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지속되면서 일본 내 백화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그러나 일본 도쿄 오타구 오모리역 인근에 위치한 다이신 백화점은 주변의 도큐 스토어 등 8개 대형 백화점, 마트와의 치열한 상권 다툼에도 불구하고 6년 연속 지역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다이신의 니시야마 사장은 “지역 밀착”을 중시한다. 다른 유통업체들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직원을 대폭 감소하였으나, 다이신은 오히려 직원을 증가시켰다. 고객들이 직원들이 매장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다이신은 고객을 단순히 물건을 사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다이신은 “행복 배달편”이라는 서비스를 시행하였다. 이는 고령자와 장애인, 임산부 고객들들 위하여 집까지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택배업체가 아니라 다이신 사원이 제공하는데, 사원이 고객과 말을 나누며 배달한다. 이듬해에는 ‘다이신 배달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고령자 고객이 도시락을 주문하면 도시락 값만 받고 집까지 배달해준다. 이들은 고령자 고객의 안부를 확인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로써 고객과 사원이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와 같이 품질이나 가격처럼 제품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지만 고객의 정서적 만족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마케팅을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Micro Value Marketing)이라고 한다.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평소 고객이 아쉬움을 느꼈을만한 세밀한 부분까지 찾아내 소비자 중심으로 제품설계를 바꾸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다. 비록 무시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부분에서 고객을 위한 배려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은 감동을 느끼고 본 기업에 애착을 느끼게 된다.
최근 심한 경쟁구도를 보이는 마트업계에서는 고객들을 보다 유치하기 위하여 이러한 마케팅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1년 하반기부터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카트에 휴대폰을 꽂을 수 있는 휴대폰 거치대와 음료수 홀더를 설치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쇼핑하는 동안 휴대폰 벨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편해한다는 점을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핸드폰을 통하여 할인 쿠폰을 다운받는 등 쇼핑 중에도 스마트폰의 사용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감안하였다. 뿐만 아니라 음료수 홀더 역시 아기 젖병이나 외부 커피전문점에서 사온 커피를 넣기 편해 많은 고객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마트의 대표적인 경쟁업체인 홈플러스 또한 이러한 가치제공에 노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건강을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여 카트 손잡이에 디지털 센서를 부착하여 고객이 매장 내에서 이동한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을 환산하여 보여준다. 즉, 쇼핑하는 동안 고객 스스로 운동량을 확인하면서 쇼핑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배려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카트를 제작함에 있어서 한국인의 평균 보폭, 허리 높이, 아이와의 눈높이 등까지 고려하여 손잡이 두께 및 각도, 시트 각도, 바스켓 깊이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카트에 설치된 메모 꽂이, 컵홀더, 휴대폰 홀더, 핸드백 걸이 등은 고객들이 회사의 배려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최근에는 제품 이외 서비스 측면에서도 이러한 가치의 제공이 확산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소비자들이 SK텔레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종이를 통해 유출되는 우려를 없애기 위하여 ‘종이 없는 대리점’을 실시하고 있다. 기존에는 가입이나 서비스 변경을 위하여 고객이 개인 정보를 입력할 때 종이를 이용해야 했던 것을 태블릿 PC를 사용함으로써 고객의 우려를 해결해주었다. 태블릿 PC로 입력한 정보는 무선 인터넷을 통하여 바로 SK텔레콤 본사 서버로 송신되기에 대리점이나 타 장소에 고객의 정보가 남지 않게 된다. 또한 기존 고객의 정보가 담긴 종이의 처리문제 또한 자동적으로 해결이 되었다. LG전자의 경우에는 최근 PC뿐 아니라 스마트폰조차도 고장이 났을 때 무선 인터넷을 통하여 원격으로 수리받을 수 있는 “원격 제어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리모트콜”이라고 명명된 이 기능은 소비자가 A/S센터를 직접 찾지 않아도 바로 고장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최근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비슷한 성능의 제품과 서비스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화 시대로 인하여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웬만한 기술들이 금새 모방 및 복제가 가능해지게 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제품의 기능보다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 측면에서 차별화가 절실하다. 작더라도 남들과 차별화된 색다른 가치를 제공할 때, 고객의 입에선 ‘와!’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감동받은 고객은 이러한 회사의 ‘팬’이 되며, 자발적으로 이 회사를 광고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즉, 가치의 차별화로 인한 감동이 입소문 마케팅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거액을 투자하여 신기술의 첨단제품을 출시하고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무차별적으로 광고를 하던 기존의 매크로마케팅(Micro Marketing)에 비해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소를 갖춰야 할까.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D의 측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Desirable)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에게 아무런 가치도 주지 못한다면 고객은 그러한 마케팅을 인지하지조차 못하게 된다. 둘째로 지속가능(Durable)해야 한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혹은 일관적,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면 별 소용이 없다. 셋째로 독특(Distinctive)해야 한다. "Number 1"보다는 “Only 1"에 고객들은 더 끌리게 된다. 즉, 가장 좋은 것보다 세상에 유일한 것, 나만을 위한 것에 고객들은 더 반응한다. 즉, ‘나만을 위한 유일한 것’이라는 요소가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작지만 유의미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품이 기능적으로 우수할 때 고객들은 이성적으로 이 제품이 우수함을 판단하고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이성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감성적으로 소구당할 때, 고객들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에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은 점차 똑똑하고 까다로운 “스마트 컨슈머”들이 많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 중요한 마케팅 방안이 되고 있다. 가치를 주는 마케팅인 만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소비자를 자세히 관찰하여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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