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을 생각하면 낱개포장이 되어있는 고급 스낵류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초코파이, 빅파이, 산도, 후렌치파이, 카스타드 정도.. 다른 많은 종류들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실 지금도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많은 고급스낵류들 중에서 나중에 살아남을 것들은 위에 언급한 것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중 가장 대표라고 할 만한 상품은 역시 초코파이가 아닐까 싶다. 오랜 전통과 맛뿐만 아니라 ‘정’이라는 감정적 소구에 호소하는 마케팅으로 다른 스낵류와는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이 ‘정’이라는 의미를 가진 초코파이는 오리온 제과에서 만든 초코파이이다. 지금의 초코파이를 최초로 만든 곳이 오리온 제과이나 다른 제과사에서 동일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가 초코파이하면 ‘정’=오리온 초코파이를 생각하는 것은 마치 미국사람들이 콜라를 코크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사실 필자도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회사가 그렇게 많았는지 군대에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회사가 많다는 사실은 초코파이를 원조상품인 오리온 초코파이에는 큰 타격이었다. 74년에 처음 선보인 오리온 초코파이는 80년대 말 타 제과사들의 생산으로 시장점유율 급감이라는 위기를 맞는다. 특허출원이 안 되어있었기에 방어막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리온 제과는 이 위기에 많은 자성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동안 생산과 운영에만 집중했던 것을 마케팅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그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어 현재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 파이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서는 중국의 사례에 대해 다루어 보려고 한다.
중국은 그들의 첫 진출 시장이었다. 오리온은 지난 92년 베이징 현지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95년 중국 베이징의 OFC(오리온 식품 유한 공사), 97년 상하이의 OFS(오리온 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설립, 중국 현지화 시대를 열었다.
오리온은 처음부터 중국 전체를 타겟으로 잡지 않았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고, 그로 인해 지역색도 다양하기 때문에 그 국가를 하나로 타겟으로 잡는 다는 것은 실패할 수 있는 요인이다. 오리온은 따라서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거점시장 전략을 구사하였다. 먼저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북경, 천진, 심양, 대련, 청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략하였고 그 이후 하얼빈, 장춘, 서안, 란주 등 중국전체 시장으로 확대해 나갔다.
또한 오리온은 사전 수출을 통해 시장성을 테스트한 후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또 본격적인 생산시설 건설 이전에 소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춘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였고, 그로 인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중국시장에 수출함에 있어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 한 브랜드 만을 키웠고 가격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측정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미 초코파이의 질은 다른 제과업체와 차별화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한다.
오리온은 중국인들의 문화적 요소를 감안하여 이른바 칼라마케팅을 구사한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어느 날 파란색 박스에서 빨간색 박스로 포장이 바뀐 것을 많은 이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중국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초기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무료 시식회와 함께 천안문 광장에 대형 입간판을 설치하였다. 그 비용은 한 해 광고 예산과 맞먹었다고 한다. 처음 무료 시식회를 했을 때는 중국인들에게 생소한 행사라 반응이 별로였지만, 입간판 설치 후 무료 시식회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또한 무료 시식회 이후 쓰레기통을 치워 온 거리에 초코파이포장지가 돌아다녀 사람들 눈에 띄게 하는 트래쉬마케팅 전략도 사용하였다. 그러한 과감한 전략과 함께 빅모델 전략, 대형할인점 프로모션 등을 통해 인지도 구축에 힘을 썼다.
오리온은 앞서 말한 포장지를 빨간색으로 바꾼 전략 외에도 중국인들과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였다. 중국 내 오리온 초코파이의 이름인 ‘하오리여우’는 ‘오리온’의 중국발음과도 유사하고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이 이름은 경쟁업체들이 미리 특허 출원을 하여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이름이기는 하지만 그 컨셉은 대단히 성공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컨셉과 유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중국에서 단순히 이득만을 취해가는 외국기업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으며 중국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리온초코파이는 중국시장에서 연간 20%성장세를 보이면 07년 약 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국내 매출의 약 80%이다. 이러한 성장세면 국내 매출액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그렇기에 오리온 초코파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단순한 수출이 아닌 목표 시장의 정확하고 세밀한 분석과 진출전의 시뮬레이션, 진출 후 인지도 상승을 위한 과감한 마케팅 전략, 외국 기업이라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친밀도 향상을 위한 노력,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중국시장 내 오리온 초코파이를 만들어 낸 원동력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시장 소비자들와의 친밀감 형성’과 유지. 이것이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의 키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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