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2년 동안 솔로로 지내던 친구 A가 호들갑을 떨며 내게 자랑을 했다. "소개팅을 해서 만난 남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 얼굴도 잘 생겼고 차도 있고 학벌도 좋아! 취미도 근사해! 피아노 연주 그리고 (갑자기 조그만 목소리로) 와우." 필자는 망설임 없이 한 마디 했다. "그만 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취미라니! 내 소중한 친구는 그 잘생긴 소개팅남의 얼굴 보기 힘들 것이고 오붓한 드라이브도 물 건너 갔다. 학벌도 다 필요 없다. 오죽했으면 '와우, 리니지, 아이온' 계정이 있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말라는 여성들 사이에서의 소문이 있겠는가? 그 소개팅남 너무 안됐다고? 정 그렇다면 한 때 '와우저(와우를 즐기는 사람)'을 넘어 '와우폐인'소리까지 들었던 필자가 약간의 변명을 해 줄 수 있지.
"그 소개팅남은 블리자드 스케일의 마케팅에 당한거야."
한국 남자라면 너무도 익숙한 '블리자드 사(社)로고
블리자드. 어떤 회사인가?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 했던 해인 1991년 미국에서 세워진 소프트웨어 회사로 1994년 워크래프트, 1997년 디아블로 그리고 1998년 스타크래프트를 제작했다. 이 세가지 게임은 시리즈로 이어지며 모든 시리즈가 출시와 동시에 미국 올해의 게임상, 올해 최고의 게임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씩 판매됐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프로게이머'란 신종 직업을 만들기도 했다. 배틀넷 시스템(온라인을 통해 해당게임 유저들끼리 대전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블리자드는 2004년 워크래프트에 기반을 둔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World of Warcraft'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줄여서 와우(WoW)라고 불리우는 이 게임은 북미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의 지역에서 상용화를 시작하자마자 컴퓨터 업계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5년 한국에서 상용화를 시작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
우리나라는 수 백가지의 온라인게임을 제작하고 수출하는 등 온라인게임 강국으로써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엔씨 소프트의 '아이온'이나 '리니지 시리즈'등은 끊임 없이 와우와 비교를 당해왔고 번번히 여러가지 면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혹시 아이온이나 리니지 유저들이 있다면 크게 반발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왜일까? 그래픽? 국산 온라인게임 중 와우보다 훌륭한 그래픽을 갖춘 고사양 게임이 넘쳐난다. 플레이 안정성? 엔씨 소프트의 서버 관리 기술은 세계로 수출 할 만큼 우수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와우에 열광하며 블리자드 스케일에 감탄을 하는가? 잠시 영상을 보자.
와우 퀘스트 중 '분노의 관문'영상. 필자는 이 영상을 접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더랬다.
스토리텔링과 와우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와우 마케팅의 핵심은 이 스토리텔링이고 잘 짜여진 스토리는 와우를 게임 이상의 그 무엇으로 만든다. 블리자드의 부사장 '크리스 멧젠'은 출시 게임의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관리한다. 게임을 제작하는 수 많은 팀 중 스토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스토리 작가가 회사의 중역을 맡고 있을 정도로 블리자드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와우 소설은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도 뽑혔고 매년 쏟아져나오는 관련 소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중이며 '반지의 제왕'의 흥행을 훌쩍 뛰어넘을 판타지 영화로 기대받고 있다. 인간, 나이트엘프, 드워프, 노움, 드레나이로 구성된 '얼라이언스'와 오크, 트롤, 언데드, 타우렌, 블러드엘프로 구성된 '호드'는 서로 적대적이면서도 때로는 협력한다. 각 종족에는 나름대로의 역사가 있으며 이 열 가지 종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탄탄한 플롯은 아주 잘 된 소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소위 어둠의 생명체, 괴물로 알려진 오크를 정의감 넘치는 용감한 종족으로 재탄생시킨 블리자드의 센스는 한국의 33개 와우 서버 중 대부분을 호드 강세서버(얼라이언스 대비 호드 유저의 비율이 높음)로 만들었다.
녹색의 오크 대족장 '스랄'은 블리자드에 의해 가장 사랑 받는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스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는 필자의 언데드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가지고 있는 소구력은 엄청나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며 자신의 구매행위에 의미를 가지고 싶어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그 욕구가 강하다. '게임'을 하는 행위에 부정적인 세간의 인식 때문에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가지고 싶어한다. 단순히 어려운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행위 이상의 역할, 즉 스토리의 일부로써 소설의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블리자드는 와우를 통해 잘 이용했고 이것은 어마어마한 매출로 이어졌다.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타이타닉'의 매출이 6억 달러임을 감안하자면 블리자드가 와우를 통해 월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음은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게임'하면 생각나는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 시스템이 아닌 스토리에 힘을 싣고 마케팅 전략을 장기적으로 수행한 와우는 진정한 블리자드 스케일을 과시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와우의 차기 확장팩 '대격변'을 개발 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 그리고 와우저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지금까지의 와우 세계관과 어떻게 연관시켜 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것인가'이다. 지금까지 스토리텔링을 통해 성공적으로 감성마케팅을 해온 그들의 노력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차기작 '대격변'
아, 소개팅남에게 충고 한마디! 필자는 2년 전 밤에 몰래 일어나서 와우를 하다가 걸려 마루로 끌려나간 컴퓨터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와우 때문에 무던히도 부모님 속을 썩였다. 와우 아니었으면 지금쯤 행시, 사시, 외시 어느 것이라도 패스했을지는 모를일이다. "리치왕, 아서스만 잡고 효도해라. 그만 두는 순간 인생이 여유로워지고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소개 받은 내 친구, 정말 괜찮다!"
"그 소개팅남은 블리자드 스케일의 마케팅에 당한거야."
한국 남자라면 너무도 익숙한 '블리자드 사(社)로고
블리자드. 어떤 회사인가?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 했던 해인 1991년 미국에서 세워진 소프트웨어 회사로 1994년 워크래프트, 1997년 디아블로 그리고 1998년 스타크래프트를 제작했다. 이 세가지 게임은 시리즈로 이어지며 모든 시리즈가 출시와 동시에 미국 올해의 게임상, 올해 최고의 게임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씩 판매됐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프로게이머'란 신종 직업을 만들기도 했다. 배틀넷 시스템(온라인을 통해 해당게임 유저들끼리 대전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블리자드는 2004년 워크래프트에 기반을 둔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World of Warcraft'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줄여서 와우(WoW)라고 불리우는 이 게임은 북미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의 지역에서 상용화를 시작하자마자 컴퓨터 업계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5년 한국에서 상용화를 시작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
우리나라는 수 백가지의 온라인게임을 제작하고 수출하는 등 온라인게임 강국으로써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엔씨 소프트의 '아이온'이나 '리니지 시리즈'등은 끊임 없이 와우와 비교를 당해왔고 번번히 여러가지 면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혹시 아이온이나 리니지 유저들이 있다면 크게 반발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왜일까? 그래픽? 국산 온라인게임 중 와우보다 훌륭한 그래픽을 갖춘 고사양 게임이 넘쳐난다. 플레이 안정성? 엔씨 소프트의 서버 관리 기술은 세계로 수출 할 만큼 우수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와우에 열광하며 블리자드 스케일에 감탄을 하는가? 잠시 영상을 보자.
와우 퀘스트 중 '분노의 관문'영상. 필자는 이 영상을 접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더랬다.
스토리텔링과 와우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와우 마케팅의 핵심은 이 스토리텔링이고 잘 짜여진 스토리는 와우를 게임 이상의 그 무엇으로 만든다. 블리자드의 부사장 '크리스 멧젠'은 출시 게임의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관리한다. 게임을 제작하는 수 많은 팀 중 스토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스토리 작가가 회사의 중역을 맡고 있을 정도로 블리자드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와우 소설은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도 뽑혔고 매년 쏟아져나오는 관련 소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중이며 '반지의 제왕'의 흥행을 훌쩍 뛰어넘을 판타지 영화로 기대받고 있다. 인간, 나이트엘프, 드워프, 노움, 드레나이로 구성된 '얼라이언스'와 오크, 트롤, 언데드, 타우렌, 블러드엘프로 구성된 '호드'는 서로 적대적이면서도 때로는 협력한다. 각 종족에는 나름대로의 역사가 있으며 이 열 가지 종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탄탄한 플롯은 아주 잘 된 소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소위 어둠의 생명체, 괴물로 알려진 오크를 정의감 넘치는 용감한 종족으로 재탄생시킨 블리자드의 센스는 한국의 33개 와우 서버 중 대부분을 호드 강세서버(얼라이언스 대비 호드 유저의 비율이 높음)로 만들었다.
스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는 필자의 언데드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가지고 있는 소구력은 엄청나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며 자신의 구매행위에 의미를 가지고 싶어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그 욕구가 강하다. '게임'을 하는 행위에 부정적인 세간의 인식 때문에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가지고 싶어한다. 단순히 어려운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행위 이상의 역할, 즉 스토리의 일부로써 소설의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블리자드는 와우를 통해 잘 이용했고 이것은 어마어마한 매출로 이어졌다.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타이타닉'의 매출이 6억 달러임을 감안하자면 블리자드가 와우를 통해 월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음은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게임'하면 생각나는 그래픽이나 인터페이스 시스템이 아닌 스토리에 힘을 싣고 마케팅 전략을 장기적으로 수행한 와우는 진정한 블리자드 스케일을 과시하고 있다. 블리자드가 와우의 차기 확장팩 '대격변'을 개발 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 그리고 와우저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지금까지의 와우 세계관과 어떻게 연관시켜 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것인가'이다. 지금까지 스토리텔링을 통해 성공적으로 감성마케팅을 해온 그들의 노력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차기작 '대격변'
아, 소개팅남에게 충고 한마디! 필자는 2년 전 밤에 몰래 일어나서 와우를 하다가 걸려 마루로 끌려나간 컴퓨터가 다시 방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와우 때문에 무던히도 부모님 속을 썩였다. 와우 아니었으면 지금쯤 행시, 사시, 외시 어느 것이라도 패스했을지는 모를일이다. "리치왕, 아서스만 잡고 효도해라. 그만 두는 순간 인생이 여유로워지고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당신이 소개 받은 내 친구, 정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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