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마케팅, 기업의 가치를 높이다
헤리티지 마케팅이란 브랜드의 전통∙역사를 강조하여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부각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신흥 명품 브랜드들이 고가 명품 시장에 다수 진입하자, 기존 브랜드는 전통에 기반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역사나 에피소드를 담은 히스토리 북을 발간하거나, 박물관, 전시회를 통해 역사와 이미지를 알리는 마케팅 역시 많이 시도되었다. 패션뿐만 아니라 보석, 자동차, 주류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탄생한 유럽에서는 이미 상당히 보편화 되어 있는 경향이다. 프랑스의 루이비통 여행박물관,이탈리아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진입을 가속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명품 전시회 등 다양한 헤리티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 명품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며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자, 까르띠에, 프라다, 샤넬, 디올 등이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하고 히스토리 북을 발간하였다.
(루이비통 여행 박물관과 히스토리북)
(CJ 제일제당의 백설 CF ‘맛은 쌓인다’ 편)
이 광고의 메인 메시지는 1979년부터 국민들의 식탁에 올랐던 ‘그 맛’이 현재까지 쌓여서 오늘날의 백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영상 또한 1979년도부터 현재까지 백설과 함께 해온 학생, 가족 등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백설이라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광고를 통해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랑 받아 온 브랜드로서, 그리고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기업으로서 고객들에게 신뢰도가 높음을 보여주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었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의 역사와 기업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어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역사와 경영철학을 전달한 현대중공업의 CF, POSCO의 CF 등도 이러한 헤리티지 마케팅을 광고의 메인 메시지로 사용한 예로 볼 수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
한편 최근 방영된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영향으로 국내에는 복고 마케팅이라는 또 다른 트렌드가 등장했는데, 대표적인 예로 BC카드의 광고를 들 수 있다. 2001년 즈음 방영된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의 BC카드 광고가 <응답하라 1994> 드라마에 그대로 나오게 되면서, 실제로도 BC카드가 옛날의 그 광고를 다시 공중파에 메인 광고로서 내보낸 것이다. 또 빕스, 뚜레주르 등 외식업체도 <응답하라 1994>에 모습을 비친 것을 계기로, '응답하라 스테이크', '추억의 생크림 케잌'등의 네이밍으로 옛날의 제품을 재출시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예전 제품 재출시(리뉴얼), 광고 재방영 등을 통해 이뤄지는 복고마케팅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역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헤리티지 마케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둘을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맥도날드에서는 1955버거를 출시하여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하였다. 1955는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처음 창립된 해이다. 이를 기념해서 미국 전통 버거의 맛을 재현한 1955버거를 출시하고 한정 판매한 것이다. 제품 출시와 함께 TV광고를 방영했는데, 광고에 맥도날드의 마케팅 소구점이 잘 녹아 있다. 한 남성이 평범해 보이는 맥도날드 매장에 걸어들어가는데, 매장 안에서는 놀랍게도 50년대 옷차림을 한 남녀가 재즈 음악에 맞춰 스윙 댄스를 추고 있다. 이어서 '지금 맥도날드는 1955년'이라는 카피와 함께 그릴 어니언, 베이컨 등이 요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전통 버거의 맛을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맥도날드의 1955버거 TV CF)
[헤리티지 마케팅의 실패, 그리고 여기서 배울 점]
한편, 현대자동차는 2012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1976년 출시된 포니 모델을 전시하여 현대자동차만의 헤리티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헤리티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시된 이 전시는 고객들에게 70-80년대의 향수만 자극했을 뿐, 현대자동차 기업만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대 자동차의 1979 포니 모델 전시)
그렇다면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우선,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은 마케팅을 접하는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다르다.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감성이 자극되어 향수와 추억을 느끼는 반면, 헤리티지 마케팅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경영 철학과 브랜드의 역사에 대해 공감하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해 신뢰하게 된다. 헤리티지 마케팅과 복고 마케팅은 마케터들의 목적 또한 매우 다르다.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단기적인 세일즈 증가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 옛날 패키지를 재출시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은 일반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감성 소구를 하여 단기적인 매출 증가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헤리티지 마케팅 같은 경우에는 브랜딩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트렌드에 구애 받지만, 헤리티지 마케팅의 경우에는 브랜딩의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복고 마케팅의 경우에는 2014년 현재에는 1990년대가 유행이지만, 1950년대의 감성이 유행하는 시기도 있었고 70년대의 패션이 유행하기도 하는 등, 시기별로 ‘유행’에 따라 마케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특정 시기성에 맞지 않는 마케팅 전략은 복고 마케팅으로써 성공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헤리티지 마케팅은 역사를 사용하여 기업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유행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고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하지만, 헤리티지 마케팅은 마케팅 전략의 핵심(브랜드 스토리와 가치 전달)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고 마케팅과 헤리티지 마케팅은 많이 혼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나, 이 둘을 확실히 구분 지을 필요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복고 마케팅과 헤리티지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의 측면, 마케터들의 목적 측면, 그리고 전략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둘을 구분 짓고 각기 목적에 맞게 사용할 시에만, 원하는 마케팅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헤리티지 마케팅의 핵심은, 기업의 가치를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소비자의 마음 속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여, 이를 통해 차별화를 이루어내는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의 한계]
헤리티지 마케팅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들만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실제로 헤리티지 마케팅을 처음 시도한 것도 신흥 명품 브랜드들을 견제하기 위한 기존 명품 브랜드들에 의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헤리티지 마케팅은 럭셔리 산업 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의 측면에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경영 철학,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기업이 걸어온 길을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산업 군에 속하는 기업이 시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헤리티지 마케팅은 ‘헤리티지’가 존재하는 기업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신규 브랜드나 신진 기업은 그들의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현실적으로는 펼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러 브랜드들이 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브랜딩의 측면에서 기업만의 헤리티지 형성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헤리티지를 구축해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3년 새로 런칭한 ‘라우트무드’라는 신규 여성복 브랜드는 시장 진입단계에서부터 인지도와 마니아 층 확보를 위해 브랜드 히스토리와 헤리티지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처럼 브랜드 인지 확립 단계에서부터 헤리티지를 쌓아 올려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차별화된 브랜드로 인식시키려는 시도들도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기존에는 헤리티지 마케팅은 럭셔리 산업 군에만 해당된다거나, 역사가 있는 기업만이 시도할 수 있다던가 하는 여러 한계를 가진 것처럼 인식되었으나, 최근 들어 헤리티지 마케팅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다양한 산업 군에 속하는 다양한 기업들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헤리티지 마케팅의 전망]
앞으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 경향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제품의 성능이 점점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혹은 ‘선호하는’ 브랜드로서 그들의 마음 속에 포지셔닝하는 것은 기업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헤리티지 마케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며, 브랜드를 신뢰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헤리티지 마케팅은 앞으로 기업을 위한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으로써 다양한 산업 군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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