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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0년

그린 마케팅의 진화 - 베네통의 '그린 라이드(Green Ride)'캠페인


‘고객의 욕구나 수요 뿐만 아니라 환경 보전, 생태계 균형까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그린 마케팅’ 혹은 ‘환경마케팅’이 처음 대두된 이후, 이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사회적 책임감과 결부되어 꾸준히 지속되어왔습니다. 초기에는 그린 마케팅이 주로 제조의 친환경화, 천연원료의 사용, 자원 절약, 환경 보호에 대한 광고제작 등의 방식으로 전개가 되었는데요, 당시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는 ‘그린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알리는 데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효율성, 현실성의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에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패션 브랜드에서도 이러한 ‘친환경 상품, 친환경 라인, 친환경 캠페인 또는 아예 친환경 브랜드’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그린 마케팅’을 ‘그린 트렌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역시 이상과 현실의 괴리였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친환경 소비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같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저 친환경 상품이에요’라고 써 있는 것 같은 천연 소재의 밋밋한 티셔츠나 가방을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브랜드가 ‘소재’나 ‘홍보’의 측면에서 그린 마케팅에 치중을 해왔지만 ‘환경’이 ‘안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아동 브랜드나 실버상품 브랜드 외, 일반 패션 브랜드의 경우, 무엇보다도 패션성과 가격대가 중요한 구매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린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때문에 오히려 얼추 비슷비슷한 형태로 전달되는 ‘그린 마케팅’이 진부하게 느껴질 때 쯤, 우연히 접한 베네통의 ‘그린 라이드(Green ride) 캠페인’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린 라이프를 위한 패셔니스타의 스타일리시한 선택’이라는 메시지 아래, 국내 외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이 그린 라이더로 동참을 합니다. 패션 잡지에는 자전거와 함께한 그들의 화보가 실리고, 300대로 한정 생산되는 에코 자전거 가방, 티셔츠 등을 판매합니다. 베네통은 먼저 "친환경 제품은 지루하고 못생겼다"는 편견을 깨뜨리고자 했다고 말합니다. 친환경 제품이 오히려 새롭고 세련된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를 자신 있게 겉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즉, 친환경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의식 있는 소비를 제안했고, 이에 덧붙여 캠페인 상품의 수익금 일부는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에 기부하여 지구를 푸르게 살리는 데 앞장선다는 진정성도 내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베네통은 이 같은 그린 마케팅을 통해 기업의 이윤 창출은 물론, 베네통을 의식 있는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베네통의 ‘그린 마케팅’이 기존의 시도들과는 다르게 다가왔던 점은, 베네통이 그린 시장을 별개의 시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많은 ‘그린 마케팅’이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은, 대부분의 고객이 친환경이라는 대의명분에만 반응하지 않고 ‘다른 조건들이 충족됐을 때’와 같이 조건부로 반응한다는 점, 즉 이러한 고객들에게 ‘그린’은 친환경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단순히 친환경 소재, 친환경 문구, 친환경 캠페인만을 강조하면서 일반 제품과 견주어 다른 조건, 예를 들면 디자인 측면이 그린 마케팅에서만큼은 같은 중요도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하여 친환경 소비자들 중에서도 ‘에코 시크’라고 불리는 소비자 층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코 시크’로 불리는 이들은 제품의 기능적인 가치뿐 아니라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자신의 친환경 소비를 알리고 싶어 합니다. 때문에 이들에게 어필하는 ‘그린 마케팅’은 연예인들이 선도하는 일반 최신 트렌드 만큼이나 세련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베네통이 ‘그린 라이드’ 캠페인을 진행했던 2009년에는, 자전거를 사용하는 인구도 늘었고, 자전거를 패션 도구로 인식하여 자전거의 디자인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심지어 ‘바이커 룩’이 패션 트렌드의 하나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와 맞물려 베네통의 ‘그린 라이드’ 캠페인은 ‘에코 시크’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었던 것이죠.

또 하나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동안 단순히 ‘상품’, ‘제조’의 친환경화에 한정 되었던 그린 마케팅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접목 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삶에 친환경 제품을 끼워 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친환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그린 마케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그린 마케팅이 점차 세련되어진다면, 이제 명분 뿐인 그린 마케팅은 가고, 좀 더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09&no=335676
ETNEWS [이머징 이슈] 그린 마케팅의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