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소비자를 공략하다, 모디슈머(modisumer) 마케팅
(사진)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 CF
MBC 예능 <아빠! 어디가?>에서 9살 어린아이가 맛있게 먹던 ‘짜파구리’를 기억하는가? 당시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들뿐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이 농심사(社)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이 레시피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당시 짜파게티는 출시 이후 최초로 라면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짜파게티와 너구리 두 개 제품의 상반기 판매액은 전년도 하반기보다 약 22%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이후 불닭게티(불닭볶음면+짜파게티), 골빔면(골뱅이+비빔면) 등 다양한 혼합형태의 레시피 등장을 촉진시키는 등 국내 라면 소비시장의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modify(수정하다, 변형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인 ‘모디슈머(modisumer)’이다. 즉, 모디슈머란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제품의 표준 사용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향대로, 자신만의 방식대로 제품을 재창조해내는 이들을 칭한다. 라면업계에서 시작된 이러한 모디슈머 마케팅은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뷰티 업계 등 다양한 업계로 그 활동 범위를 확장하며 ‘모디슈머 열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최근 모디슈머 열풍이 불면서 기업들 역시 이에 발맞추어 적극적으로 모디슈머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제품 포장 패키지에 소비자들에게 응모 받은 모디슈머 레시피를 그대로 인쇄하기도 하는가 하면, 해당 제품을 독창적으로 활용한 스마트 모디슈머를 뽑는 공모전을 열기도 한다. 이처럼 모디슈머 마케팅은 제품 출시 전에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적용하는 방식에서 최근에는 제품 출시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는 영역으로까지 마케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
본문에서는 소비자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품에 적용하는 모디슈머 마케팅의 확산배경, 긍정적 효과 및 부정적 측면 등을 살펴보고, 그와 함께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모디슈머 마케팅을 분석할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결론에서는 모디슈머 마케팅의 전망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앞서 모디슈머(modisumer)란 제품을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표준방법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소비자라고 정의한 바 있다. 모디슈머 마케팅이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재미있고, 맛있고, 독특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용법을 제공해 모디슈머를 사로잡고자 하는 마케팅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어서 모디슈머 마케팅의 타겟인 모디슈머가 어떤 계기로 그 개념이 확산되었으며, 확산의 효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하도록 하겠다.
‘모디슈머’의 확산배경
‘모디슈머’라는 개념이 확산된 데에는 세가지 배경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미디어의 변화, 두 번째로는 1인가구의 증가, 마지막으로 가치소비의 성행을 들 수 있다.
디지털 환경의 발달, 그 중에서도 인터넷의 대중화는 일방향적이던 미디어의 흐름을 쌍방향적으로 바꾸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등 쌍방향적인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불어온 'SNS'라는 거대한 바람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이러한 쌍방향 네트워크의 발전은 모디슈머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모디슈머가 자신만의 제품 이용법이나 창의적인 소비 방식을 블로그, 카페와 같은 매체와 SNS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확산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는 단순히 개인의 상품 소비 방식 중 하나이던 것들이 참신하고 세련된 재창조의 방식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다른 모디슈머의 상품 활용법을 접하게 된 소비자들은 이를 모방하면서 단순 정보 수용자에서 또 다른 모디슈머로서 상품을 소비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디슈머의 확산에 기여하게 된다.
두 번째 배경으로는 1인가구의 증가가 있다. 2000년에 15.5%였던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현재 27.1%로 추산되고 2035년에는 34.3%로 전체 가구 비율 중 3분의 1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가구의 소비는 자기중심적이라는 뚜렷한 특색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혼자서도 잘산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특성을 가진 1인가구 소비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족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게 되고, 소비자 혼자 제품을 소비하는 형태, 유형을 재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방법을 택한다. 더하여 1인가구는 제품의 편리성을 중시하고 저가를 지향하는 특성을 유독 많이 띄는데, 이는 저렴하고 간편한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이용하는 부류의 모디슈며 증가를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 배경은 바로 가치소비의 성행이다. 가치소비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최근 장기불황의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는 여전히 남과 다르고 싶어 하는 희소성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장기 불황으로 인해 줄어든 경제력은 이러한 희소성 추구의 장애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소비와 동시에 자신의 개성이 녹아 있는 가치소비를 하게 된다. 이러한 가치소비를 통한 돌파구를 찾은 소비자가 바로 ‘모디슈머’이다. 제품 구매에 있어 완벽한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모디슈머는 기존의 경제적인 소비의 한도 내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재창조방식을 택한 것이다.
‘모디슈머’의 효과
이러한 모디슈머의 확산은 어떠한 효과를 불러일으킬까? 우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 대량생산의 한계 극복을 들 수 있고,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과한 재창조 경쟁으로 인한 손실을 들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모디슈머의 활발한 활동은 제품에 대한 활발한 피드백으로 보여진다. 소비자가 자신의 제품 소비 방식에 대해 공유하고 홍보함으로써, 기업의 제품을 평가하는 통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디슈머의 재창조 방식은 기업의 신제품 출시 및 그와 관련한 마케팅에서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소비자의 참신한 생각이 제품 개발의 모티브가 되는 과정에서, 모디슈머의 영향력은 극대화된다. 이러한 모디슈머의 영향력은 식품의 영역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뷰티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모디슈머는 생산된 제품이 일방적으로 소비되던 과거의 방식과 달리, 소비자의 역할을 보다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더욱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긍정적인 효과는 바로 대량생산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이다. 현대의 소비자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희소성을 기반으로 한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현대의 생산, 소비 메커니즘은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각양각색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러나 모디슈머는 현대의 생산, 소비구조를 ‘스스로’ 극복하며 DIY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다시말해, 모디슈머는 기업으로 대표되는 생산자로부터의 획일화된 상품이 까다로운 개개인의 취향을 갖고 있는 소비자에게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을 자신만의 것으로 변화시키는 모디슈머의 개념에 더하여, 창조를 뜻하는 creative를 강조한 ‘크리슈머’, 자신의 개성에 맞춰 제품을 연출하는 curator의 특성을 뜻하는 ‘큐레이슈머’, 제품을 스스로 업그레이드하여 본인만의 제품을 만드는 ‘메타슈머’가 등장하였는데 이는 모두 대량생산의 한계를 극복한 창조적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효과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모디슈머의 속성상 게임처럼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품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타인보다 더욱 특색이 있고 창조적인 제품 소비를 위해 경쟁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쟁이 과열되면 과도한 소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제품을 창의적으로 소비하는 만족감보다 이를 위해 투자하게 되는 비용, 고민 그리고 시간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디슈머 행위의 절제가 요구된다.
모디슈머 마케팅의 사례
모디슈머 마케팅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는 바로 식품업계이다. 그리고 식품업계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제품군은 바로 라면이다. 이는 모디슈머의 시작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에서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짜파구리 외에도 너볶이, 오파게티, 왕구리, 신파게티 등의 독특한 조합의 레시피가 인기를 끌면서 라면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뷰티업계에서도 모디슈머 트렌드를 반영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모디슈머를 사로잡기 위해 실질적으로 어떤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을까?
레시피 공모전
대표적인 모디슈머 마케팅 중 하나는 레시피 공모전이다. 기업에서는 개인만의 레시피를 공유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레시피 공모전의 경우 개발비나 투자비를 들이지 않고도 쉽게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녀 기업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농심에서는 안성탕면 탄생 30주년을 맞아 안성탕면 레시피 공모전을 열었다. 이 공모전에서는 안성탕면에 우유와 치즈를 넣어 만든 ‘투움바 안성탕면’과 바지락과 부추를 넣어 시원한 맛을 낸 ‘바지락 부추 안성탕면’이 등의 레시피가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이색 레시피를 포장지 뒷면에 재료와 조리법 및 개발한 사람의 이름과 캐리커처를 실었다.
또한 농심은 ‘건강한 면요리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공모전은 ‘섞어 먹는 라면’ 트렌드를 더욱 좋은 맛과 영양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똑똑한 소비자, 즉 ‘스마트 모디슈머’를 찾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이 공모전은 농심 제품의 Mix&Match를 컨셉으로, 농심 제품을 활용해 맛과 영양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나만의 레시피를 제안하도록 했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 마케팅
다른 기업과의 협업 마케팅도 모디슈머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동원F&B와 팔도는 각각 자사의 ‘동원 골뱅이’와 ‘비빔면’을 합친 ‘골빔면(골뱅이+비빔면)’ 레시피를 선보이는 협업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골빔면의 시식 행사와 더불어 할인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팔도비빔면 묶음 포장에 동원 골뱅이의 이미지와 골빔면 레시피 디자인을 입혀 소비자들로 하여금 쉽고 간편하게 골빔면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과 서울우유협동조합도 협업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음용식초 ‘쁘디첼 미초’와 서울우유를 합친 ‘초유(식초+우유)’ 레시피를 개발하고 SNS 등을 통해 함께 홍보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바쁜 아침 건강하게 맛있는 초유를 마셔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홍보와 함께 매장과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실제로 ‘초유’를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기업은 모디슈머의 레시피를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그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신메뉴를 출시함으로써 모디슈머 마케팅을 전개해나가기도 한다.
MECONOMY, 개성을 재창조하는 모디슈머 시대, 송현아, 2015.2.12.
한국벤처신문, ‘나 혼자 산다’ …소비 패턴 바꾼다, 김진주, 경제·산업, 2014.2.5.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한대신문, 소비자가 주인이 되다, 모디슈머, 김영갑, 뉴스특집, 2015.3.21.
전상희, “스마트 모디슈머를 찾습니다” 농심의 ‘건강한 면요리 공모전’, 스포츠조선, 2014.9.4.
민경종, 동원F&B-팔도, ‘골빔면’ 부활 노린다..대형마트도 지원, 조세일보, 2015.5.13.
최서연, 제2의 짜파구리 찾기 ‘모디슈머’ 마케팅 바람, 아시아경제, 2015.4.22.
12기 김가영 13기 장창욱 최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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