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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3년

사람처럼 친근하게 다가가기, 페르소나 마케팅

사람처럼 친근하게 다가가기, 페르소나 마케팅


 페르소나는 원래 심리학적 용어로, '한 개인이 제 본래 성격과 관계 없이 밖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성격'을 뜻한다. 즉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으로, 원래 그리스 연극에서 쓰던 '가면'이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를 가진다'라고 말했는데, 보통 사람들은 다양한 상황과 관계에 각각 다른 성격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과 주변 세계의 상호 관계를 성립할 수 있고, 자신의 고유한 심리구조와 사회적 요구 간의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를 이어주는 일종의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심리학에서 쓰였던 이 개념을 마케팅 영역으로 확장하여 탄생한 게 '페르소나 마케팅' 이다. 회사나 브랜드가 마치 사람처럼 개성 있는 캐릭터와 상황에 맞는 성격으로 소비자를 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페르소나는 오랜 시간에 거쳐 자연스럽게 축적되기도 하지만, 이미지 마케팅이 대두하면서 전략적으로 페르소나를 정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한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만약 사람으로 환생하면 이런 사람일 것 같다, 라고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이미지가 기업의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다.

 

 페르소나 마케팅은 요즘과 같은 정보 과부하 시대에 더욱 유용하다. LG경제연구소에서 총선 표심을 분석하면서 '이미지가 중요하다'라는 결과를 내 놓을 만큼, 현대 사회는 이미지의 시대이다. 사람들이 제품의 성능과 경쟁제품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보의 양은 많고 처리할 시간은 부족한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쉽게 기억되는 브랜드나 상품의 '이미지'만을 가지고 소비를 결정하기도 한다. 특히 자동차나 핸드폰, 가전제품 같이 이미 시장이 포화되고 기술력 상으로는 비등비등한 기업들이 경쟁할 경우, 누가 더 분명한 이미지를 가지는지가 시장에서의 파워를 결정할 것이다. 페르소나 마케팅의 기본 전제는 '이미지='이라는 등식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페르소나 마케팅이 힘을 발휘하는 영역은 어디일까? 시청각적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방송광고는 윤곽 있는 뚜렷한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이다. 특히 매스미디어 시대의 TV광고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여러번 노출됨으로써 효과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 기여했다.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면, 먼저 광고 모델을 통해 페르소나를 구축한 국내 기업 미샤를 들 수 있다. 젊은 여성 고객을 주로 타겟하는 미샤의 광고는 모델인 조인성이 마치 미샤를 대변하여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듯한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화면의 색감이나 미장센, 모델의 행동과 표정을 통해 항상 소비자를 생각하고, 소비자를 배려하는 따듯한 기업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헬리코박더 프로젝트 윌의 광고는 노벨상 수상자를 모델로 선정함으로써 전문적이고 신뢰할 만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또 캐릭터를 차용한 에스오일 광고는 'good oil'이라는 말을 한글로 그대로 풀어 쓴 '구도일'을 자체 마스코트의 이름으로 정해서 '좋은 기름'이라는 이미지를 구체화시켰다.

 

 최근에 각광받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그 자체가 페르소나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 페이스북이나 미투데이 등 소셜 미디어 채널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광고보다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말을 걸 수 있고,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를 페이스북에서 검색해서 친구 추가하는 일은 마치 고등학교 동창을 추가하는 것 만큼이나 간단하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는 기존 마케팅 채널보다 더욱 '상호작용' '관계성'이 강조되는 공간인 만큼, '어떤 페르소나로 소통에 임할지'의 고민이 더욱 중시된다.


 그렇다면 어떤 페르소나를 정립해야 효과적일까? 광고회사 투 디멘션스의 창립자가 쓴 <페르소나 마케팅>에서는 성격이 뚜렷하고 영향력 있는 다섯가지 유형의 페르소나를 정리하여 제시한다. 각 기업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적합한 페르소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1) 황제 페르소나: 자사의 문화와 이미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게 특징이지만, 경쟁사에 대한 공격적 대응, 주류에 해당하는 마케팅 방식만을 선호하여 게릴라 마케팅에 취약코카콜라, 소니, 메르세데스벤츠, 나이키

2) 영웅 페르소나: 기업의 이미지가 전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정 인물에 의해 대표되는 경우. 드림웍스가 창업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데이비드 지펜에 의해 기억되는 게 예시.

3) 전문가 페르소나: 신뢰 구축을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삼기 때문에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방식.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시장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신규시장을 창조하거나 기존 상품의 변화를 통해 경쟁자들과 차별화하는 경향.

4) 친구 페르소나: 많은 기업이 애용하는 페르소나. 대체로 모든 사람들을 친절하고 공평하게 대하며 그들로부터 존경을 받음. 다만 실체와 다른 거짓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실행에 주의 필요.

5) 카멜레온 페르소나: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과 행동을 구사하는 유형으로, 유연성이 가장 큰 강점.


 페르소나는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지만, 진실성에 기반해 있어야 한다. 실제 브랜드와 관련이 적은 허상적 페르소나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또 상품 고유의 특성과 표적고객에게 맞춤화 해서, 타겟에게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다면 재기발랄함과 열정을, .노년층을 타겟으로 한다면 든든하고 신뢰가 가는 이미지를 어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페르소나는 2년 이상 유지되는 게 좋으며,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