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당신의 오늘 하루를 뒤돌아 보자. 가령 당신이 학생이라면 등교길에 들었던 음악은 무엇이고, 교수님께선 수업시간에 어떤 말씀을 하셨으며, 당신의 친구와는 무슨 이야기는 나누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이 드는 순간까지 당신은 수도 없이 많은 것을 듣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렇듯 사람에게 있어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능 중 하나이다. 소리를 통해 인간은 어떤 사물이나 행동에 대한 지각 및 이미지를 형성하며, 때문에 마케팅에 이러한 소리의 특성을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행해지고 있으며 이를 흔히 ‘소닉브랜딩(Sonic Branding)’이라 일컫는다.
‘소닉브랜딩(Sonic Branding)’이라 함은 ‘소닉(Sonic)’과 ‘브랜딩(Branding)’의 합성어로써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해 청각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을 말한다. 즉, 소리나 음악을 이용해 소비자를 자극하여, 그에 대한 반응으로써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광고나 캠페인에 삽입되는 음악이나 매장에서 울려퍼지는 음악, 또는 제품 고유의 소리가 이에 포함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는, SK Telecom, KT Olleh 등의 각종 통신사에서 소닉브랜딩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SK Telecom의 경우, 2008년 흥행하였던 이른바 ‘되고송’을 예로 들 수 있다. SKT는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경쾌한 멜로디라는 단순함과 중독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하고, 반복되는 광고의 지루함을 탈피함으로써 되고송과 T-링은 SKT의 강력한 심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한편, KT Olleh는 SBS 케이팝스타에서 인기몰이를 한 악동뮤지션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그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올아이피(All-IP)’ 송을 유행시켰다. KT는 단순히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소비자의 귀를 유혹할 뿐 아니라, All-IP(서로 다른 유·무선 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한 것)라는 생소한 IT용어를 노래로 소비자들에게 설명해줌으로써 브랜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제품 자체가 내는 소리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추세이다. 기업들은 미세한 소리로 인해 브랜드 선택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심지어 그에 맞는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기술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하고 있다.
일례로 닥터페퍼 스내플 그룹의 스내플이라는 청량음료는 병뚜껑을 돌려 딸 때 나는 특유의 ‘딱’소리가 이 회사 제품의 신선함을 상징한다. 이 소리는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의 품질에 대해 안심하게 만들고, 덕분에 실제로 스내플 그룹은 병뚜껑을 감싸는 비닐포장 공정을 생략하여 비용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반면에, 펩시콜라의 계열사 프리토레이의 경우, 썬칩에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가미하기 위해 자연분해되는 봉지를 도입했으나 봉지가 너무 부스럭거린다는 소비자들의 불평과 함께 오히려 매출이 급감하였고, 결국 다시 기존의 봉지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소닉브랜딩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이고 어떻게 그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일까? 영국의 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96%정도가 소닉브랜딩을 한 제품을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더 잘 기억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소리라는 청각적 요소가, 예를 들면, 멜로디나 화음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 리듬은 두정엽과 소뇌를 자극함으로써 뇌의 여러 부위에 영향을 주어 인간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소닉브랜딩을 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그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닉브랜딩이 단순히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쉽게 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며, 예를 들면 브랜드 이미지의 공고화 등, 기업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그들만의 특정한 메시지가 없이 단순한 물리적 자극에서 그친다면 이는 오히려 소음이 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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