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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7년

너의 이름은? 펫네임 마케팅

너의 이름은? 펫네임 마케팅

 

17Alpha 김태린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겔랑 메테오리트 라이트 리빌링 펄 오브 파우더

데싱디바 매직프레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애칭, 즉 펫네임(Pet name)이 마치 원래 제품명처럼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갈색병’, 겔랑 메테오리트 라이트 리빌링 펄 오브 파우더구슬파우더’, 데싱디바 매직프레스‘1초 성형네일이라고 불린다. 본래의 이름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길고 어려운 이름 대신 짧고 쉬운 애칭을 만들어 이 제품들을 부른다. 펫네임이 더 간단하고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펫네임을 활용하면 소비자의 기억 속에 제품을 더 오래 남길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마케팅이 펫네임 마케팅이다. 펫네임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먼저 제품에 애칭을 붙이면서 시작된 마케팅으로 상품에 공식적인 제품명과 별도로 짧은 애칭이나 별명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몇 글자의 펫네임 속에 제품의 이미지를 압축함으로써 복잡하고 어려운 제품명을 대신하여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이러한 펫네임 마케팅을 통해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인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호도까지 높여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펫네임의 마케팅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째는 소비자가 제품에 애칭을 부여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애칭을 만드는 것이다.

 

1. 소비자의 주도로 펫네임이 만들어진 경우

 이전의 소비행동모델이 관심흥미욕구동기부여구매의 과정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터넷 및 스마트폰, SNS의 영향으로 관심흥미정보탐색구매공유의 과정으로 변화했다. 펫네임 마케팅 역시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소비자들이 소비행동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경험, 제품의 특징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애칭이 펫네임이기 때문이다. 이 때 애칭이 다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공감을 얻는 다면 해당 제품은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얻게 되고, 매출의 증가로까지 이어진다. 펫네임으로 불린다는 것은 많은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소비행동모델의 변화 및 펫네임 마케팅과 같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등장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프로슈머(Producer+Consumer)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주도로 펫네임이 만들어진 예시로는 에스티로더 갈색병’, 겔랑 구슬 파우더뿐 만 아니라 네이처 리퍼블릭 짐승젤’, 다이소 똥 퍼프를 들 수 있다. 갈색병은 제품의 병 색깔에, 구슬 파우더는 파우더의 모양에, 똥 퍼프는 조롱박 모양과 똥 그림 형태의 유사성에서 착안된 애칭이고 짐승젤의 경우는 짐승 같은 대용량이라는 제품 특성에서 착안된 애칭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주도로 펫네임이 붙은 경우에는 제품의 직관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이 제품들은 모 두 펫네임과 제품 자체의 높은 질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입소문으로 현재까지도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펫네임 마케팅이 항상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주도로 펫네임이 만들어지는 경우 마케팅의 방향성이 온전히 소비자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제품 이미지의 방향을 기업이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본래 의도한 방향으로 제품의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기업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애칭을 바탕으로 한 관심의 지속성은 제품 자체의 질에 달려있다는 점 역시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똥퍼프가 더 많이 팔릴 수 있었던 이유는 품질에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처음 조롱박퍼프라는 이름으로 출시 됐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후 한 매체에 뷰티블렌더의 저렴이(오리지널 제품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효과는 거의 유사한 제품) 버전으로 소개되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 화장 퍼프라는 본래의 기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애칭으로 불리면서 매출의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도 똥퍼프는 ‘2016 상반기 베스트 아이템 10’ 3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2. 기업의 주도로 펫네임이 만들어진 경우

 갈색병, 똥퍼프와 같이 펫네임으로 유명해진 제품들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에서 이 펫네임의 효과를 얻기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제품에 펫네임을 붙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제품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라라베시의 악마크림은 기업이 펫네임 붙여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소비자들이 수분크림을 더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보습력 깡패의 이미지를 제품 이름에 붙인 것이다. 제품의 특장점을 강조한 이름과 실제로 뛰어난 보습력의 시너지로 인해 라라베시의 악마크림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게 되었다. 그 결과 악마크림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2012년 런칭 후 5년간 온라인 수분크림 최고 하루 2만개 완판기록, 홈쇼핑 1시간에 6만개 판매기록, 롯데아이몰 20일간 수분크림 1, 온라인 수분크림 최초 100만개 판매 등 수많은 판매 기록을 남겼다. 최근엔 ‘2017 여성 소비자가 뽑은 프리미엄 브랜드대상에서 화장품(보습크림)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기업의 펫네임 붙이기 현상은 뷰티 제품에 한정 돼있던 것을 넘어서 다양한 산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과업체인 오리온은 작년 1! 감자 토마토 케찹맛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기억에 쉽게 남기 위해 오토케라는 펫네임을 붙였다. 귀여운 이름을 이용한 오토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맛있어서 오토케’, ‘#개강해서 오토케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주목을 받았고, 출시 45일만에 누적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역시 펫네임이 열풍이다. 브랜드 인지도 및 프리미엄 가치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가 지역명+아파트브랜드라는 보편적인 공식을 따랐다면 최근에는 레이크, 오션, 파크, 센트럴과 같이 이름을 통해 그 아파트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혹은 그 아파트의 특징을 유추할 수 있는 펫네임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중개전문 인터넷사이트 질로(Zillow) 2015 1월 출판한 '부동산의 새로운 규칙'에 따르면 '레이크'(lake)라는 거리 명에 있는 주택이 미국 평균 주택 값보다 16% 이상 비쌌고, 레이크, 선셋, 리버, 파크 순으로 주택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초 성형네일로 알려진 데싱디바의 매직프레스 역시 기업의 주도로 펫네임이 붙여진 경우이다. 붙이기만 하면 아름다운 손톱을 가질 수 있다는 제품의 특징을 극대화 하여 펫네임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특성에 소구된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1초 성형 네일은 CJ올리브영(H&B 스토어)에서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기업 주도의 펫네임 마케팅 역시 항상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의도적으로 제품에 펫네임을 붙여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펫네임 선정에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분 살롱 오토메이크업이라는 애칭이 붙여진 한 메이크업 브랜드의 진동 브러쉬의 경우 브랜드와 제품의 매치가 잘 되지 않고 아티스트 제품과도 크게 연관이 없었기 때문에 팻네임 마케팅에 실패했다. 따라서 쉽고 직관적으로 각인되면서도 제품의 본래 기능과 연결성이 있는 펫네임을 만드는 것이 펫네임 마케팅을 위한 기본 필요조건이다. 또한 펫네임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브랜드가 펫네임에 가려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 한다. 제닉의 셀더마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의 경우 하유미 마스크팩이라는 이름으로 매우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하유미팩이라는 펫네임 만을 강조하여 마케팅 하다 보니 제닉이라는 기업 및 셀더마 브랜드 인지도는 매우 떨어지게 되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2013년 하유미씨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홀로서기를 선언한 당시에는 업계에서 제닉이 휘청 한다는 소리가 돌았고, 홈쇼핑 방송 스케줄이 잡히지 않는 등 매우 심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펫네임을 강조한 것이 기업 자체에는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펫네임을 이용해 마케팅을 할 경우에는 브랜드 인지도 자체를 높이는 것과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의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똥퍼프, 악마크림 등의 펫네임 마케팅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소비자의 기억에 쉽게 남을 수 있고 대중적으로 이슈화 되어 매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펫네임 마케팅이 가진 장점이다. 또한 펫네임을 소비자가 직접 부여하거나 기업이 부여하거나에 관계 없이 펫네임 마케팅이 중요시 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에서의 소비자 참여가 확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장단이 있듯이 펫네임 마케팅에도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마냥 펫네임 마케팅 흐름에 편승한다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추적 해야 한다. 또한 기업이 펫네임을 만들고자 하는 경우에는 컨셉과 이미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동시에 기억에 남기 쉽도록 하여 브랜드 회상을 쉽게 하고, 호의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구매의사 혹은 구매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조

박내선, ‘욕망을 기획하라: 홈쇼핑만 봐도 돈 버는 방법이 보인다’, 21세기북스, 2014

이승영정희진, 국내 휴대폰 브랜드 펫네임의 유형분석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제20권 제 2, 2014.6, 423-435

더스쿠프, ‘펫네임 경제학2 데싱디바 매직프레스?”, 1초 성형 네일!”’, 2016.07.12

더스쿠프, ‘펫네임 경제학3 펫네임은 마케팅이 아닌 창조다’, 2016.07.12

더스쿠프, ‘펫네임 경제학5 별칭 마케팅, 프로슈머의연장선’’, 2016.07.13

서울파이낸스, ‘’펫네임에 따라 브랜드 가치도 쑥쑥’’, 2016.04.07

디지털타임스, ‘’라라베시 악마크림런칭 5주년화장품 불문율을 깨다’, 2017.02.02

한경비즈니스, ‘[2017 여성소비자가 뽑은 프리미엄 브랜드대상] 보습크림 브랜드, ‘라라베시 악마크림’’, 2017.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