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백화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V.I.B. 김이진
백화점 업계의 위기와 한국 백화점 업계의 돌파 전략
다양한 유통 채널의 등장으로 전세계 백화점 업계는 위기를 겪고 있다. 2014년까지 백화점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백화점에서 구경을 하고 다른 채널을 통해 실제 구매를 하는 쇼룸화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추수감사절 당일에도 영업을 할 계획을 밝혔으며, 오프라인 매장 100개를 내년까지 줄일 방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백화점 업계 역시 흑자를 내고는 있었지만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영업이익에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많은 백화점들이 지하 식품관을 강화했지만 지하 1층 식품관의 고객 수를 늘리는 수준에서 그칠 뿐 2층 이상의 매장의 집객에 유의미한 효과를 미쳤는 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 업계는 체험형 백화점이라는 변신을 통해 불황 속에서도 매출 증가율이 다시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에 따라 남성 고객도 늘고 있다. 판교점을 열며 새로운 시도를 한 체험형 백화점의 대표 주자인 현대 백화점에 대해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 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빅3 중 시장 점유율 3위로 다소 애매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현대 백화점의 경우 경쟁사인 롯데 백화점보다는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가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신세계 백화점에 비해서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진 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25명 정도를 조사해본 결과 사는 지역에 따라 현대 백화점의 이미지를 젊고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인식하기도 하고, 반대로 매우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는 현대 백화점의 매장 관리 방식에 따른 것으로 롯데 및 신세계 백화점과 달리 지점별로 상이한 전략을 시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 백화점 압구정점은 타겟 연령층이 높고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지점인 반면 신촌점의 경우는 타겟 연령층이 낮고 대중적 이미지를 추구함을 확인해볼 수 있다. 지점별로 세일 기간이 다를 정도로 각기 다른 전략을 채택하는 현대 백화점이 판교점을 통해 체험 마케팅을 실험했다. 그 결과 이 거대한 실험장 현대 백화점 판교점이 오픈과 동시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 개장 100일 만에 2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국내 백화점의 초기 매출 신기록이다. 국내 최대 수준의 식당가와 식료품점을 지하에 꾸린 효과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게다가 방문 고객 수 중 절반이 10km 이외의 지역에서 소위 ‘핫 플레이스’이기 때문에 찾아오게 한 성공 요인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현대 백화점 판교점의 성공 요인
-
소비자들의 직접 체험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소비되는 분위기와 이미지,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을 창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예시로는 주방 기구를 판매하기 위해 직접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이 있다.
앞서 말한 백화점 업계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매출의 성장보다는 집객과 이미지 제고를 목표로 삼고 체험 마케팅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현대 백화점은 공간 구성 자체를 새롭게 했다. 현대 백화점 판교점은 더 이상 ‘물건을 사는 공간’만이 아닌 ‘즐겁게 놀고 체험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백화점을 쇼룸처럼 활용하는 고객들을 변화시키고자 하기 보다는 최고의 쇼룸으로 꾸며 백화점 안에서 즐겁게 놀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짜게 되었다. 다시 말해, 매장 내에 물건을 팔기 보다는 경험을 파는 전략을 택했다.
1. 점포 배치
먼저, 점포 간 간격을 넓게 배치했다. 공간을 낭비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여성들이 편안히 움직일 수 있도록 통로를 넉넉히 만들어 유모차 두 대가 지날 수 있는 정도로 넓은 공간을 구성했다.
2. 체험형 매장 도입
1. 남성을 쇼핑의 주체로
백화점 매장을 가보면, 앉을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의 대부분을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과 달리 필요한 물품만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남성들이 백화점에 좀 더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남성들을 위한 공간들을 각 층마다 만들어 두었다. 오직 남성만을 위한 공간도 만들어 두었는데 XTM존과 바버숍이다. 남성 전문 채널 XTM과 협력해 XTM존에서 XTM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XTM존의 경우 가게를 입점시켰다면 최대 10억 정도의 매출이 가능한 공간임에도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바버숍은 아주 세련되게 인테리어된 공간에서 이발과 면도를 해준다.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며, 충분히 만족할 만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각종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련된 공간을 체험한다는 것 자체가 과시할 만한 고급스러움을 제공한다. 그리고 각종 남성들이 선호하는 카메라 등의 매장을 조성하고 매장에서 편안히 제품들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
분류 |
F&B |
남성+아동 |
1층 |
해외패션 화장품 장신구 섬유잡화 |
티아뜰리에(고급 홍차 및 쿠키 판매) |
뱅앤올룹슨(럭셔리 음향 브랜드로 다양한 음향 기기 체험 가능) |
2층 |
수입패션 슈즈 핸드백 |
사라베스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의 단골 브런치 레스토랑) |
트래블 갤러리(캐리어, 여행 책 등 여행 소품 판매, ‘모두투어’에서 여행상품 상담 및 예약 가능) |
3층 |
여성패션 U-PLEX 영 패션 전문관 |
TGW 카페 (싱가포르 하이엔드 티 브랜드) |
|
4층 |
U-PLEX |
띵크커피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는 뉴욕의 카페) |
카카오 프렌즈 숍(카카오 캐릭터 상품 판매) |
5층 |
패밀리 스포츠 CGV |
토크인커피, 스쿨푸드, 모모야, 밀탑투고, 카페방하 |
IT 라운지 (삼성전자와 협업, 기어 VR 체험, ‘매직 미러’ 체험존) XTM 라운지(XTM 영상을 보며 쉴 수 있음) 라인 프렌즈 카페&숍(음료 및 라인 캐릭터 상품 판매) *현대 어린이 책 미술관 (어린이 대상 미술 교육과 책 관련 프로그램 운영) *회전목마 |
6층 |
남성패션 |
시리즈 카페(남성 브랜드 ‘시리즈’와 가로수길 유명 카페인 ‘머그포래빗’이 협업) 닥스카페(‘닥스’ 매장 안에 위치한 영국식 티카페) |
위클(자전거 전문 매장으로 고급 자전거와 스쿠터 시승 가능) MAJESTY (정통 유럽 스타일의 프리미엄 바버숍 : 남성 헤어&쉐이빙) RESH(일본의 프리미엄 슈즈 리페어 숍, 구매부터 수선ㆍ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 |
7층 |
아동 레저 |
판다캣 키즈카페 (엔씨소포트와 협업, 캐릭터 ‘판다캣’이 콘셉트) |
언더아머(컴프레션 의상 착용 후 운동 동작을 시연할 수 있음, 윗몸 일으키기, TRX를 이용한 스트레칭 등이 가능하며 간단한 운동 자세 교정 가능) *노스페이스(아이들 전용 클라이밍 체험존) *판다캣 키즈카페(증강현실, 태블릿 PC 등 IT를 접목한 교육 제공) |
8층 |
리빙 |
이도카페(북촌의 유명 카페로, 음료와 머그잔 판매) |
|
[표1] 판교점의 체험 마케팅이 반영된 매장
2. 아동과 함께할 수 있는 체험 제공
백화점 5층을 ‘패밀리 매장’으로 구성해 가족들이 스포츠웨어부터 피규어숍까지 다 함께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다같이 쇼핑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회전 목마와 미아방지 스마트밴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대 백화점 판교점은 놀이동산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회전 목마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판교점은 블루투스를 통해 매장 안에서 자녀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리고 부모의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아방지 스마트밴드를 제공할 만큼 매장이 넓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여기저기 다닐 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도 보여준다. 장난감 매장을 물론이고 키즈카페도 있으며, 어린이 책 미술관도 있어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현대 백화점의 판교점 판매기획팀 최 팀장이 현대 백화점의 경쟁자로 에버랜드 같은 놀이동산으로 꼽은 것으로 보아도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되는 판교점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한계점
1. 지속적인 새로움 창출
현대 백화점 판교점의 체험 마케팅과 그에 따른 성공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초반 우려와 달리 송도 아울렛에도 같은 체험 마케팅을 도입해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업계 1위 롯데 백화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성공에도 분명한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먼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언제까지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인 지에 대한 문제이다. 직원은 인터뷰에서 새롭게 입점시킬 가게, 새로운 체험 활동 등 새로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찾아 나간다면 성공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해주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체험형 백화점에서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하기 원한다. 베버의 법칙(Weber’s law)에 따르면 기존 경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자극이 있어야만 소비자는 자극을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맛집이 입점한 식품관이나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 같은 체험 마케팅도 소비자들은 경험해본 것들이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새로움과 현재 제시한 새로움을 넘어서는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점차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로 식품관을 살펴볼 수 있다. 판교점의 초반 인기 요인 중 하나였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도 개점 초기와 달리 점차 인파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각 층마다 사라베스와 같은 유명 식품매장과 음식점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들여오기에는 출혈이 심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식품 업계뿐 아니라 또 다른 예로, 현대 백화점 판교점이 체험 마케팅의 일환으로 준비한 가죽 공예 등 수공예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한 번의 경험 이후 지속적 경험 의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특히 이러한 학습형 체험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문화 센터 강좌를 운영하고 있던 프로그램들과 어떤 차별화가 되고 있는 지는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다.
2. 집객 효과의 매출 연계성
기대한 집객 효과가 적절히 일어나고 있는 지에 대한 한계점이 있다. 가죽 공방인 토글의 교육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한 클래스가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이렇게 될 경우 고객들이 체험만 하고 다른 구매로 이어 지지 않은 채 백화점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생각보다 오래 소요된 시간 이후 백화점에서 기대한 대로 식품관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갈 수는 있지만 다른 매장의 매출에는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경쟁사가 많은 상황에서 판교점에서의 고객의 만족도를 고객의 충성도로 이어 가기 위해서 차별화할 수 있는 특징을 좀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 문헌
‘“여보, 나 이발하게 백화점 가자” 체험을 파는 공간, 모두의 놀이터가 되다’, DBR, 2016.01
‘[DBR]경험을 파는 백화점… 남성 끌어들여라’,동아뉴스,16.01.25
‘줄폐점하는 미국·중국·일본 백화점은 궁금하다…왜 한국 백화점만 잘 나가는거죠?’,한국경제,16.10.17
Fechner, Gustav Theodor (1966) [First published .1860]. Howes, D H; Boring, E G, eds. Elements of psychophysics [Elemente der Psychophysik]. volume 1. Translated by Adler, H E. United States of America: Holt, Rinehart and Winston.
'Marketing Review > 2016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뮤지엄 마케팅 (0) | 2017.05.01 |
---|---|
미니멀리즘 (0) | 2017.05.01 |
소비 시장의 주역이 된 영포티 (0) | 2017.05.01 |
풍자마케팅 (0) | 2017.05.01 |
B급 마케팅 (0) | 2017.04.19 |
IKEA의 이색 체험 마케팅 (0) | 2016.06.28 |
신박한 조합, ‘케미 마케팅’ (0) | 2016.06.28 |
레트로 마케팅(Retro Marketing) (0) | 2016.06.28 |
마케팅과 뇌 과학의 만남, 뉴로마케팅 (0) | 2016.06.28 |
인공 지능과 디지털 마케팅 (0) | 2016.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