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or Never!’ 리미티드 타임마케팅
리미티드 타임마케팅?
강남역의 고가빌딩들이 모여 있는 강남대로로 들어서면, 주황색 전자시계가 건물에 붙어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시계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간에 쫓기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강남 모 어학원의 이 전자시계는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촉박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와 같이 시간을 이용해 우리 소비자들로 하여금 재화와 서비스를 사게끔 유도하는 경우를 우리는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11번가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특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표시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혹은 신문지 사이에 껴서 나오는 전단지 광고에서 ‘xx 아파트 00역으로부터 *분거리’ 과 같이 짧은 시간 자체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이렇게 시간을 수단으로 하는 마케팅 기법을 ‘타임마케팅’이라고 부르고, 이중에서도 해피아워 같이 한정된 시간 안에 구매해야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한정된 시간을 촉박하게 생각하며 조급함을 느끼는데, 이런 시간에 쫓기는 심리를 이용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널리 퍼져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심리가 위축이 된 상황에서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며 소비자의 구매 시간대를 집중 공략하기로 한 것이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의 등장배경인데, 기업들은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시간을 파악하여 그 시간대에만 할인 행사를 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기업들은 경기가 불황일 때 소비자들의 시간을 활용함으로써 틈새시장을 찾고 매출을 올리는 데에 수확을 거두었다. 최근 SNS의 발달은 이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을 더욱 활발하게 하는 촉매가 되고 있는데, SNS로 소비자들의 구매 시간대에 대한 정보를 이전보다 수월하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예 SNS를 기반으로 한 직접적인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 활발하기 이루어지기도 한다. 티켓몬스터, 쿠팡 등의 웹 기반 SNS가 ‘~안에 구매하세요’ 와 같이 마감 기한을 두고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공간적 제약을 넘어 우리생활에서 빈번하게 관찰된다.
이러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상품을 보다 잘 인식하게 하기 위해 주의의 선별성을 높인 마케팅 기법의 일종으로 설명될 수 있다. 상품간 경쟁이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제품의 본질적 속성의 차별화를 통해 매출을 증대 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Competition Paradox). 그런 상황에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제품의 속성을 변화시키지 않은 상태로 ‘시간’을 부각해서 소비자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기법으로서 의미가 크다. 수년 전의 패스트푸드 산업군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지금은 점심시간 할인이 패스트푸드 산업 내에서 보편화 되어있지만, 당시는 도입되기 전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맥도날드에서 실시한 ‘런치 타임’ 이벤트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비슷한 상품들과 그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맥도날드는 ‘점심시간 할인’을 통해 자사 정보의 ‘돌출성(salience)’을 높이고, 독창성(originality)을 높여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의 장점 및 성공사례
앞서 언급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성공사례들을 살펴보자.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한정된 짧은 시간 동안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고객의 수요를 모아 소비자의 이목을 끎으로써,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미지 역시 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의 촉박한 심리를 자극하는 꽤 자극적인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에, 시장의 후발주자에게는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예시로서 첫 번째로, 부산의 향토유통업체 탑마트의 ‘수목 돌풍’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이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만 약 300여 개에 이르는 상품을 1천, 2천원 등 균일가로 소량 포장 또는 묶음 형태로 세분화시켜 최저 20%에서 최고 50%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것인데, 이미 주택가와 아파트 밀집지역 주부들은 탑마트의 수목 돌풍을 ‘장보는 날’로 인식하고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아졌으며, 탑마트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 외국계 유통업체와 국내 재벌 유통업체에 비해 자본력이나 매장환경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탑마트는 적절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의 활용으로 ‘수요일, 목요일에만 같은 물건을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해 그 열세를 극복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이 덕분에 탑마트의 매출은 주말보다 주중이 10% 가량 높게 측정되고 있으며, 수요일, 목요일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는 8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딜 떴어, 마감 전에 얼른 클릭해!”.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소셜커머스도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이다. 소셜커머스란 쉽게 말해 공동구매의 원리를 기업적으로 확장시킨 개념으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일정 수 (대게 충분히 많은 수) 이상의 사람을 모으면 며칠 동안 일정 수량에 한해 파격적 할인을 진행한다. 그리하여 ‘딜’이라는 이름의 판매 계약이 성사되면 거래는 짧으면 몇 초, 길어야 3-4일 동안 지속되게 되는데, 각 소셜커머스의 웹사이트에서는 딜이 유효한 시간을 나타내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제품 옆에 배치해놓음으로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이렇듯 소셜커머스는 특정 시간대에만 파격적으로 제공하는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들의 순간적인 구매 욕구를 자극해 긍정적인 성과를 이룩해왔고, 최근에는 이러한 성공 매커니즘을 차용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까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의 단점 및 실패사례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쫓기는 심리를 자극하여 구매를 유발하며 많은 성공사례들을 낳아왔다. 하지만 그만큼 성공적인 성과들을 보이며 기업들이 너도나도 관련된 마케팅 전략을 세움으로써 더 이상 차별적인 마케팅 전략이 되기 어려워졌다. 오히려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가격과 관련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기업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우선 가격과 관련해 자주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소비자들로부터 반감을 사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아는 사람만 이득을 취할 수 있고, 깜박해서 혹은 아예 알지 못했던 소비자들은 억울하고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기업에 대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시행되는 전략들이 진짜 ‘리미티드’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너무 자주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제는 이 자극에 무뎌진 것이다. 소비자들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이는 더 이상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 아니다.
위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예로, 최근 로드샵 화장품 회사들의 과도한 세일 정책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요즘 길거리를 걷기만 하면 로드샵 화장품 가게들에서 일정 기간 동안 세일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로드샵 세일은 몇 년 전부터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세일이 너무 자주 진행되고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이로 인한 폐단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코리아나 화장품의 세니떼 뷰티샵이 10-40대 여성 소비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1.4%가 화장품 브랜드샵의 과도한 연중 세일에 관해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52.2%가 ‘평소 제품을 구매하면 손해 보는 것 같다’라고 답했으며, 37.2%는 ‘제품가격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결국 로드샵 화장품 가게들은 현재 가격경쟁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그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 혹은 제품의 질로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격 경쟁이 너무 과열되다 보니 소비자들이 상품의 질에도 의심을 품는 등의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 나아갈 방향
오늘날, 실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렇다면 이는 더 이상 매출을 올리기 위한 거창하고 획기적인 마케팅 방안이 아닌, 소비자만족을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 사용될 수 있는 시장은 점차 확장의 추세에 있다. 그리고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매체나 시스템과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러한 추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의 IT분야와 교육업계이다. IT시장에서는 특히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분야에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의 활용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각종 분야의 앱 사이에서의 경쟁뿐 아니라 앱스토어 자체의 시장 경쟁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각 기업에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얼마 전 유료 앱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네이버 앱스토어 역시 제한된 시간 동안만 특정 앱을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공급하는 형식의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토익이나 토익 스피킹, HSK 등 응시 시간이 정해져 있는 시험들의 특성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한된 기간 내에 수강 등록을 하면 할인해 주는 전략은 교육업계에서의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새로운 시장에서 채택되기 시작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 전략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측면을 뛰어넘어 SNS와 결합하여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중들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거나 자금을 투자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 수익을 분배하는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과 결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상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또한 관점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리미티드 타임 마케팅의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판매 ‘시점’의 타임에 집중 해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을 판매 ‘이후’의 영역으로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즉 판매 시점에 집중하여 당장의 매출을 증대 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판매 이후 고객과의 관계에서 대두되는 ‘타임’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 이미지의 관리에 있어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못지 않게 고객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기업간 경쟁이 극도로 심화된 오늘날 시장 환경에서, 제품 자체의 본연적인 속성을 통한 차별화는 상당히 어렵다. 즉 앞으로는 사소한 부분에서 기업의 이미지와 시장에서의 승패가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
위의 표는 서비스 측면의 국가 고객 만족지수(NCSI) 지표들을 해당 욕구 중요도와 불만 발생 빈도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오랜 대기 시간’ 항목은 욕구의 중요도에서도, 불만 발생의 빈도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고객들이 대기 시간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고객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ARS 혹은 서비스 센터의 만족도 조사에서는 대기 시간이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판매 시점 시간을 제한(limit)하여 고객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서 우리는 ‘limited’의 의미를 전환하여, 사후 관리 측면에서의 대기 시간을 limit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요식업에서의 ‘30분 내 배달 서비스’, 혹은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당일 배송 서비스’ 등은, 대기시간을 줄이려는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비스에 있어서 고객의 대기시간을 limit 할 수 있는 본질적인 방법은, 고객 접대원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무작정 인원을 늘릴 수도 없고, 고객의 몰림에 따라서 직원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대기시간을 감축시키기 위해서 기업이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고객들이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새로운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고객이 체감하는 ‘대기 시간’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즉,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고객이 그 대기 시간으로 인한 불편이나 불만을 최소한으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하나은행에서는, 일부 지점에 한하여 ‘대기인 수’를 보여주는 대신, ‘신규 도착 고객’의 번호를 전광판에 표시하는 시도를 했다. 이는 서비스를 받기 위한 노력 (앞에 있는 사람의 수) 보다 내가 받을 서비스의 가치 (내 뒤에 있는 사람의 수)에 고객의 집중을 돌리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최근 삼성 전자, 엘지 전자 등의 서비스 센터에서, 대기 고객들을 위해 TV, 컴퓨터, 혹은 신제품 시연장을 설치하는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은 우리가 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느낄 만큼 일상생활 속에 널리 자리잡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될 마케팅 방식이다. 그저 그 필요성이 너무나 대두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너도나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특별함을 느끼지 못할 뿐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보았듯 앞으로도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다양하고, 그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각 기업이 자신이 처한 상황 및 수준에 맞게 이러한 리미티드 타임마케팅을 적절히 해석, 적용한다면 이는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충분히 신선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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