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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6년

풍자마케팅

풍자를 활용한 마케팅, 그 참을 수 없는 아슬아슬함.

 

Alpha 김서정

 

언니, 저 맘에 안들죠?

 

시작은 동영상 하나가 유출되면서였다. 지난해 가수 예원과 배우 이태임의 욕설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유행어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패러디 물이 터져 나왔다. 이에 발 빠른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두 사람의 논란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기발한 치킨은 해당 동영상에 포함된 문장을 이용하여 “너 어디서 반 마리니(반말이니)?” “아니 아니, 치킨은 한 마리지. 언니, 치킨 마음에 안들죠?”라는 광고를 선보였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의 한 화장품 브랜드는 아이 메이크업 기획전을 홍보하기 위해 눈을 왜 그렇게 떠?”라는 문구를 사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처럼 패러디 형식의 풍자가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은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행동을 마냥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가미해 광고로 활용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풍자는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는 여러 행위를 의미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기득권층에 대한 풍자를 통해 무거운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문화가 발달해왔다. 이는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판소리나 탈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풍자라는 말은 본래 시의 한 형식이었으나 다양한 장르를 통해 퍼져나가며 현대에서도 사회문화적 요소로 자리잡았다. 더 나아가 예원과 이태임의 사건에서 보듯 이제는 풍자가 기업의 최신 마케팅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풍자를 활용한 마케팅의 예시

 

지난 2014년 말 대한항공의 KE086편이 탑승 게이트로 되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에게 땅콩 회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사건은 당시 1등석에 탑승하고 있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소위 갑질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건이었다.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으나 폭언과 폭행에 대한 조직적 은폐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대한항공에서 서비스 되었던 견과류가 마카다미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러 기업들이 풍자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코스트코 구매대행 서비스 코스트 온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1등석의 맛이라며 마카다미아를 홍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쿠팡을 비롯한 여러 소셜커머스는 마카다미아 광고에 내리라 해서 가격도 내렸습니다.” 비행기도 후진시킨 바로 그” “그릇에 담아먹으면 맛도 영양도 최고앞다투어 재치 있는 카피를 내걸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경우 공식 트위터에 긴 말은 않겠다. 바로 그 땅콩이라는 글을 올리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G마켓의 마카다미아 제품은 전 주 대비 150%의 판매 성과를 이루었으며 타 온라인 업체들도 연일 매진 행진을 달성하며 구매 수량을 제한한 곳 까지 등장했다

 

  가장 최근에도 풍자가 유통업계의 마케팅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비선실세와 각종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최순실이다. 앞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G마켓은 다시 한번 공식 트위터에 최순실 모녀를 모티브로 한 게시물들을 올려 마케팅에 활용했다. 이화여대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의 제목 어디선가 말을 타고 있는 너에게를 그대로 인용하여 여성이 승마기구에 앉아있는 사진과 함께 구매 링크를 업로드 했다. 또한 최순실 모녀가 머물던 독일 호텔에서 발견된 음식 포장지를 반영하여 밥은_먹고_다니냐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사골곰탕, 조미김, 믹스커피도 판매한다고 홍보하였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도 이에 질세라 월동품 준비 코너에 어느새 손 Siri라는 카피 내세웠다. 이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최순실이 siri’로 불리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며 자주 최순실의 자문을 구했는데 이를 아이폰의 음성 인식 서비스 Siri와 합성한 이름이다. 이 외에도 나주의 한 곰탕 식당은 공황장애를 주장하는 최순실이 검찰 조사 전 먹은 곰탕을 풍자하며 공황 장애도 치료하는 곰탕의 맛이라는 블로그 글을 올렸으며 광주의 한 식당에서는 순실이 콩밥정식을 출시하기도 했다

 

 

보통 기업들은 이슈가 되는 사건을 상품의 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특이하게도 최순실 사건을 통해 간접적으로 마케팅 효과를 본 기업도 존재한다. 지난 31일 최씨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프라다 신발 한 짝을 남기고 떠났다. 그날 프라다는 하루 종일 포털싸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네티즌들이 이를 활용해 직접 광고까지 만들어 배포하였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프라다 신발을 찍고 있는 사진에 프라다 로고를 넣어 비선실세 논란 중에도 명품을 신은 것을 풍자한 것이다. 이 사진에 대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비록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프라다 입장에서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 스캔들이나 유명 인물에 대한 부도덕적 행위에 관한 풍자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은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전세계가 주목했던 미국 대선 후보 힐러리와 트럼프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힐러리와 트럼프의 얼굴이 중앙에 장식된 컵케이크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힐러리 컵케이크 안에는 편지 모양의 장식을 첨가해 경선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되었던 이메일 스캔들을 나타냈다. 트럼프의 컵케이크에는 육각형 형태로 조각한 초콜릿 벽이 둘러져 있는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그의 발언에 기반한 것이다. 중국 광둥성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 1 비서를 풍자하는 듯한 식당이 개업하여 연일 화제다. 식당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그를 표현한 듯한 캐리커쳐가 자리잡고 있으며 식당 이름 또한 조선으로 김정은을 겨냥한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사람들은 왜 풍자에 열광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풍자는 한국 사회가 가진 독특한 문화적 현상이다. 보통 약자가 부조리한 현실이나 강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저항할 수 없을 때 문화적으로 이를 표출하는 대응책으로서 역할을 한다. 풍자는 권력에 대한 불만과 답답함을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그 형식적 측면에는 유희적 요소가 가미되어 모두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놀이적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 강렬할수록 풍자는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정치권력과 기득권층의 오만과 무능을 예리하게 비틀면서 허탈한 감정에 대한 정서적 만족감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웃프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풍자를 마케팅에 활용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시대의 이슈에 편승하여 쉽게 주목 받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통찰력 있는 풍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광고를 보며 유쾌함, 통쾌함까지 느낀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풍자는 양날의 검이다. 자칫하다가는 자신의 손이 베일 수 있다.

 

풍자 마케팅의 한계

 

   고대 켈트 신화에서는 풍자를 강력한 저주로 여겨졌다. 하물며 신들의 왕 조차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으면 풍자를 퍼뜨리겠다는 시인의 협박에 신들의 왕인 다아다가 식사를 대접했다는 일화는 풍자가 얼마나 두려운 것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신화 속에 나타난 풍자의 위험성은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풍자를 잘못 사용할 경우 사건의 핵심보다는 주요 인물들의 인신공격에 집중하게 되어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주며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상업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사건의 핵심을 흐리게 된다. 풍자는 복잡한 세상을 좀 더 가볍게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되어주지만 그 사실은 풍자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풍자가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이용되면 그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키는 본질을 잃은 채 의미 없는 조롱과 유희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풍자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건드릴 때 가장 재미있지만 도를 넘어선 상업적 이용은 소비자들에게도 외면 받게 된다. 국내 대형 식품 업체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소재로 광고 제작을 하게 된다면 효과는 크지만 다소 지나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릴 경우 역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G마켓은 풍자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와 최순실 모녀 관련 게시글을 삭제했다.  다른 소셜커머스도 관련된 포스팅을 잠시 올렸다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널리 입소문을 탈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풍자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일시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켜 인지도 상승효과는 있지만 계속하면 재미없고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풍자 현상에 대한 잠재된 반감이 상품에 이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를 활용하면 입소문 효과를 통해 마케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만 부정적 이슈로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90391&cid=42251&categoryId=58354

http://blog.naver.com/1st_navi/220342950654

http://star.mbn.co.kr/view.php?no=322803&year=2015&refer=portal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59169&cid=40942&categoryId=32860

http://sports.donga.com/3/all/20161107/81213243/3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100&key=20161101.99002152640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6792

http://biz.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0116569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1107000381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410582&memberNo=28162671&vType=VERTICAL

http://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15

https://namu.wiki/w/%ED%92%8D%EC%9E%90#s-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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