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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6년

당신의 두려움을 노리는 공포 마케팅

당신의 두려움을 노리는 공포 마케팅


V.I.B 김찬욱



두렵고 무서운 느낌이나 기분을 뜻하는 ‘공포감’은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감정이다. 공포스러운 감정은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불러 일으키고 우리의 생존본능을 자극한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불편한 감정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되찾기 위해서 행동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사회 속 다양한 분야에서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부하 직원의 낮은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부하 직원에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거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는 모습 등이 그렇다. 이처럼 공포감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정서 중의 하나이며 삶의 원동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공포 마케팅의 정의


 공포 마케팅은 사람들의 공포감을 자극하여 그들로 하여금 상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여기서 공포감은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 단순히 귀신이나 괴물을 보고 느끼는 무서움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피해나 미래의 불확실성, 타인으로부터의 평가, 사회적인 지위의 상실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모두 포함한다. 


 공포 마케팅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기존에 존재하는 위협요소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거나 새로운 위협요소를 제시하고 이로 인해서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한다. 전자의 경우는 주로 공익성이 짙은 광고에서 쓰이는 유형이고 후자의 경우는 주로 자사의 제품을 쓰지 않으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강조하는 부정적인 프레이밍 광고에서 쓰이는 유형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러한 형태로 공포 마케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포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시하는 위협요소가 그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여야 한다. 위협요소가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공포 마케팅의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대표적인 공포 마케팅


 공포 마케팅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다만 의식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공포 마케팅은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금융과 보험 업계에서 단골 전략으로 쓰인다. 금융회사들은 100세 시대를 외치며 지금부터 노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비참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사의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노후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 때, 필요경비 등 구체적인 금액을 함께 제시해서 더 큰 효과를 본다. 한편으로 보험회사들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를 언급하며 이를 대비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험이 필요하다며 각종 보험상품들을 판매한다. 둘 다 사람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이다.




금연 공익광고(위)와 전 좌석 안전띠 캠페인(아래)


 공포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는 분야는 바로 공공의 이득을 도모하는 공익광고이다. 공익광고에서는 주로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강조하며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금연 광고에서는 흡연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을 언급하며 해당 질환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흡연을 계속하면 신체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전 좌석 안전띠 캠페인 광고는 뒷좌석의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캠페인은 사람들에게 뒷좌석에서도 안전띠를 하지 않으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공익광고에서는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 


성공적인 공포 마케팅 사례


Colgate사의 구강청결제 광고, 리스테린과 마찬가지로 공포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공익광고 외에 성공적인 공포 마케팅을 꼽는다면 구강청결제를 꼽을 수 있다. 구강청결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위협요소를 성공적으로 어필한 사례다. 미국의 대표적인 구강청결제 브랜드인 리스테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당시 사람들에게 구강청결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리스테린은 광고를 통해서 입냄새로 인해서 대인관계가 악화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타인이 자신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파고든 리스테린의 공포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두어서 당시 입냄새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던 사람들이 지독한 입냄새를 사회생활의 위협요소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공포 마케팅으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반의 여성용 제모∙면도용품 광고


 새로운 위협요소를 제시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공포 마케팅의 또 다른 사례는 바로 겨드랑이털 제모용품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겨드랑이털 제모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10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여성들이 겨드랑이털을 제모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반으로 노출이 있는 패션이 등장하고 수영복이 보급되면서 털 하나 없는 매끈한 겨드랑이가 일부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면도기 회사 질레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성용 면도 제품을 출시했고 ‘겨드랑이털이 있는 여성은 여성스럽지 않다’는 카피 아래 매끈한 겨드랑이를 드러낸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질레트의 광고는 겨드랑이털은 불쾌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미처 깎지 못한 겨드랑이털을 남들이 볼지도 모른다는 여성들의 두려움을 자극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으로 질레트는 여성용 면도 및 제모용품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실패한 공포 마케팅 사례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온라인 바이럴 광고 캡쳐


 반면에 공포 마케팅이 실패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의 온라인 바이럴 광고는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네덜란드에서 방송이 금지됐다. 해당 광고에는 일반 자동차에서 내리던 여성이 실수로 도로 방향으로 내리게 되어서 다른 자동차에 치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서 벨로스터를 타고 있던 여성은 뒷좌석의 문이 한쪽에만 있는 벨로스터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도로 반대 방향으로 내려서 사신이 대신 다른 자동차에 치이는 장면이 나온다. 자사의 제품을 이용하지 않아서 당할 수 있는 피해를 강조한 전형적인 부정적인 프레이밍 광고인데 마케팅에서 강조한 위협요소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해서 실패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공포 마케팅이라 해서 무조건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성하면 이에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서 제품의 구매를 꺼릴 수 있다.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지면광고


 그리고 제시된 위협요소가 사실은 거짓된 정보임이 밝혀져서 공포 마케팅이 실패하는 사례가 있다. 이 때, 단순히 마케팅만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양유업의 카제인나트륨 논란이다. 남양유업은 프림 대신 탈지분유를 첨가한 커피믹스를 출시하며 카제인나트륨이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존의 커피믹스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이 없는 몸에 좋은 커피‘라는 카피는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카제인나트륨은 화학적 합성품이므로 몸에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커피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한 공포 마케팅을 통해서 남양유업은 제품 출시 1년만에 매출이 20% 가까이 급성장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과 함께 남양유업의 다른 제품에서는 카제인나트륨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양유업은 사람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또한 해당 광고가 비방광고임이 인정되어 방송금지 처분을 당했다.



공포 마케팅의 한계 및 주의점

 공포 마케팅은 강한 감정인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효과도 높게 나타난다. 이렇다 보니 공포 마케팅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유행성 질환부터 최근의 중국발 미세먼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 어김없이 공포 마케팅이 등장한다. 건강보조식품, 공기청정기, 마스크, 손세정제 등 너나할것없이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교묘하게 제품을 판매한다. 이처럼 공포 마케팅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공포 마케팅은 돈에 눈이 먼 상술로 치부되기 일쑤다. 더불어 무분별한 공포 마케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포 마케팅은 단순하고 실행하기 쉬운 마케팅 기법 중의 하나다. 많은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의 본능을 건드리는 공포 마케팅은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을 좇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공포심은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공포 마케팅은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므로 무분별한 공포 마케팅은 지양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Colgate 구강청결제 광고 (http://www.concdeleticia.com/tag/mal-aliento)

금연 공익광고 (http://www.nosmokeguide.or.kr)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광고 (http://www.seoulcoms.co.kr)

여성용 제모용품 광고 (http://www.vox.com/20155228640457/leg-shaving-history)

“10억 없으면 노후가 찌질” ‘공포 마케팅’ 투기 부추겨, 한겨레21 제773호, 2009.08.13.

김영희의 경제이야기 ‘공포 마케팅’, 자유아시아방송, 2016.03.09, 이규상,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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