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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7년

이색 예매 마케팅

이색 예매 마케팅

 

17keystone 이은지

 

페스티벌의 달, 5월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페스티벌 티켓 예매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페스티벌 티켓 예매를 하다 보면 눈에 띄는 말이 있는데, 바로 움테크라는 말이다. 움테크는 ‘Ultra Music Festival’이라는 국내 유명 페스티벌의 티켓 예매 문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UMF 티켓의 프리미엄 가격은 약 21만원으로, 정가에 사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UMF는 높은 가격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 년 전에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에게 약 50%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UMF의 이러한 예매 마케팅은 페스티벌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UMF와 재테크를 합성한 움테크란 신조어도 유행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움테크는 예매 마케팅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예매 마케팅은 보다 많은 관객이 공연을 예매하게 만들기 위해 제작사측에서 도입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다. 움테크와 같은 블라인드 티켓 마케팅 외에도 다양한 예매 마케팅이 존재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에는 티켓 할인’, ‘얼리버드 할인’, ‘재관람 할인등이 있다. ‘티켓 할인은 단순히 티켓의 가격을 낮추어 관객을 끌어 들이는 할인 마케팅이다. ‘얼리버드 할인은 공연 전 조기 예매를 하는 관객들을 위한 할인 마케팅이며, ‘재관람 할인은 재관람시 티켓의 가격을 할인해주는 마케팅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예매 마케팅이 큰 호응을 받자, 요즘은 이 외에도 특정 예매 사이트에서 자체 이색 예매 마케팅을 내놓는 추세다. 인터파크의 경우에는 매일 아침 10시에 할인가 티켓을 판매하는 인터파크 굿모닝 티켓을 진행하고 있고, YES24의 경우에는 특정 소극장 공연에 파격 할인가를 제공해주는 ‘YES24 엔젤티켓을 진행하고 있다. 두 마케팅 모두 큰 호응을 받으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들어 생겨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케팅은 시크릿 티켓블라인드 티켓이다.

 

시크릿 티켓은 최근에 가장 화제를 모은 예매 이벤트이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가 지난 2013년에 내놓은 마케팅으로, 특정 기간의 공연을 전석 3만원 균일가에 판매한 후 랜덤으로 공연 날짜와 좌석을 배정하는 이벤트다.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지만, 그간 티켓 가격에 부담을 느꼈던 관객들에게는 낮은 가격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지컬로는 [그날들]2013년 초연 당시 처음 시크릿 티켓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VIP 좌석에 당첨될 경우 최대 70퍼센트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화제를 모았다. 현재 공연 중인 대형 뮤지컬 [스위니 토드],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등 많은 작품들이 시크릿 티켓 이벤트를 진행할 만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이색 예매 마케팅은 블라인드 티켓이다. 블라인드 티켓은 일반 예매에 앞서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고 공연장소, 시간, 스태프 등만 고지하여 조기에 한정 수량의 할인가 티켓을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지난 2011년 지산 록밸리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한 후 여러 록 페스티벌에서 흔히 쓰는 마케팅 방법이다. 다수의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음악 페스티벌의 경우 최종 라인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페스티벌계에서는 조기 예매 문화로 정착된 지 오래다. 하지만 캐스팅이 공연 관람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 뮤지컬이나 연극 분야에서는 다소 생소한 마케팅이었다. 관객 입장에서는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출연진을 모른 채 티켓을 사야하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2016년 하반기 뮤지컬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야외 뮤지컬 페스티벌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다. 뮤지컬을 테마로 하는 페스티벌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뮤지컬 배우들로 라인업을 꾸린 순수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 쏠린 관심은 각별했다. 특히, 뮤지컬계에서 이례적으로 블라인드 티켓판매를 진행하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처음으로 개최되는 뮤지컬 페스티벌이다 보니, 공연 기간과 장소, 가격 같은 기본적인 정보로만 티켓을 판매해 뮤지컬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가늠해 보고 싶었다. 또한 캐스팅을 공개하지 않고 티켓을 판매했을 때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게 됐다.”이는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을 주최한 PL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말이다. 1차 티켓 판매 결과는 성공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출연진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티켓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티켓 오픈과 동시에 1,000장 전량이 단 2분 만에 빠르게 매진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정가 132,000원의 양일권 티켓을 88,000원의 1일권 티켓가에 예매할 수 있는 큰 할인율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이처럼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10월 정식으로 첫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 팬레터가 뮤지컬로는 최초로 블라인드 티켓 예매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화제를 모았다. 초연 뮤지컬이 정식 티켓 오픈에 앞서 캐스팅 공개 없이 할인가 티켓을 판매하는 이색 마케팅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50% 할인된 블라인드 티켓 200장을 오픈해 전부 매진시켰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펼칠 수 없는 마케팅이라고 작품을 궁금해 하는 반응이 많았다. 반대로 캐스팅을 아직 확정 못 지은 것은 아닌지,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선판매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뮤지컬에서 블라인드 티켓 예매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 다양한 반응이 공존했다.” 이는 팬레터의 홍보를 맡고 있는 벨라뮤즈 대표의 말이다. “티켓 오픈에 앞서 캐릭터 소개나 시놉시스 같은 기본 정보만 제공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높이고, 창작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었다. 또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임으로써 참여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자부심을 가지고 작품에 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였다.” 벨라뮤즈 대표의 말을 통해 블라인드 티켓의 의의와 특징을 알아볼 수 있다.

 

현재 성행하고 있는 예매 마케팅은 문화예술 티켓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시크릿 티켓이나 블라인드 티켓은 관객이 주요 정보를 모르고 티켓을 사야하는 위험부담이 따르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제시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작사 측은 사전제작비를 마련하고, 관객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win-win’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50-60% 정도 되는 파격적인 가격할인 혜택은 문화예술 관람의 턱을 낮추어, 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마케팅이 성행할수록 티켓을 예매할 때 더 유의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티켓을 예매하기 보다는, 제작사가 어디인지, 지금까지 어떤 공연들을 제작하였는지 더 사려 깊게 살펴보고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가격 때문에 문화예술을 관람하는 데 부담을 느낀 관객들은 이와 같은 마케팅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초기 페스티벌에서만 유행하던 각종 티켓 마케팅이 최근 들어 뮤지컬계로도 옮겨 온 것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이색 예매 마케팅이 더 다양한 문화예술 산업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양한 이색 마케팅이 나타나면서,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색 마케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마케팅이 성행할수록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프로모션을 찾아 똑똑하게 소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출처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201610월호 게재기사

국민일보,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2분 만에 1000완판블라인드 티켓이 뭐길래, 201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