재 우리나라에 진출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 과연 주제에 어울리는 소재일까? 한국에서 펄펄 날고 있는 기업을 소재로 하다니!! 어쩌면 딴소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스타벅스의 구미쪽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딴소리는 미래를 예측해 보는 차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많은 마케팅 관련 서적에서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꼽히는 기업이다. 차별화되는 매장 분위기, 커피의 고품질화와 다양화, 사회공헌활동, 새로운 문화창조등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했고, 창조해냈다. 그 결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성마케팅’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성공 또한 뒤따랐다. 엄청난 성장세는 전 세계를 뒤덮었고, 스타벅스는 감성마케팅의 알렉산더가 되었다. 그리고 이 정복왕은 우리나라에 와서도 유감없는 위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그 영원할것만 같던 성장세도 서서히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세계적인 경제불황까지 겹쳐서 스타벅스의 지난 4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1억5850만달러에서 96% 급감한 540만달러를 기록했다(미국 이야기). 이정도면 주춤이 아니라, ‘휘청’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스타벅스가 뭔가 잘못된 전략을 구사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일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란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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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학자 갈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는 인간의 욕구를 need와 want로 나누었다. 그중 need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어느정도 충족이 가능하지만, want는 절대 채워질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want를 기업이 자꾸 자극을 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 보자. 몇십년 전만해도 ‘피부에 바르는 것’ 하면 사람들은 ‘로션’ 정도만을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에게 피부에 바르는 것을 물어본다면, 대답을 예상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그냥 로션부터 시작해서 핸드크림, 풋크림, 아이크림, 바디로션등 분야별로 나뉘어져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도 기능적인 측면으로 분화(안티에이징, 미백, 보습등)가 된다면, 대답은 백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나오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과연 핸드크림, 풋크림, 아이크림등이 필요할까? 물론 당위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제품이 나오기 까지, 사람들은 이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아니, 모르고 있었다. 제품이 나오고, 그리고 기업들이 제품을 팔기 위해 그 필요성을 사람들의 인식속에 심어준 것이다. 결국 기업은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는’것이 아니라 ‘자극하여’ 물건을 팔게 된 것이다.(이 점에 대해서 쓰고싶은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우리나라의 스타벅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존커피의 두배이상의 가격을 내고 커피를 마실 필요가 있을까? 한국사회의 ‘젊은층이 모여서 쉴 수 있는 공간의 부족’, ‘서양생활의 동경’이라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는 자신들의 당위성을 소비자들에게 자극했다. 그리고 그 당위성은 상황과 맞물려 스타벅스를 찾게 되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계속적으로 소비자를 자극했으며, 어느새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파는 곳’에서 ‘만남의 장소’를 지나 ‘현재 한국사회의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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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에서는 커피가 일상적인 음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종의 '이미지'(고급스러운, 세련된등)적인 측면에 의해 커피를 들고다니거나 마시는 경우가 강한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시장에 기업이 한 개만 있을 때에는 자극이든, 찾아내는것이든 상관은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은 한두개가 아니다. 스타벅스의 예로 돌아오면, 스타벅스가 생긴 이
래로, 우리나라에는 커피빈, 파스꾸치, 엔젤리너스, 제퓌르, 로즈버드등등 수많은 경쟁기업이 생겼다.  게다가 이들도 스타벅스와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비슷한 매장분위기, 비슷한 커피를 팔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스타벅스가 초창기에는 유리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

 또한 스타벅스는 감성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현시대에서의 감성마케팅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감성을 중심으로 하는 것인 만큼 유지하기도 어렵고, 변수도 많다. 소비자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정보의 홍수라는 ‘자극의 시대’에 살고있다. 주위에서 계속 자극이 들어오는데,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물론, 광고를 통해 이미지를 굳히고 브랜드 애호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광고는 별 효과가 없을수도 있다.(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고도, 브랜드 자산을 구축, 성장시켰다. 이점은 굉장히 유효했고, 적절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밑의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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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광고의 예. 하지만 이것은 슈퍼에서 판매하는 제품만 해당된다.


 브랜드 애호도의 경우, 할리 데이비슨과 같이 다른 제품과의 독특한 차별점(엔진의 굉음, 독특한 디자인등)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소비자는 같은 조건하에 더 좋은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경우, 초창기에 유리했던 ‘차별화된 커피’라는 제품의 차별점은 이미 경쟁자들에 의해 ‘평범한 커피’로 전락해 버렸다(분위기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고가격이라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는 면에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외부상황변화에(불경기) 쉽게 브랜드 애호도의 하락(이는 곧 소비의 하락으로 연결)이 이루어 질수 있다. 같은 분위기, 인지하는 커피의 품질이 동일한 상태에서, 가격은 매우 중요한 전략의 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광고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수 있을까?

 결국 스타벅스는 기존에 있던 자신의 차별성(제품, 분위기)에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지키지 못한다면 경쟁자들에게 의해 그 수익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유통의 확대, 제품의 다양화, 광고 등이 스타벅스의 혁신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다행히, 스타벅스는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때에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영속적인 기업이 될수 없다. 따라서 이에 적절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몇 년 후에는 정말로 ‘기업의 해외진출 실패사례’에서 다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초창기에 화려한 성공이 있었을지라도)

 
                                                                                                                작성자 : 우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