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시장의 주역이 된 영포티(Young Forty)
TEAM L.LESS 김도운
<응답하라 1994>의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2013년, 최고 시청률 10.4%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응답하라 시리즈의 저력을 보여주었던 tvN의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는 1990년대의 연세대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70년대 초, 중반에 태어나 90년대 학번으로서 대학교를 다닌 이들, 말하자면 현재 40대 초, 중반을 지나고 있는 중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서태지와 공일오비, PC통신 문화, 삐삐와 시티폰 등의 아이콘들로 대표되는 ‘문화 르네상스’를 이끌며 당시를 주름잡았던 “X세대 대학생”들, 이제 40대 초, 중반을 지나고 있는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이 되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마흔’이라는 나이가 내포하고 있던 의미의 진화
1)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1955년 태어나 현재 예순을 넘긴 박우현 시인은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라는 그의 시에서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박우현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시인은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지금보다 평균수명이 짧고 생애주기가 빨라 혼인 연령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보다 “일찍 늙어갔던” 50, 60년대생들에게 있어 마흔이라는 나이는 의미심장했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오며 점차 ‘나’로서 존재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배우자로, 아이들의 엄마, 아빠로 존재하고 정의되기 시작하는 그 나이, 그게 바로 마흔이었다.
2) 기대 수명 81.9세 시대에 마흔으로 살아간다는 것
국제통계연감은 2014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을 81.9세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기대 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지금 이 시대의 40대는 이제 객관적인 수치상으로 인생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마흔은 아직 젊은 나이”라는 것이 객관적 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1990년대 자유와 개성을 목놓아 외치던 X세대는 이제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함과 동시에 경제력까지 함께 갖춘 “영포티(Young Forty)”가 되어 돌아왔다.
한국 역사상 가장 젊은 40대
영포티에 대한 한국일보 박선영 기자의 “한국 사회 변화의 열쇠, ‘영포티(Young Forty)’”라는 기획 기사에 따르면, 매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분석해 온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영포티를 “제2차 베이비붐 세대이자 1970~1974년생들, 여기서 1, 2세 정도를 가감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한국 역사상 가장 젊은 40대”라고 말하며, “내 집 마련, 보수 혹은 진보의 이념, 결혼과 출산, 형식과 허울 등에서 자유롭다는 점, 합리와 상식을 우선시하고 현재에 충실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 등을 영포티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제시한다.[1]
즉, 영포티는 기성 세대의 가치관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여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애저씨, 애줌마”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영포티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들의 예시
1) 세정 웰메이드의 “굿맨을 굿맨답게” 캠페인
남성 패션 전문 기업 세정은 자체 브랜드 ‘브루노바피’의 캐주얼 라인의 강화를 알리기 위해 이색 패션쇼를 개최했다. 배우 정우성을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쇼 사회자로 앞세워 일반 중년 남성들을 초청한 뒤 각각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메이크오버 시켜주었다. 이후 가족들을 초대하여 패션쇼를 개최하고 각 남성들의 확 바뀐 모습에 대한 반응을 영상에 담아낸다. 메이크오버 과정과 당사자들, 가족들의 인터뷰 등이 모두 광고에 활용되었고 이 영상은 300만이 넘는 유튜브 조회수를 이끌어내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광고 영상의 인터뷰들 속에서 중년 남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때는 나도 잘나갔었는데 삶에 치이다 보니 자기 자신에게 신경을 잘 못썼다” 하는 심리를 토로한다. 또한 한 남성의 부인은 “남편이 이제 앞으로는 너무 가족에게만 얽매이지 말고 자기 자신을 잘 꾸밀 줄도 아는 ‘남자’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즉, 이 프로모션은 40대 남성들이 언제나 젊은 감성을 잊지 않은 ‘영포티’로 남고자 하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에 성공한 프로모션으로 남을 수 있었다.
1) 젊어지고 싶어하는 영포티들을 공략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지난 9월 유통업계 자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남성복 전문 브랜드인 ‘맨온더분’을 런칭하였다. 맨온더분은 기존의 클래식수트를 대중화를 지향하며 비즈니스 캐주얼에 조금 더 집중한 브랜드이며, 이는 조금이라도 더 젊어지고 싶어하는 아재들의 심리를 자극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신세계인터내셔널은 통합 온라인몰인 SI빌리지닷컴은 온라인웹진 '더 스크랫'을 통해 맨온더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유명 미식 블로거 등과 함께 남자의 패션에 대해 얘기하는 온라인 토크쇼를 론칭하는 영포티 남성들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여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LF 또한 헤지스의 비즈니스웨어 라인인 ‘미스터헤지스’ 라인을 런칭하며 아재들의 젊은 감각을 정조준한다. 미스터헤지스는 수트와 잘 어울릴 만 한 단정하고 클래식한 아이템들뿐만 아니라 티셔츠, 스웨터 등의 캐주얼웨어들과도 쉽게 매치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며, 영포티들 공략에 나서고 있다.
2) 키덜트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영포티
키덜트란 어린 아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타 큰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어린이의 감성을 간직한 채 어린이들의 전유물인 장난감, 인형, 로봇 등을 가지고 노는 데에 몰두하는 ‘어른 아이’를 뜻한다. 그런데 이 키덜트 시장에서의 주역으로서도 역시나 영포티가 떠오르고 있다.
롯데카드 공식 블로그 라이프스퀘어(Life Square)는, “키덜트 문화가 양지의 문화, 주류 문화로 인식되고 급성장하면서 피규어, 프라모델, RC모형, 아트토이로 압축되는 키덜트 시장이 확장”되었으며, “10~2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던 브랜드뿐 아니라 30~40대를 위한 패션, 뷰티,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들도 캐릭터 등 키덜트 콘텐츠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키덜트를 위한 제품이 다양”해지고 있고, “지금까지 새로운 캐릭터들의 인기가 높았다면 복고열풍으로 인해 복고 캐릭터들의 재등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4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드론’이 꼽힌다. G마켓은 “드론의 경우 40대가 구매의 47%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고 분석하며 “드론은 무선조종 자동차, 무선조종 헬기 등을 좋아하는 남성들의 성향이 반영되어 다소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력 있는 40대에게 인기”라고 밝혔다.
특히 영포티를 겨냥하는 마케팅이 필요한 분야
1) 여행, 캠핑 산업 분야
1980년대 후반 시행된 ‘해외여행 자유화’의 첫 수혜자였던 영포티는 국내외 여행 산업의 큰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영포티들이 현재를 즐기는 데에 특히나 집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행, 캠핑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여행 용품, 캠핑 용품 등의 물리적 제품들뿐만 아니라 여행 상품 개발 등의 다양한 여행 산업 분야에서 영포티에 특화된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함이 필수적이다.
2) 뷰티 산업 분야
2010년대 초반 ‘그루밍족’의 등장으로 남성 뷰티 산업이 호조를 보였다. 그리고 이제 2010년대 중반 새롭게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영포티의 등장에 대비하기 위하여 화장품 업계는 주 타깃을 2, 30대 남성뿐만 아니라 40대 남성으로까지 확장시켜 나가야 함이 필연적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영포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영포티의 주된 감성은 어떤 것인지 면밀한 분석하여 마케팅 전략에 적용해야만 할 것이다.
응답하라 2010, 누구나 40대가 된다
90년대의 주역으로서 문화 르네상스와 IMF 시기에 20대를 보낸 이들은, 20년 남짓이 지난 지금 소비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영포티가 되었다.
그렇다면 2010년대에 20대를 보내고 있는 현재의 20대들은 그들의 40대에 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그런 그들에 대해서는 어떤 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현재 20대의 문화와 삶, 가치관 등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심도 있는 분석을 기반으로 한 예측만이, 가까운 미래의 성공적인 마케팅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만의 것이기에.
닐슨코리아 제공
이미지 출처: CJ E&M 홈페이, http://www.cjenm.com
“한국 사회 변화의 열쇠, ‘영포티(Young Forty),” 한국일보, 2016.01.08, http://www.hankookilbo.com/v/aaedbb02b19c49c3a7fe11b2d40e53fb
이미지 출처: 더훅(http://www.thehook.co.kr/front/comm_view.php?num=61)
“’사초남’이 뭐길래? 꾸미는 남성이 유통업계를 움직인다,” 스포츠조선, 2016.11.11,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611110100104420006915&servicedate=20161111
“1월호의 Insight: 영포티의 취향 소비, VIP가 된 키덜트,” 롯데카드 공식 블로그, 2016.01.21, http://blog.lottecard.co.kr/686
“심형탁, ‘도라에몽 침대 소유… 꿈에서도 놀고 싶어,” 머니투데이, 2014.04.15, http://news.joins.com/article/14456824“1월호의 Insight: 영포티의 취향 소비, VIP가 된 키덜트,” 롯데카드 공식 블로그, 2016.01.21, http://blog.lottecard.co.kr/686
“’응답하라 1994’ 고아라 남편 김재준 누구?,” 이투데이, 2013.10.28
오퍼스 16기 김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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