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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08년

[ Mr. W의 그 사람을 닮은 마케팅 : 베토벤바이러스의 강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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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포스터-

 
   어제 많은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가 드디어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뭔가 잘됐음..했는데 그런식의 결말이 아니라서 ‘어? 오늘 마지막화 맞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론에선 나름 열린결말이라고 하는데, 또 듣고 보니 그런것 같고. 아무튼 난 이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때, 일본의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슷한 컨셉인거 같은데..어떨까..?하는 호기심반, 불안감 반이 들었다. 노다메 폭풍이 날 휩쓸고 간 뒤라 그런지 한국 드라마에서 ‘치아키가 알고보니 노다메의 친오빠?!’라든지 ‘치아키 불치병인 후천성성욕결핍증에 걸리다!’등의 전개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토리도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한마디로 재밌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단연 빛을 발하는 한 사내가 있었으니..바로 시청자들에게 똥덩어리의 개념을 읊어주신 마에스트로, 강마에 선생이시다.


 마에스트로 강. 그는 누구인가?


   강마에, 그는 클래식음악의 유명한 거장이다. 음악과의 소통을 추구해온 그의 삶에는 피나는 노력과 빛나는 재능이 함께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이 그를 더욱 대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신은 공평하게도 그에게 ‘뚫린 입’을 주셨다. 그의 뚫린 입 덕분에 누군가는 심청이 다이빙 하듯 물에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순식간에 자신의 인생이 똥덩어리 였음을 깨닫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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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떵.어.리' 궁극기 시전후의 모습. 에네르기파를 쏜 베지타의 모습이랄까..

   하지만, 신도 뚫린입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그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주셨다. 뚫린 입에서 나오는 그의 따뜻한 마음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의 결합은 결국 강마에를 단순한 뚫린입이 아닌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준다.


강마에를 닮은 마케팅, 과연 있기나 할까?

   그럼,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길기도 하구나 서론-_-) 과연 강마에를 닮은 마케팅이 있을까? 생각건대, 아마 ‘결코’ 없을것이다. 우선 강마에가 뚫린입을 시전하는 경우를 가만 보자. 그는 아무한테나 뚫린입을 열지 않는다. 자신과 별로 관계 없거나, 혹은 자신이 좌지우지할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만 하는걸 볼 수 있다.(은근 비열한 놈일세 이거..)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는 관계가 별로 없는 존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것도 아니다. 시장주도적인 전략(market driven strategy) 관점에서는 그럴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가 기존 게임콘텐츠와의 호환성, 가격등의 이유로으로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예를 본다면, 소비자를 과연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럼 기업이 강마에처럼 최고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현실을 보자. 삼성, 엘지 같은 좋은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야! 바보같이 우리꺼 왜 안사!’ 이러는가? 아니다. 정중하게. 그리고 또 정중하게 ‘부탁’ 한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어설프게 강마에를 따라하려고 했다가 ‘잰 모야?’ 하는 반발감이 생겨 외면받은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에선 강마에를 찾아볼수 없는 것일까? 만약 이런 아쉬움이 든다면, 그 기분을 조금 접어줬음 좋겠다. 완전 똑같진 않지만, 비슷한 녀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명품을 파는 기업들이다.


사기 싫어? 그럼 말어.


   지하철에 타면 한줄에 꼭 한두개씩 보는 가방. 길가다 3초만 지나면 한 개씩 보이는 가방이 뭘까? 바로 루이비통 가방이다. 루이비통 가방이 언제부터 국민 가방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가방은 명품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가방회사가 ‘우리제품 사세요’하고 광고하는것을 보았는가? 찾기 힘들것이다. 불친절하게 ‘덩그러니 가방하나’ 혹은 ‘모델과 가방하나’ 있는 사진 몇장이 우리가 접하는 그들의 광고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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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기요...실례지만 안추우세요?

    그들의 제품은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나서 비싼거에요..하는 말도 없다. 단지 ‘봐봐. 사기 싫어? 그럼 말어’ 이런식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얼마나 쿨한가. 그런데 재밌는건, 이런 명품기업들 대부분이 다 쿨하게 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들은 늘 한결같다. 경제상황이 안좋아 졌다고 가격인하로 고통을 분담하려던 적도 없다. 늘 도도하다. 그렇다고 휙! 하고 어딘가 숨지도 않는다. 항상 보이는 곳에서 관심 없는 듯이 일정한 거리를 두며 알랑거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품판매기업들은 강마에처럼 어느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독설을 내뿜는 대신 쿨한 포스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 매력에 한없이 열광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차가운 거리감은 ‘모야 쟤’에서 ‘어머!’로 바뀌었고, 이젠 그들이 몇십만원짜리 지우개를 팔아도 ‘명품’이니까 하는 합리화 수준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마치 교주님말씀은 무조건 옳다는 사이비종교 광신도처럼..)


마케팅계의 강마에를 꿈꾸며.


   어렸을때 부모님한테 섭한 감정이 든적이 있었다. 하지만 섭하다고 해서 절대 뚫린입을 시전하지 않았다. 영악하게도 나의 용돈과 밥이 몽땅 끊겨버릴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이부분은 공감하리라 믿는다. 제발....날 약은놈이 되지 않게 공감좀..ㅠ) 그리고 어린 나도 알던 사실을 기업이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난 마케팅계의 강마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그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최고의 상품, 그리고 그 상품에 대한 헌신 그 이상의 노력, 그리고 가끔씩 내맘을 감동시키는 이벤트를 열어준다면, 가끔 ‘뚫린입’을 시전해도 매력적일 것이다. 오히려 뚫린입이 쓰디쓴 명약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작성자 : Mr. 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