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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2년

지역 축제, 이제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마구잡이로 늘어나는 지역 축제, 성공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겨울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시에서 열리는 빙어축제에 다녀왔다. 빙어 축제답게 빙어 낚시를 비롯해서 얼음판에서 즐기는 썰매, 얼음축구 등의 다양한 이벤트와 빙어를 이용한 다채로운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인제시 주변에 있는 명소를 탐방하는 코스를 추가하여 빙어 축제를 지역적인 특색과 잘 연계시켰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인제 시민들의 참여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행사가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등 축제 운영의 미흡한 부분이 많았으며, 결정적으로 효과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방문객들이 많지 않았다. 인제빙어축제는 14회를 맞을 만큼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표적인 겨울축제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1200여 개의 축제들이 존재하며, 매년 해마다 수십개의 새로운 행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몇 개의 축제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축제들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창성과 컨텐츠는 엿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뻔한 컨셉트의 행사를 늘어놓은 탓에 주제가 중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제대로 된 홍보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사람들이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지역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까?

 

 

옥토버페스트의 성공적 마케팅 전략

 

매월 9월이 되면 독일 뮈헨에서는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가 열린다.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세계 3대 축제중 하나인 바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이 축제는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드비히와 작센의 테레사 공주와의 결혼을 축하하는 축하연에서 비롯되었으나, 독일 최대의 맥주 생산지인 뮌헨시의 맥주 산업과 결합되어 관광산업형 축제로 성공한 케이스다. 무엇보다 뮌헨시의 맥주 회사들은 매우 적극적인 스폰서십과 마케팅 전략으로 전통적 축제를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었다. 축제 기간 동안 호프브로이, 뢰벤브로이 등 뮌헨시의 6개 맥주회사는 대규모 천막인 비어텐트를 운영하며 질 높고 신선한 맥주를 제공하여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특히 요일에 따라 가족의 날, 청소년의 날 등을 선정하여 목표 시장을 세분화하여 공략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이 덕분에 축제 기간 맥주 회사들의 매출은 1년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보령과 함평의 성공적 마케팅 전략

 

 

국내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보령머드축제와 함평나비대축제를 들 수 있다. 보령머드축제는 충남 보령시에서 보령머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대천해수욕장을 비롯한 지역 관광명소를 홍보코자 1998년에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14회를 맞았으며, 문화관광부선정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지정되었 . 이 축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이라는 목적 하에 향토자원을 상품화시킨 사례로 '보령머드'라는 지역 이미지 브랜드 창출과 제고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령시는 실제로 머드를 화장품과 그 원료로 개발하여 생산,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제휴하여 클렌징크림, 클렌징폼, 썬크림 등의 기초화장품을 출시하고, 2002년에는 머드랑이라는 상표를 등록하여 보령머드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보령머드 세계화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여 판매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보령머드축제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홍보전략을 사용하여 남들보다 앞서갔다. 과거에는 국내방송사와 매체를 통한 언론홍보, 인근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상호연계 홍보,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을 통한 홍보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활로를 이용하여 세대와 지역적 한계를 극복했다. SNS의 성장에 따라 국내 축제 최초로 트위터 및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축했고,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의 홈페이지에 배너광고를 했으며, AP통신, CNN, 로이터통신 등 전 세계 언론의 기획 보도 등을 통해 전세계적인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3년간 보령머드축제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 또한 국내 최우수 축제로 뽑힐만큼 대표적인 축제다. 농업인구가 71%에 달하는 전형적인 농업군으로 재정자립도 11.1%, 변변찮은 관광자원 하나 없는

함평은이런 열악한 조건을 딛고 함평나비대축제를 계기로 큰 경제적 성과를 올렸다. 함평은 농촌의 생태 환경을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나비"라는 브랜드를 창조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또한 친환경 또는 나비라는 주제는 사실 매우 평범하면서도 차별화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향과 동심을 의미하는 강한 상징성을 통해 국내 어느 도시보다도 먼저 이미지를 선점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선점 전략(preemptive strategy)이라고 불리며, 많은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장점이지만 함평이 먼저 강하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함으로써 나비를 함평의 것으로 만들게 되었다. 함평나비축제는 1999년 처음 시작된 이래 교과서적인 마케팅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2008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통해 앞선 보령머드축제와 마찬가지로 국내시장에서 해외로 관광객을 확대해 갔으며 일시적 축제에서 점차 상설 전시장 또는 체험장을 개발해 연중 방문객을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축제의 성장을 바탕으로 '나르다'(nareda)를 상품 브랜드로 개발하여 부가적 상품의 매출을 유도함으로써 국내시장에서의 매출을 증대시키고 있다‘나르다’는 나비를 형상화한 패션 브랜드로 액세서리, 스카프의류커피잔 등 64개 품목 223종의 상품을 개발하고 서울 지역에 옥외 광고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등 브랜드 명품화 전략을 쓰고 있다.

 

 

성공사례가 가지는 마케팅 전략 핵심 요인

 

앞에서 살펴본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성공한 축제들은 다음과 같은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l  지역적 특색에 맞는 특징적인 주제를 선정하여 축제의 차별화 시도

l  주제와 연관된 다채로운 상품 개발 및 수익구조 창출

l  기업과의 스폰서십 연계를 통한 규모 확장

l  고객세분화와 점차적인 타겟 확장 à 세계화

l  다양한 홍보 채널 마련(SNS, 다른 축제와의 연계)

 

이제 축제는 하나의 상품이다. 차별화된 축제을 만들어 고객의 관심을 끌어내는 동시에 적절한 홍보전략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어림짐작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철저한 사전기획과 시장분석, 그리고 사람들의 수요를 파악하여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최근 문화관광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축제를 발굴 및 육성하고자 대한민국 대표축제제도를 도입해 지역 축제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지역축제에 마케팅적 요소를 갖춘 전략적 접근 방법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