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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6년

마케팅과 뇌 과학의 만남, 뉴로마케팅

마케팅과 뇌 과학의 만남, 뉴로마케팅

Key stone 박선현


 서론

 ‘앗, 내가 언제 이렇게 쇼핑을 많이 했지?’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종종 드는 생각이다. 흔히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들은 왜 이 상품들을 구입하게 된 것일까? 바로 그들의 뇌가 상품을 보고 반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뇌가 반응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서 뇌는 항상 작동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상품의 기능, 가격, 구매 목적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순간적으로 구매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면, 그 것은 당신의 뇌 속 자리잡은 잠재의식이 반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뇌 반응을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을까? 


뉴로마케팅이란?

뉴로마케팅은 신경세포를 뜻하는 ‘뉴런(neuron)’과 ‘마케팅’의 합성어로, 최신 신경과학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뇌 반응을 측정하고 소비자심리 및 행동의 메커니즘을 분석하여 이를 마케팅에 응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잠재의식에 중점을 둔 전략으로, 소비자 구매 행동의 많은 부분이 자신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는 잠재의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뉴로마케팅 연구 기법으로는 뇌와 신경 혈류 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뉴로이미징 기법’, 뇌파를 분석하여 뇌 영역의 전기적인 활동성을 측정하는 ‘EEG’, 뇌로 가는 혈류의 흐름을 측정하여 뇌의 활동을 측정하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사람의 눈동자와 머리가 움직이는 방향을 측정하는 ‘Eye tracking’ 등이 있다.

뉴로마케팅은 지난 2005년 경제전문잡지 <포춘>에서 선정한 ‘미래를 이끌 10대 새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뉴로마케팅은 그동안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소비자 심리에 대해 뇌신경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마케터들이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될 수 있다. 현재 뉴로마케팅은 제품의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제품의 명칭, 디자인, 기능 등의 개발단계부터 로고나 광고 등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뉴로마케팅 활용 사례

1) 코카콜라 vs 펩시 선호도 연구


코카콜라와 펩시에 대한 연구는 뉴로마케팅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전 세계 탄산음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다. 이 두 음료는 맛의 화학 조성이 매우 유사하여 일반 소비자들이 맛으로 제품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펩시보다 코카콜라에 훨씬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과거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아 코카콜라와 펩시의 경쟁은 오랫동안 마케터들의 연구대상이었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 문제의 답은 뇌과학기술이 발달한 최근에 이르러서야 밝혀지게 되었다. 브랜드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두 브랜드의 콜라를 마셨을 때의 뇌를 fMRI로 관찰한 결과, 두 브랜드 음료 모두에서 달콤한 맛을 담당하는 복내측전전두피질이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브랜드가 표시된 용기에 음료를 넣어 시음한 실험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펩시보다 코카콜라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월등히 높아진 것이다. 뇌 반응에서도 코카콜라 용기에 있는 음료를 마신 사람의 뇌가 펩시 용기에 있는 음료를 마신 사람보다 정서를 담당하는 중뇌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더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제품선택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뇌에 저장되어 있는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 즉 브랜드 파워가 감정적인 선입견으로 작용하여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2) 기아자동차 ‘K7’


기아자동차의 ‘K7’은 뉴로마케팅 기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기아자동차는 K7을 새로 출시할 때,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방식의 차명을 고심하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이름을 찾기 위해 설문과 뇌과학실험을 활용하기로 했다. 실험은 한국인 100명과 한국 거주 3년 이상의 외국인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각 피실험자들에게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난 다양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봤을 때 마음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형용사를 고르게 했다. 어떤 형용사들에 더 주목하는지 시선을 추적하여 무의식적인 반응을 측정하고, fMRI로 피실험자들의 뇌 반응을 관찰했다. 피실험자들이 차 이름 후보를 볼 때, 뇌에서 호감, 선호의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 측좌핵과 혐오의 감정을 담당하는 뇌섬엽 중 어느 영역이 더 크게 반응하는지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이 선호하는 알파벳은 K, T, N, Y, Z 로 나타났다. 그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알파벳 K와 숫자 7을 결합하여 K7이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다. 시장점유율에서 오랜 시간 동안 현대자동차보다 뒤처져있었던 기아자동차는 K7을 출시한 2010년 동급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보다 두 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자동차 브랜드 경영팀은 “뉴로마케팅 조사기법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했던 반응을 수집, 분석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K7의 성공에 뉴로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3) 프리토레이 치토스 포장지 디자인


치토스로 유명한 스낵 회사 프리토레이도 뉴로마케팅을 활용했다. 프리토레이는 2008년에 치토스 광고를 재제작하기 위해서 치토스를 먹는 소비자들의 뇌가 어느 부분에 강하게 반응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들은 뇌파측정(EGG)을 통해 소비자의 두뇌 중 어느 부분이 특정 시점에 강


하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았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소비자들이 치토스의 겉 포장지를 처음 봤을 때나 먹는 과정이 아닌, 치토스를 먹은 후 손가락에 남는 오렌지색 치즈 가루에 강렬하게 반응하며 왠지 모를 해방감이나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했다. 프리토레이는 실험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치토스의 포장지를 치즈 가루를 연상시키는 오렌지색으로 디자인했다. 또한 손가락에 묻은 치토스 가루로 정리벽이 있는 직장상사의 이어폰을 더럽히거나 명함에 낙서를 하는 등의 유쾌한 내용을 담고 있는 Orange Underground 이라는 광고를 제작하여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4) 혼다 오토바이 ASV-3 디자인

혼다 또한 새로운 오토바이 모델의 디자인에 뉴로마케팅을 활용했다. 인간의 뇌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신경회로인 ‘얼굴뉴론’ 이 있어 얼굴과 유사한 형태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혼다는 이 원리를 이용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토바이가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운전자가 보다 빨리 인지하게 만들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목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ASV-3는 정면에서 봤을 때 마치 화가 난 사람의 얼굴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fMRI를 이용한 분석 결과 이처럼 얼굴 모양 디자인은 인간의 얼굴을 봤을 때와 비슷한 뇌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로 위에서 차량 운전자가 오토바이의 존재를 빨리 인식할 가능성이 전보다 43%나 높아져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로마케팅의 한계 및 주의점

이처럼 뉴로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하지만 뉴로마케팅은 여러 가지 한계점 또한 지니고 있다. 우선 생체학적 반응을 수집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또한 소비자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뉴로마케팅 조사는 소비자의 의식적인 조절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선호성향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기 때문에 이 정보가 소비자와 기업이 사전 합의한 목적 이외의 용도에 활용될 경우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피실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극히 개인적인 선호가 밝혀지고 자신도 모르는 새에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뉴로마케팅은 소비자의 뇌에서 특정 상품에 대해 어떤 영역이 활발한 반응을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지만 사고하는 내용까지는 알 수 없는 한계점을 가진다. ‘왜’라는 근본적인 물음에는 정확하게 답할 수 없는 것이다. 뉴로마케팅이 소비 심리를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성공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끊임없는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신현준,이은주, 「뉴로마케팅 원리와 활용사례」, 『KBR』, 제14권 제3호, 2011, pp.193-213

장진원, 「[CEO, 뇌를 정복하라_뉴로 마케팅이 뜬다] 지갑 열게 하는 뇌 스위치를 찾아라」, 한국경제매거진, 2014.11.12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4111400988000141&mode=sub_view)

김유림, 「샤라포바가 ‘나쁜 모델’이라고?」, 주간동아, 2011.10.04 

(http://weekly.donga.com/List/3/all/11/928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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