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 역설(Icarus Paradox)은 세계적인 전략경영 학자 캐나다의 대니 밀러(Danny Miller) 교수가 제시한 이론으로 기업이 성공요인에 안주하다가 그것이 실패요인으로 반전되는 상황 혹은 상태를 일컫는 개념이며 이는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즉, 성공한 자는 성공했다는 자만심에 빠지게 되는 우를 범하여 과거의 성공한 낡은 방식을 고집하다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역량함정(competence trap)에 빠짐으로 인하여 실패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구체적으로 그리스 신화에 소개되는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다룸으로서, 최근 다변화하면서도 각광받는 마케팅과 마케팅 분야에 향후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고대 그리스 크레타 섬의 왕 미노스(Minos)는 아름다운 왕비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왕비가 황소에게 반하여 관계를 맺고 괴물을 낳았고, 왕은 그 괴물을 가두기 위하여 크레타 섬 최고의 장인인 다이달로스(Daedalus)에게 지시하여 철옹성의 감옥을 설계하도록 하였는데, 이 감옥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 모든 작업을 마무리 짓고 다이달로스가 직접 이 미궁의 감옥을 마지막으로 실사하기 위해 들어갔을 때, 하마터면 본인조차 이 감옥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크레타 섬 최고의 장인이었던 다이달로스도 왕 앞에서 교만하게 되어 자신이 설계한 감옥에 아들과 함께 갇히게 되었고 이 미궁의 감옥에 갇힌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Icarus)와 함께 미궁에서 탈출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밀랍(양초)으로 깃털을 붙여 이은 날개 4개를 만들어서 아들에게 2개를 붙여주고 자기도 2개를 붙인 후 하늘로 날아올라 탈출에 성공한다.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에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에게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는데 한참을 날아다니던 이카루스는 처음으로 하늘을 날게 되니 흥분하여 점점 더 높이 날아올랐고, 아버지의 주의를 잊고 태양에 가까워지자 결국 날개를 붙여 놓은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서 날개가 떨어져 그만 에게해에 떨어져 죽고 만다.
Frederic Leighton/ Icarus and Daedalus/ c. 1869/ Oil on canvas
장황하지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경영학 분야에서 가장 선호되는 마케팅이 21세기의 다각적으로 변화하며 다양한 기법이 전개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역량을 선사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하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인지도 높은 학문으로서의 마케팅 철학과 이론의 경향들이 빠르게 진보하는 현대의 마케팅을 선도하지 못하는 문제로 인하여 이카루스 역설을 경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현재의 마케팅 이론들은 여전히 과거 공급자(기업) 중심의 마케팅 믹스인 4P를 강조하고 있다. 4P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의 도구로서의 한계가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립 코틀러(Phillip Kotler) 박사가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April(1986)호에서 거론한 Power와 Public Relation를 겸비한 6P의 메가마케팅(Mega Marketing)을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대중들은 4P에 대하여서는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6P에 대하여서는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물론, 대부분의 마케팅 학자들 사이에서 메가마케팅의 개념과 그 전략요소에 대하여서는 만장일치의 견해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단적인 예로 마케팅이 전통적인 4P만의 이론을 고집하였을 때, 급변하는 경쟁사회가 요구하는 다른 요소들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마케팅은 분명 승자이다. 하지만 이론이 진보하지 않는다면 혹은 다른 개념의 이론들을 관대하게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승자의 위치를 보장할 수 있을지 문제제기를 해보아야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마케팅의 원론적인 측면에서의 이카루스 역설의 가능성에 이어 상품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으로서의 진보를 주장함으로서 마케팅이 역량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생각해보겠다. 사회가 복잡해지는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면서 상품도 따라서 변하고 소비자의 요구도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게 되었다. 하지만 상품 중심의 마케팅은 결국 생명주기가 짧아지고 과거 마케팅의 효과는 급감하게 되어있다. 이카루스 역설을 피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인식 속에 브랜드 중심으로 보다 장기간 그리고 확고하게 유지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동떨어진 시대적 발상과 무감각한 상품 위주의 마케팅은 결국 성공하는 기업이 지나친 자기 과신으로 인하여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제품을 위한 라인과 매장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 결과로 인하여 정작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역량 집중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들이 중복되는 제 살을 깎아 먹는 형국(cannibalization)이 되고 전략적인 집중과 통합이 상실되게 되었다.
Herbert James Draper / The Lament For Icarus / c. 1898 / Oil on canvas
마지막으로, 유명한 헨리 포드의 이카루스 패러독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마케팅이라는 학문 혹은 실전적인 마케터들의 일상이 혹시 역량 함정에 빠지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놀랍게도 1907년까지는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한 것은 미국이 아닌 프랑스였다. 이 해 프랑스의 자동차 생산량은 25,000대로 영국의 열배였으며 세계로 수출되는 프랑스 자동차는 시장의 2/3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헨리 포드의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인하여 1908년에서 1914년 사이에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이카루스 패러독스를 경험하게 된다. 미국의 헨리 포드는 테일러리즘(Tailorism)이 성행하게 되면서 시대적인 흐름을 포착해낼 수 있었다. 혁신적인 컨베이어 벨트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모델 T’의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였다.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였고 헨리 포드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1914년에 헨리 포드는 ‘모델 T’를 485,000대를 생산하였고 미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함으로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이카루스 역설을 혹독하게 체험하면서 사라지게 된다. 헨리 포드의 노력으로 인하여 자동차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920년대 초, 이제는 잘 나가는 포드가 이카루스 패러독스를 경험할 차례였다. 당대 최고의 혁신가였던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승리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로지 검은색으로만 제작된 ‘모델 T’는 완벽하였으며 그에게 성공을 안겨준 이 자동차는 불패신화로 여겨져서 생산력에만 몰두하고 강조하게 되었다. 반면 경쟁사였던 제너럴모터스(GM)이 시대를 읽는 흐름은 헨리 포드와는 다른 것이었다.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은 자동차를 두 대 이상 보유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였고 GM은 포드의 모델 T에 식상해있을 미국인들에게 혁신적으로 다양한 차종을 선사함으로서 포드를 넘을 계획이였다. 이는 현실로 이어졌고 캐딜락(Caddilac), 뷰익(Buick), 올즈모빌(Oldsmobile), 폰티악(Pontiac), 시보레(Cheverolet)로 연합된 GM의 혁신적인 새로운 차종에 미국인들은 포드를 선택하지 않게 되면서 역량 함정(competence trap)에 빠지게 되는 우를 범하였다.
이카루스 패러독스와 마케팅. 얼핏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양자 간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비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급변하는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하여 현재 누구나 쉽게 접하고 흥미로울 수 있으며 인기 있는 마케팅의 성공적인 자리를 마케팅 자체가 이카루스가 자신을 살려낸 날갯짓으로 태양을 향하여 비상하다가 날개가 녹아서 추락하는 이야기를 다시 쓰게 됨으로서 스스로를 위협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 지 진단해본다. 마케팅은 분명 성공하였고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성공은 마약과도 같은 것이며, 좋은 것은 위대함에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학문으로서의 마케팅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파멸시킬 수도 있으며 기존 이론과 실전의 역량을 활용하려는 관성을 고집한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마케팅 역시 이카루스 패러독스를 경험하게 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고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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