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어떤 색으로 염색해드릴까요? 라는 말이 요즘 미용실에 가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태어나서 머리를 한 번도 염색하지 않아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젊은 아이들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화려하게 머리를 염색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으며 늙으신 분들도 새치를 가리기 위해, 혹은 기분을 내기 위해 염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순히 염색하는 것을 이 시대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권리>라고 생각해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실 과거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염색하는 것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한 때 코러스걸과 창녀들만 염색을 한다는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금발을 선망하는 여성들이라도 함부로 염색을 하지 못하고 염색을 하게 된다면 죄지은 것같이 몰래 하곤 했었는데 그 편견을 깬 것이 '셜리'라는 여성이다. (셜리는 클레롤 회사의 염색약 광고를 담당한 여성이다.)
"염색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진실은 미용사만 알 수 있습니다. "
"가까이 갈수록 더 예뻐 보입니다."
"단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금발로 살게 해줘요!"
이것이 처음 그녀가 내건 문구이다.
우리가 듣기에 이런 카피는 너무나 식상해서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당시에는 시대를 뒤흔든 유명한 문구였다. 수많은 여성들이 처음으로 자유롭게 머리를 물들였으며, 심지어 많은 여성 운동가들도 머리를 염색하고 여성해방 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이 염색약 마케팅이 성공한 것은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여성들에게 금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염색을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여 거부감을 없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전에도 금발이 되고 싶은 수요가 많아서 염색약 시장이 충분히 잠재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리는 사회적 시선때문에 염색을 공공연하게 권유하기 힘들었을 것인데 그 틀을 깨고 과감하게 마케팅을 펼침으로서 폭풍적인 인기를 얻게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셜리는 도리스 데이(아래 사진)와 같이 밝고 서민적인 느낌의 여성을 모델로 써서 염색을 보편적인 미용의 일종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도리스 데이
이렇게 셜리는 색다른 광고와 문구를 총해, 기존까지 표면적으로 존재할 수 없었던 '염색약'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문을 열게 되었다. 이러한 블루오션의 창출을 통해 클레롤은 염색약을 미친듯이 팔 수 있었다. 남들이 시장이라고 여기지 않을 때, 통념을 깨고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소중하니까요."
이 문구는 지금까지 존재하는 가장 유명한 카피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로레알이 기존의 클레롤에 도전하기 위해 일론이라는 여성이 내놓은 문구인데, 이 카피 하나로 로레알은 클레롤의 기존 점유율을 놀랍도록 뺏어왔다고 한다. 일론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강하게 카피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 71%의 여성들이 로레알의 이 슬로건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두 여성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 그리고 그 심리적 특성을 파악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얼만마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카피를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겼으며 겨우 5달러밖에 하지 않는 염색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기에 염색약을 구매하게 되었다. 또한 이 문구는 즉각적이고 손쉬운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특별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은 그들의 머리색과 함께 삶을 바꿨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작은 카피 하나가, 마케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한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와 동시에, 그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투자로 여겨질 때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하려고 함을 알 수 있다. 마케팅을 할 때 소비자의 가치를 높여주는 문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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