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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9년

[징글 마케팅] 비비디 바비디 부! 각인-연상-파급을 노려라.



징글, 징글 마케팅이란 뭔가요?


 요새 소위 '징글'이라는 것이 마케팅 수단으로써 부각되고 있다. 징글, 징글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으니 무슨 말인지 짚고 넘어가자.

jin·gle〔의성어〕 n.
1 딸랑딸랑[짤랑짤랑], 따르릉 《울리는 소리》;그런 소리를 내는 것;《미·속어》 전화벨 소리
2 비슷한 소리의 반복;후렴 등이 딸린 외기[듣기] 좋은 시구;어조가 듣기 좋게 배열된 말 《광고 등》
<동아 프라임 영한사전 발췌>

'징글(JINGLE) 마케팅은 특정한 소리나 멜로디를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광고기법.'
<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이라는 것이 사전적인 의미이다.
 영한 사전에서의 1번 의미는 징글벨~징글벨~의 그것이고, 2번 의미가 징글마케팅에서의 징글의 의미이다. 이 두가지 의미풀이와 백과사전에서의 해설에서 접점은 '소리'이다. 이로 미루어 일단 '징글마케팅은 소리를 이용한 마케팅이겠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징글마케팅은 소리를 이용한 것이 맞지만 소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반드시 징글마케팅인 것은 아니다. 분류하는 방식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징글마케팅은 소리를 이용한 마케팅 중에 한 갈래로 분류된다. 즉 징글마케팅이 소리 마케팅의 하위구조이다.  그렇다면 징글마케팅의 특성이란? 다른 소리 마케팅의 종류를 살피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세하게 보진 말고, 예를 몇 가지 들며 간단하게 이해해보자.
 
 먼저 CM송이 있다. 예를 들자면, '사랑과 우정의 상징, 양파로 만든 양파링 벗겨도 벗겨도 변함 없고 먹어도 먹어도 깊은 그 맛, 외국인도 좋아하는 맛있는 양파링, 양파~링!' (한 번에 썼다.) 이라던가, '짜라짜라짜짜 짜~파게티' 도 CM의 갈래이다. 수 십가지가 떠오르지만 노래하며 자판치는 게 웃겨서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CM은 이와 같은 '광고방송용 노래' 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데, 이 짧은 표현에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다. '광고 방송용'이고, '노래'이다. 여기서 CM과 징글의 외형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데, 징글은 반드시 광고 방송에 쓰이는 것도 아니고 노래일 필요도 없다. 위의 네이버 백과사전에서의 정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소리와 멜로디'의 형식으로서의 스펙트럼은 '노래'보다 넓다. 효과음 등도 징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광고 방송용이 아닌 징글이 있다?' 는데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에 대한 좋은 사례가 여러분들이 친구한테 전화를 걸 때 가끔 들리는 '띵띵 띠링띵' 하는 다섯 음의 멜로디이다. (무슨 음인지 모르겠다면, '생각대로 T-♬') 이는 '광고방송이 아닌' 통화연결음을 이용한, '노래가 아닌' 멜로디이다. 또 징글엔 멜로디 외에도 효과음을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징글의 시초라 알려진 종근당의 '꽝~'하는 종소리가 그것이다.





그럼, 징글은 왜 쓰나?


 징글이 다른 소리 마케팅과 어떻게 다르게 생겨먹었는지는 이제 어느정도 알 수 있겠다. 그런데 '하필 징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고 하면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기억하기 쉬워서', '중독시키려고' 등등...그러나, 이것들은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징글의 강점이자, 징글이 노리는 가장 큰 효과는 '연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징글의 형태에 대해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긴 CM이 아닌 짧은 멜로디, 소리를 쓰는 이유는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반복 패턴의 징글도 같은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먼저 기억을 해야 연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징글의 짧은 형태는 그런 면에서 CM, BGM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결국 굳이 징글을 사용한다는 것은 CM이나 BGM의 그것보다 짧은 단서로 각인되었던 이미지가 그 단서를 다시 접함으로써 동시적으로 연상되는, 즉 무의식적이고 순간적인 이미지 연상의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어는 '이미지, 각인, 회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징글은 저 요소들의 달성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기억하기 쉽고, 반복되어 결국 중독된다.
 



<울지마 비ㅠ>



SKT, 징글의 온상(?)


 이야기가 지루해지니 여기서 한 사례를 살펴보자. 바로 징글의 대명사 SK 텔레콤이다. SK 텔레콤사는 '생각대로T', '비비디 바비디 부' 등, '징글?'하면 'SK!!' 라고 외칠 정도의 징글마케팅 의존도가 높다. 필자가 다른 많은 사례 중 SKT를 예로 든 것은, SKT가 이처럼 자사 광고 대비 징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마케팅의 행태가 전형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SKT는 휴대폰 통신업계의 '전형적 1등 기업'이다. 휴대폰 통신산업 특성상, 또 그 가운데의 SKT의 입지상 강한 시장 지배력과 독점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 교과서에 나올만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또 그만큼 다른 여러모로 교과서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브랜드 관리,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해보자.

 장기 1등 기업이고, 장기 독점 기업인 SKT는 그 부류가 대개 그렇듯 상품(SKT에 있어선 서비스 상품) 자체의 품질에 압도적인 차별성을 갖진 않는다. 초창기 당시 업계의 선발 주자로서 우위를 점했고 실제 통화 품질이 뛰어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LGT와 KTF의 맹추격이 오래 지속되어온 지금은 서비스 품질의 우위만으로 SKT의 압도적 우위를 설명하긴 어렵다. 그 우위에는 유통, 재무, 산업 구조 등 여러 요소가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요소 중, 현재 SKT가 소비자 마케팅에 있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단연 '1등'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SKT가 광고에서 2,3등 기업인 KTF, LGT처럼 서비스 품질의 우수성, 품질 대비 가격 등을 내세우는 일은 절대 없다. 단지 고고하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확인시킴으로써 1등에 대한 신뢰, 선호 등을 제고할 뿐이다. 다시 말해, SKT는 상품 정보가 아닌 1등의 이미지를 광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1등의 이미지 광고는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우리 회사는 1등입니다. 최고입니다'? 이미지 깎아먹을 뿐이다. 사실은 아닌데 그렇게 봐달라고 말하는 인상을 준다. TV광고를 통해 살펴보면, 몇 년 전엔, SKT가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광고에 시리즈로 그린 적이 있다.(사람을 향합니다.) SKT가 사회환원을 많이하는 것도, 우리 복지에 보탬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 광고를 한 것은, SKT가 '1등 기업으로서', '1등 기업이니까' 사회에 책임을 지고, 사회를 선도하는 듯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요새의 TV광고 컨셉은 다르다. 광고 버전에 따라 다양한 주제이긴 하나, 그 주제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지 광고의 시청자, 청취자들에게 노래를 기억하고 익히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다들 흥얼거리고 있다. 자신이 무심코 흥얼거리게 된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고, 또 그 사람들에게 '그래도 노래 좋은데 뭐 어때'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확실히 짚어야 할 것은, SKT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어 행복감이 들게 하려는 의도로 곡을 삽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외우기 좋은 노래'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 것은 무슨 이유일까? 노래하는 자신을 보며 '난 SKT를 인정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하기 위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이 SKT 천지더라.


 아까 징글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이미지, 각인, 연상'. SKT발(發) 징글들은 이것들을 노리는 것이다. 그들의 광고는 징글, 혹은 징글로 짜맞춰진 노래를 보여주고 다음 광고에서 또 보여주고 심지어 자막까지 깔아주며 소비자에게 각인시킨다. 우리에게 대놓고 '부르라'는 것인데, 우리가 불러서 그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가. 그런데 실제로 '다들' 부른다. 비비디 바비디 부. SKT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가끔 혼자 있다가 흥얼거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이걸 맘대로 중독시킨데에 대한 반감이 강화된다. 그러면 이것은 그렇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많은가? 몇몇이 말하듯, 사람들이 질려해서 언젠가는 큰 역효과를 초래할까? 

 아니, SKT 징글마케팅의 표적은 개개인 호불호가 아닌 인간의 사회성이다. 주위 모두가 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우리에게 사회적인 압박을 가한다. 즉, 길 가던 TV에서 부르고 옆에서 부르고 나도 부르고 있으니 우리가 '비비디 바비디 부'를 사회적인 '대세'라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비디 바비디 부'라는 징글은 무의식적이고 동시적으로 SKT를 '연상'시킨다. 우리 머리 속에선 '비비디 바비디 부'='대세', and '비비디바비디부'='SKT' 이다. 결국, 우리는 징글을 통해 "SKT는 대세다. '보편성'을 지닌 회사이다.' 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된다. 반복에 의한 단순노출효과도 고려하고, 통신업은 가입자의 절대 수가 많은 회사, 즉 보편성을 획득한 회사가 1등임을 생각해볼 때 이 광고들은 SKT의 1등 이미지 제고 전략으로써 현 시점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메커니즘이 우연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기에 SKT의 마케팅 행태는 너무 의도적, 전략적인 모습을 띤다.





뱁새와 황새


 마케팅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요새 트렌드인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라고 할 때 나오는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가 '징글마케팅'이다. 또 그 징글마케팅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SKT의 케이스를 많이 들곤한다. 그런데 그 성공에 대해 '노래가 좋아서 중독이 잘 됐다.'라는 단편적인 분석이라던가, 아예 '요새 트렌드는 징글이니까.'식의 선후관계를 망각한 판단을 내리곤 한다. (징글이라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성공한 저 마케팅 방식이 징글인 것이고, 그 이유를 사후적으로 밝히는 접근방식이 옳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 징글마케팅은 만병통치약, 황금열쇠가 아니다. 마케팅 수단으로써 분명한 색이 있으며, 다분히 전략적인 방식이다. 그 기본적인 속성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SKT를 모방하려하면 기대한 효과를 얻기는 커녕, SKT가 소비자들 마음 구석에 쌓아놓은 징글 마케팅에 대한 불만과 식상함을 뒤집어 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 간단한 각인 이외의 효과, SKT의 케이스와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으려면 기업의 그 시장에서의 위치가 매우 확고해야할 것이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므로 징글마케팅을 굳이 쓰려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정말 끌리는 소리,멜로디로 확실하게 기업/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 그 역할을 한정짓기를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