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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7년

프로듀스 101 : 백한 명의 소녀와 세 가지 마케팅

프로듀스 101 : 백한 명의 소녀와 세 가지 마케팅

 

 

Alpha 김현승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 20161, M-net<프로듀스 101>은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서 첫 방영을 시작하였다. 거대한 삼각형의 무대에서 101명의 연습생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프로듀스 101>은 이러한 걱정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4.4%의 높은 시청률과 함께 종영하였으며 아이오아이라는 성공적인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켰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프로듀스 101>은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프로듀스 101>의 성공 신화를 만든 안준영PD는 성공의 비결이 '마케팅'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마케팅 전략들이 <프로듀스 101>의 대성공을 이끌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연습생이 101명이나 된다고? : 노이즈 마케팅

*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란? 자신들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를 늘리려는 마케팅 기법

 

<프로듀스 101>의 방영 초기에 있었던 가장 큰 논란은 '101명의 연습생'이었다. 과거에도 <SIXTEEN>이라는 JYP의 아이돌 데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16명에서 9명을 뽑는 것과 101명에서 11명을 뽑는 것은 시청자들이 받는 느낌이 다르다. 거대한 무대를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바닥에까지 서있는 수많은 연습생들의 모습은 소위 '한국 정서'에 맞지 않았고 인터넷상에는 제작진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다수 보였다.

하지만 이런 비판과 프로그램에 대한 구설수는 <프로듀스 101>이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을 수 있게 하였다. 굉장히 이례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첫 방송을 하기 전부터 프로듀스 101 갤러리가 만들어지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비롯한 SNS상에서는 관련 영상들이 널리 공유되었다. 또한 방송 전에 작성된 인터넷 기사만 하더라도 2351건으로 <SIXTEEN>627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노이즈마케팅은 분명 양날의 검이다. 큰 비용의 소모 없이 단기간에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지만 너무 과도할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프로듀스 101>의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한 이유는 '과하지 않음''재미'에 있다. <프로듀스 101>이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점은 참가한 연습생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이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자극적인 이슈를 터트려 노이즈 마케팅을 꽤할 때 <프로듀스101>은 연습생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관심을 이끌어 내었다.

이는 숫자를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뉴메릭 마케팅(Numeric Marketing)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는데, 롯데마트의 통큰치킨과 같은 맥락이다. 통큰치킨의 경우 가격에 비하여 좋은 질의 상품을 제공하였기에 한 순간의 샤이닝이 아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프로듀스 101>도 마찬가지이다. 5000원짜리 치킨처럼 101명의 연습생도 충격적인 숫자인데,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유인된 소비자들이 TV프로그램의 품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까지 프로그램 내에서 찾아냈기에 <프로듀스 101>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그래서 쟤가 누군데? : 티저 마케팅

* 티저 마케팅(Teaser Marketing)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의 정체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하는 것

 

<프로듀스 101>의 연습생들이 시청자들에게 처음 소개된 날은 방영 시작일인 122일이 아니었다. 첫 방송이 시작하기 한 달여 전인 20151217, 연습생들은 'Pick me'라는 곡과 함께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섰다. 과거 아이돌로 활동했거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부 연습생을 제외하고는 연습생들의 신상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연습생들, 특히 단독으로 화면에 잡힌 연습생들에 대하여 궁금해 하였고, 다음 날 올라온 참가자들의 프로필 동영상은 수만 번의 조회 수를 기록하였다.

기존의 티저와 <프로듀스 101>에서의 티저는 꽤나 다른 방식이다. 버스에 편강탕이라는 글씨만을 붙였음에도 매출이 120%이상 상승했던 편강한의원의 편강탕 광고,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로 뭇 선영이들의 마음을 설레개 했던 마이클럽의 광고 등의 티저 마케팅의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티저는 보통 어느 회사나 기업의 광고인지를 모르게 한다. 한편 <프로듀스 101>의 티저는 이게 어떤 프로그램에서 기획한 무대인지는 설명해 주었지만, 연습생 개인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음으로서 사람들이 저 연습생이 누구일까?’라고 궁금해하게 만드는 티저의 효과를 일으켰다.

티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자 본질은 사람들이 제품에 대하여 궁금해 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프로듀스 101>의 티저는 꽤나 체계적이고 완성도 있게 만들어졌다. 본 방송이 있기 두 달여 전에 이미 음악방송에서 무대를 선보인 것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사람들이 이 연습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든 것이 큰 성공이었다. 센터에 섰던 연습생 최유정은 방송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어 많은 기사가 쓰여졌고, 다음날 공개된 연습생들의 개인 프로필 영상은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프로듀스 101>의 흥행을 예고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티자 마케팅을 통하여 <프로듀스 101>은 시청자들의 많은 기대 속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3. 내가 국민 프로듀서야! : 바이럴 마케팅

 

*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란? 누리꾼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널리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으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음.

M-net은 가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슈퍼스타 K>,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댄싱9>M-net은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방영했지만 그 중 가장 시청자들과 소통한 프로그램은 <프로듀스 101>이었다. <프로듀스 101>에서 시청자는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할 권리를 가진다. 101명의 연습생중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연습생을 데뷔시킬 기회를 준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자투표 방식을 처음 시도한 것은 <프로듀스 101>이 아니다. 과거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순위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많은 득표를 얻은 연습생에게는 개인 영상 업로드를 비롯하여 립밤, 간식 세트, 비타민, 커피차/밥차 등의 많은 혜택을 주었다. 이에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이 투표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SNS상에서 활발하게 홍보하였다.

<프로듀스 101>도 시청자들이 홍보할 동안 손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에는 너무나 많은 연습생이 출연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데, <프로듀스 101>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페이스북을 통해 '101 마이돌'이라는 툴을 제공하여 '좋아하는 소녀의 타입', '좋아하는 성격', '아이돌의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 '선호하는 타입의 아이돌', '헤어스타일'의 다섯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자신의 취향에 잘 맞는 아이돌을 제시해 주었다.

이렇게 SNS상에서 공유, 재생산된 홍보 글들은 원래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까지도 <프로듀스 101>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접하도록 만들었고, 1회부터 꾸준히 시청률이 향상하는 데에 기여하였다.

최근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은 바이럴 마케팅을 거의 필수라고 여기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영세업체들도 이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한편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만큼 많은 기업들이 실패한다. 2006Sony는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회사를 고용하여 가짜 블로그를 만들어 홍보하다가 덜미를 잡혀 곤욕을 치렀었고, 페이스북으로 화장품을 선전하고 있던 많은 기업들도 아르비이트를 고용하여 광고하는 모습이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게 비춰지고 있다. ,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의 관건은 진실성이다. 소비자들이 진정 원해서 글을 퍼 나르며 홍보가 될 때에 그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쌓인다. <프로듀스 101>은 이러한 점을 잘 준수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유인을 강하게 제공함으로서 따로 조작하거나 노력하지 않고도 온라인 상에서 크게 흥행할 수 있었다.

 

시사점 및 전망

 

레드오션 안에도 틈새시장이 분명히 존재한다.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에서, 한 해에 50여 팀이 데뷔하는 아이돌 시장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프로듀스 101>은 보여주었다. 참여 인원을 대폭 늘리고, 시청자들의 니즈에 맞추어 많은 '덕질'할 거리를 제공하고, SNS를 통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였다. 다른 프로그램이나 아이돌보다 조금 더 소란스럽고 독특하게 출발한 <프로듀스 101>4.4%의 높은 시청률과 아이오아이라는 대중음악시장에 한 획을 그은 걸그룹을 배출하였다.

<프로듀스 101>은 오늘 날의 TV는 더 이상 단방향 매체가 아님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국민 프로듀서'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듣고 원하는 것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러한 노력은 방송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프로듀스 101>은 브랜드이고 연습생들은 상품, 시청자들은 소비자이다. 브랜드가 상품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소비자들이 이에 환호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컬트 브랜드라고 불리는, 애플과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기업들은 부단히 소비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왔고 다른 브랜드들도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다만 지금까지 TV프로그램들이 소통하는 마케팅에 소극적이었을 뿐이다.

앞으로 TV 프로그램들은 변화해야 한다. <프로듀스 101>처럼 소통하는 마케팅을 철저히 연구하고 진행해야 한다.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터 K>또한 올 해 반영하지 않으며 <K팝 스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마지막 까지도 꽤나 건재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청률에 비하여 화제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필자는 이들의 패인을 변화하지 않음에 있다고 본다. 초반에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독점이 아닌 상태에서 마케팅에 너무도 투자를 안 한 두 프로그램은 결국 쇠락의 길에 빠질 수밖에 없다.

<프로듀스 101>의 성공 요인은 안준영 PD의 말처럼 '결국 마케팅'이었다. 다른 산업의 기업들에 비하면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쟁 프로그램에 비하여 월등히 마케팅 측면에서 노력했다.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이 이렇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 지 몹시 기대된다.

 

 

출처

 

1. 떨어져도 괜찮아'프로듀스 101' 최대 수혜자는?

http://www.hankookilbo.com/v/560c660f7a404683b7470b876c2ce188

 

2. 위키백과, 'PRODUCE 101'

https://ko.wikipedia.org/wiki/PRODUCE_101

 

3. [네이버 지식백과]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 (시사경제용어사전, 2010. 11., 대한민국정부)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00329&cid=43665&categoryId=43665

 

4. [SNS 마케팅] '프로듀스 101'로 보는 입소문의 6가지 법칙

http://blog.naver.com/msp3441?Redirect=Log&logNo=220695663948

 

5. [마케팅 입문] 프로듀스 101으로 살펴본 마케팅 3.0

http://blog.naver.com/junnikebae/220660590137

 

6. [INTERVIEW] 안준영PD가 전하는 프로듀스 101 성공 전략, "결국 마케팅" @ 펑타이

http://blog.naver.com/pengtaikorea/220811878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