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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케팅/월간 마케팅

[월간마케팅] 터부를 마케팅하라!!

 해외 여행이나 교환학생을 해 본 사람들 중에는 한국에서 보지 못한 개성 있고 도발적인 콘돔 광고, 혹은 피임약 광고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면 우리가 보는 것은 방송3사로 절대 진출하지 못하는 피임기구 광고, 화장실에서나 촌스러운 글씨체로 보게 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또는 비현실적으로 순수하고 여린 여성만을 강조하는 생리대 광고이다. 가임기의 여성이 된 후부터 폐경기까지 인생의 절반을 함께 하는 만큼 높은 관여도로 구매하는 것이 생리대이고,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20대 이상의 연인이라면 빈번하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 콘돔이나 피임약 등의 피임기구이다. 그 정도로 친숙하다고 할 수 있는 제품들인데, 왜 한국에서는 우리의 생활과 가까운 이 모든 상품들이 터부시되고 있으며, 또한 공격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마케팅되고 있을까?

 각자 제품의 사용 용도나 타겟층은 다르더라도 생리대와 피임 기구는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정한 빈도로 사용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 심지어 발기부전치료제 조차도 중년의 남성 중 높은 비율이 복용하고 있을 만큼 그다지 현실과 동떨어진 제품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과 관련된 모든 것을 터부시하고 숨기려는 유교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들 제품들이 소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더디지만 한국에서도 이들 제품을 보다 드러내놓고 마케팅하려는 시도는 진행되고 있다. 생리대도 TV광고로 제작되었으며, 아직은 케이블 방송에서지만 콘돔 CF도 전파를 타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터부시되는제품의 마케팅을 어떻게 보다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왔는지 생리대, 피임기구, 발기부전 치료제 순서로 알아보자. 이들 제품의 마케팅이 음지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이유, 이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 그로 인해 생겨난 변화들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더 달라져 갈지, 혹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1.가임기 여성들의 터부, 생리대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위생용품을 넘어 인생의 절반을 함께해야 하는 생활 필수품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초경이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초경이 12~14세 정도부터 시작돼 약35년 동안 생리를 한다고 한다. 이에 따른 연간 생리대 소비량은 무려 45000만 개, 연간 3000억 원 규모 시장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 달에 보통 5일씩 생리를 하고 하루에 평균 5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여성 한 명이 생리기간 중에 사용하는 생리대는 평균 21.6개에 달한다. 이렇듯 고정적인 수요가 항상 존재하다 보니 불황도 타지 않는다. 수요가 고정적으로 존재하므로 시장 쇠퇴기 없이 성숙기가 계속 지속되는 이상적인 시장이다.

현재 국내 생리대 시장은 외국계 메이저 업체의 양각구도 체제 속에서 국내 중소업체의 웰빙 트랜드를 이용한 틈새공략이 패러다임화 되어가고 있다. 한정된 시장을 더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TV 뿐만이 아닌 여러 매체를 통해서 광고를 하거나 판촉 활동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당연시되고 있다. 샘플 증정이나 이벤트 행사 등도 공개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제품 이외의 장외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의 생리대 시장의 마케팅은 현재 생리대 시장의 마케팅 상황과는 매우 달랐다.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적극적인 이미지 광고

국내에서 일회용 생리대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건 1971년이다. 유한킴벌리는 '누가 여성을 해방시켜 주는가'란 광고문구와 함께 '코텍스'를 선보이며 국내에 일회용 생리대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생리대 마케팅은 오늘날과 같지 않았는데 이는 남성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1995년까지 생리대의 tv광고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당시 생리라는 용어 자체가 거의 금기시 되었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하여 생리대 자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는 금기였고 그래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생리대 마케팅은 현재의 공개적이며 공격적인 마케팅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공격적인 tv광고가 허용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브랜드 이미지 광고는 매우 중요했다는 점이다. 유한 킴벌리는 기존의 생리라는 것을 금기시하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수긍하여 그 안에서만 마케팅영역을 찾으려 했다기 보다는 적극적인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통하여 기존의 인식과 금기를 타파하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여성지 등 여성을 집중 타겟으로 하는 매체에 광고를 하였는데 주로 여성의 (육체적) 해방에 초점을 맞췄다. 승마하는 여성, 달리는 여성, 일하는 여성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 여성의 자유로운 삶에 기여하는 동반자로 유한 킴벌리의 생리대를 각인시켜 나간 것이다.

이후 제품의 발전이 있은 후에도 해방자유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은 계속되었다. 1975년 유한킴벌리는 접착식 생리대인 핀이나 벨트가 필요 없이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신제품코텍스뉴후리덤(New Freedon)’을 시장에 선보였을 때에도 고도의 이미지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후리덤(freedom)=생리대'라는 이미지를 제시하여 생리대가 여성의 자유를 가져온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광고를 내세웠고 제품 패키지 또한 보라색 포장지에 한글로 날아가는 폰트로후리덤이라 써놓았다. 한 눈에 봐도 커리어 우먼인 듯한 여성이 인쇄돼 있었다. 또한 뉴후리덤의 첫 광고 모델은, 그 당시한국이 낳은 슈퍼스타로 불렸던 윤복희였다. 자유로운 여성, 활동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 뒤 유한킴벌리 광고모델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유분방한 커리어 여성상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유한킴벌리는 규제 속 제한적인 광고를 통하여 생리대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부끄럽고 불쾌하고 은밀한 여성들만의 용품에서 자유로운 여성, 활동적인 여성들의 필수품으로 생리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게 된 것이다.


생리대 마케팅의 변화와 현재

 1989, P&G라는 글로벌기업의 한국진출로 생리대 시장의 마케팅은 변화를 맞게 된다. P&G는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 개선으로 인하여 P&G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었지만 당시 유한킴벌리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뒤집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P&G는 모든 초중고 양호실에 샘플을 보내 학생들에게 나눠주도록 하였고 P&G는 산간벽지 학교까지 샘플을 쏟아내며 판촉에 열을 쏟았다. 위스퍼를 써 본 사람들이 늘어나면서위스퍼가 너무 좋다” “피부에 잘 맞는다” “돈이 없어 못 살 정도다라는 입소문이 슬금슬금 퍼지기 시작하면서 P&G는 유한킴벌리의 아성을 점차 무너뜨리며 시장 점유율을 넓혀갔다. 또한 1995 tv 광고 규제가 풀리면서 당시 세련된 이미지의 아나운서를 모델로 기용했다. 잘나가는 방송인을 모델로 삼아 오피니언 리더 여성이 쓰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 당시 생리대 마케팅은 판촉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과 광고를 통한 이미지 마케팅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현재의 생리대 마케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현재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인 화이트도 이와 같은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tv 광고로는 청순하고 깔끔한 여대생을 기용하여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새 라인 제품이 출시 될 때마다 무료견본을 전국 400개 중고교와 대학정문에서 2,000여 만개를 배포하여 사용 경험을 넓히는 마케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현재의 생리대 시장의 마케팅을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거부당하고 규제 당했던 과거를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사회의 변화를 통한 규제의 완화 혹은 인식의 변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품 마케팅에 규제를 가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을 시도했던 기업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즈음부터 여성의 사회진출의 확대와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는 추세를 제품 이미지와 연결시켜서 제품의 거부감을 없앤 것은 마케팅의 힘이었다. 당시 진취적인 여성, 커리어 우먼에 대한 동경과 긍정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를 광고에 활용하여서 제품의 이미지를 변화시켰고 대대적인 판촉을 통한 제품 접촉을 늘임으로 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 그래서 규제를 완화시키는 사회적 배경을 회사자체가 마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 연인들의 터부, 피임기구


성인이라면, 아니 아직 미성년자일지라도 피임은 성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 중에 콘돔이라던가 배란조절형 피임약(경구피임약)’을 입 밖으로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인 피임 도구이지만, 한국이라는 사회 안에서는 하나의 터부로 인식되어 다소 언급하거나 접하기 어려운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한국에서 콘돔은 대형 마트, 약국,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자판기(특히 지하철 화장실 앞의 자판기) 등의 통로를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기에 몰래 그리고 급하게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브랜드이냐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런 이유 때문에 정확한 사용법 전달이 이뤄지지 않은 채 판매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먼저, 브랜드가 있는 콘돔 제조 회사라면, 조금만 신경을 써서 마케팅을 해도 콘돔 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파이는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도출할 수 있다. 동시에 콘돔 사용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면 콘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역시 유추할 수 있다. 이 때 전자는 콘돔 제조 회사가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하며, 후자는 궁극적으로 콘돔 마케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듀렉스를 통해 보는 콘돔 시장의 양지화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와 외국에서 각각 어떻게 콘돔에 대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 마케팅 범위나 채널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협소함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성관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듀렉스다. 듀렉스는 20대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대와 솔직하고 개성 있는 이미지로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듀렉스는 기존 국내 콘돔 회사와 다르게 제품을 시장의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들이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듀렉스tv광고를 통해 알아보자. 20대 젊은 커플이 집에서 데이트를 한다. 집 안에서는 남자가 쇼파, 침대, 탁자 및 등등에 콘돔을 급하게 숨기고 문을 열자 여자가 떨어뜨린 핸드백에서 나온 콘돔을 허겁지겁 주워담는다. 이전까지 tv 광고에 잘 등장하지 않았던 콘돔이 등장한 것이다. 

  한편 듀렉스는 가격 할인 프로모션도 자주 진행한다. 콘돔 제품군끼리 뿐만 아니라 마사지젤 (러브젤)과 같은 제품과 묶어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콘돔은 주기적으로 필요한 제품군이며 유통기한이 보통 5년 정도로 길기 때문에, 양을 늘려 가격을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은 효율적이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콘돔을 구매하기 쑥스럽다는 점에서 온라인 몰을 통한 프로모션은 꽤 효과적일 것이라 예상된다.

또 듀렉스는 타겟팅을 20대로 명확히 잡고 이를 활용하는 여러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듀렉스 트렌더즈(제품을 써보고 블로그 등에 홍보해주는)를 뽑는가 하면, 듀렉스가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친구를 SNS에 태그하여 추첨을 통해 듀렉스 콘돔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는 기존 다소 보수적이고 음성적이었던 콘돔 시장을 바이럴, 추천 홍보 등으로 양지화할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사실 20대들에게 듀렉스가 가장 잘 어필하고 있는 마케팅 수단은 바로 SNS 이다. 젊고 솔직하면서도 위트 있는 멘션을 통해 SNS 유저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듀렉스와 정자의 SNS 페이지가 랩 배틀을 하며 젊은이들의 흥미를 끌기도 하였다.

콘돔 마케팅의 미래

우리나라에서의 콘돔 시장은 듀렉스를 필두로 양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첫 발을 디디는 만큼 아직 조심해야 할 점들도 보인다. 듀렉스는 얼마 전 유명 아이돌 태연과 백현의 열애설 보도 후, 그들의 연애를 응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SNS 페이지가 팬들 사이에 논란이 되었고, 듀렉스는 결국 사과글을 올려야만 했다. 전보다 더 나아진 것은 맞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콘돔이라는 피임 도구는 터부시 되는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펀(fun)한 요소를 가지면서도 대중에게 반감을 살만 한 점들을 항상 진중히 검토해야 한다.

애필(愛必)’사례를 통해 콘돔 마케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생각해 보자. ‘애필이란, 2004년 한국 에이즈퇴치연맹에서 콘돔을 홍보하기 위해 콘돔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애필인 사람들이 사람 이름을 하루 아침에 콘돔으로 만들지 말라고 격렬히 항의했고, 결국 연맹은 보름 만에 애칭을 철회했다. ‘애필 사례는 단순히, 급격히,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콘돔을 긍정적이고 밝게 받아들여야 하는 대중들의 불쾌감과 거부감이 잘 보여진다.

그렇다면 과연 콘돔을 어떻게 밝은 곳으로 끌어 올려야 할까? 이에 대해 초반에 언급했던 내용에서 조금이나마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정확한 사용법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듀렉스의 경우 위트 있는 광고와 센스 있는 프로모션으로 콘돔을 적어도 관계 시 사용해야 하는 제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현재 유통되는 콘돔은 평균적으로 82%정도의 피임률을 갖는다. 이는 올바른 사용법을 지키지 않고 콘돔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제대로 알고 사용한다면 피임 성공률이 최고 98%에 달할 정도로 콘돔은 확실한 피임법이다. 바로 이 점을 근거로 하여, 콘돔 제조 회사는 올바른 콘돔 사용법을 알려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올바르게 사용하는 콘돔은 가장 완벽한 피임 도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동시에 콘돔이라는 것이 안전한 관계를 위한 필수품임을 소구해야 한다. (이부분이 일종의, 과학적 근거를 통한 도덕적 인식의 변환을 이끌어낸다는 부분임.. 이해 안되면 말해주세요!)

 

3. 중년 남성들의 터부, 발기부전 치료제


남자들이라면 지하철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집중하고 있을 때 아래 사진의 광고를 본적 있을 것이다.



이것을 보고 이런걸 누가 사?’ 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아직 젊거나, 혹은 젊지 않은데 그런 생각을 했다면 좋다, 훌륭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은 이러한 광고를 본다면 솔깃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50대 이상의 남성 중 10명 중 8명은 발기 부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한국비뇨기과협회, 2008). 발기 부전은 건강하고 활기찬 성생활을 저해하고, 부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의 자존심과도 같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는 출시 당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하철 화장실에서 광고하는 비아그라,씨알리스?

발기부전 치료제는 1998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되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출시 후 10년만에 전세계에서 무려 18억정이 판매되었다. 이 혁신적인 제품은 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릭스갈렌상도 수상하였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제품이 왜 지하철 화장실에서 조잡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과연 비아그라는 지하철 화장실을 주요 마케팅 통로로 사용한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 화장실에 핸드폰 번호와 함께 광고되는 비아그라는 사실 진짜 비아그라가 아닌 가짜 약이다.국내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광고가 금지되어 있는 품목이다. 따라서 비아그라,씨알리스라고 광고하는 것들을 주문하면 중국산 가짜 약을 받게 된다. 중국산 가짜 약은 건강에 해롭고 각종 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되지만 건강을 담보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또다시 드는 의문은 다음과 같다. 약국에서 사면 되지 왜 이런 곳을 통해 주문할까?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파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이미 언급되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으며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비싼 비아그라의 가격 때문이다. 특허 만료 전 비아그라는 1정에 12,00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대에 거래된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지만 발기 부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값싼 중국의 가짜 약이라도 구매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회적 인식이다. 주요 구매자인 중년 남성들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를 꺼려하고, 병원에 방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이들은 자신이 이러한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중국산 가짜 약을 구매한다.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는 어떻게 마케팅을 진행할까?

음지에서 활발하게 가짜 약을 광고하는 것과 달리 정식 발기부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는 광고를 할 수 없다. 그래서 B2C가 아닌 B2B, 즉 일반 의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마케팅 방법은 일반의를 대상으로 세미나,포럼같은 것을 개최하거나, 영업 사원들이 일일이 찾아가서 로비하는 방법 등이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매출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고객이다.

 

최근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상황 및 마케팅 전략은?

비아그라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정작 비아그라는 국내 판매 1위가 아니다. 과거 비아그라는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 1위였다. 그러나 20125월 특허가 종료되면서 40여개에 달하는 제너릭 약이 쏟아져 나왔고 5개월 만에 매출은 반 토막이 났으며, 현재는 3위까지 점유율이 밀렸다. 현재 국내 1위는 시알리스이고, 2위는 한미약품의 팔팔정이다. 이들이 어떻게 시장 1, 2위로 올라갔는지를 살펴보면 전문의약품이라 B2C 광고가 되지 않는 경우와 사회적 체면이 걸려있는 제품에서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시알리스는 제품의 기능성과 사용성을 강조하여 비아그라를 넘어섰다. 시알리스와 비아그라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복용 시점이다. 비아그라의 경우 관계 전에 100mg의 약을 먹어야 효능이 발휘되지만, 시알리스는 매일 먹는 치료제의 개념으로 매일 5mg의 약을 섭취하면 된다.즉 관계 직전에 미리 급하게 먹을 필요 없이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생각해보자. 성관계라는 것은 언제 몇 시에 하자고 예약하는 것이 아니고, 급작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달아올랐는데 비아그라를 먹어야 한다면,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면 무드가 깨지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시알리스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싶은 남성의 심리에 적합한 제품이다.

한미약품 팔팔정은 가격 파괴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케이스이다. 팔팔정은 비아그라 약값의 13~16% 정도로 가격을 책정하였다. 거의 지하철 화장실에서 파는 가격만큼 가격을 낮춰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였다. 물론 출혈경쟁의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다른 제네릭 약품 업체들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추었고, 소비자들에게 가장 저렴한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정리하면 시알리스는 마케팅의 4P Product를 소비자들, 즉 남성의 심리에 적합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시알리스는 일반적인 치료제와 달리 5mg씩 매일매일 나누어 섭취하게 하여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성공적으로 변화시켜 성공할 수 있었다. 팔팔정은 Price를 대폭 인하하여 가장 저렴한 치료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고, B2C 광고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이러한 이미지는 쉽게 다른 업체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마케팅의 미래

발기부전 치료제 마케팅은 쉽지 않다. B2C 광고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남성으로서 드러낼 수 없는 치부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의미 있는 변화는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음지에 있던 소비자들이 점점 양지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격에 민감한 20~30대의 소비자군도 확대되었는데 발기부전 치료제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발기 부전에 문제가 없는 소비자들도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다.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때 제약 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우선 바이럴 마케팅이다. 광고가 금지되어 있는 현행법 상 결국 고객들의 입 소문이 구매 동기에 가장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어떤 약이 효능이 좋다는 소문이 돈다면, 소비자들은 해당 약을 처방해달라고 의사에게 요구할 것이고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블랙 마케팅 혹은 노이즈 마케팅이다. 팔팔정은 출시 초기에 업계 최저 가격이라는 것을 광고하는 포스터를 부착하였고 불법으로 한 달 간의 영업정지를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의도적인 블랙 마케팅이라는 의혹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업계 최저 가격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게 되어 점유율 2위로 등극할 수 있었다. 팔팔정 이외에 30~40개에 달하는 제너릭 업체들도 가격을 대폭 인하하여 판매 중이기 때문에 이들 업체 중에도 이런 블랙 마케팅의 효과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꽤 높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업체가 취할 수 있는 최적인 마케팅 전략이 무엇이 될 지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되는 시장이다. 이들 업체의 마케팅을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최악의 상황인 사회적 규제 및 부정적 인식 상황에서 최선의 묘안이 무엇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에 관련된 것들은 지나칠 만큼 정보가 막혀 있다. ,고등학교 때 받는 성교육은 실제로 쓸모가 있겠나 싶을 정도로 틀에 박혀 있고 피상적인 정보만을 제공한다. 콘돔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20대의 성인 남녀가 놀라울 정도로 많다는 것만 보아도 한국 사회에서의 이 얼마나 가까이 있으면서 배척당하는 이중 잣대에 놓여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대부분 성에 관련된 단어들은 입밖으로 꺼내기조차 꺼려지며 민망함을 불러일으킨다. ‘과 관련된 발언에 보수적이고, 관련된 제품에도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들 제품은 최소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에게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터부에 막혀 있다. 나머지 제대로 된 정보도 얻기 힘들고, 제대로 된 사용법도 알기 어렵다. 지금 당장 이 제품들 모두를 양지로 끌어올려 방송 3사에서 보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 생리대 광고가 남성들의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현재로서 납득 불가능한 이유로 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tv광고를 탈 수 있게 되었듯 터부시되는 제품이 좀 더 양지로 올라오는 것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들이 최소한 어떤 제품들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나에게 가장 효과적일 지는 소비자로서 당당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