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이제는 '초코파이'가 오리온 초코파이만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코파이' 하면 오리온 초코파이를 떠올릴 정도로 큰 상품성을 지닌 오리온 초코파이. 1974년 4월 첫 출시 이후 35년간이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장수제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오리온의 제과부문 매출을 굳건히 지켜주는 큰 기둥이기도 하구요.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 장수 요소는 정말 많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편한 낱개 밀봉포장 형식이라는 점, 초코파이 특유의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식감과 맛, 간식 대용으로 어느 자리에서나 손색이 없다는 점 등 제품 자체의 제품력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품 기획은 마케팅의 한 부분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 점 보다는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장수 제품이 될 수 있었던 큰 원동력 중 하나인 휴머니즘 바탕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오리온 초코파이가 장수제품이 될 수 있었던 제일 큰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정(精)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오리온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가 매년 꾸준한 매출을 내며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자 롯데, 크라운 등 경쟁업체에서 유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별 차이 없는 맛을 지닌 롯데 초코파이 등이 시장에 출시되어 오리온 초코파이가 독점하던 초코파이 시장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 것이죠.
비록 많은 소비자들이 '초코파이는 그래도 오리온 초코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동질적인 제품력을 지닌 타사의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썩 달갑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리온은 정(精)이라는 가치를 직접적으로 초코파이에 담기 시작합니다. 고만고만한 초코파이들 사이에서 먹는 것과 관련된 것 이상의 가치를 처음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초코파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오리온 초코파이의 포지션을 굳건히 지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죠. 이는 그 이전부터 오리온 초코파이가 꾸준히 추구해오던 마케팅 전략 ('가족'을 중심으로한 프로모션 전략은 꾸준히 시행하고 있었습니다.)을 좀 더 날카롭게 다듬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공식 페이지에 있는 과거 TV-CF 모음 중, 켐페인과 관련된 것 두 가지.)
게다가 '정(精)'을 강조한 프로모션을 시작한 1996년 이전에, 1994년 '책걸상 바꿔주기' 켐페인을 통해 공익적 요소를 오리온 초코파이에 상당부분 담은 상태였습니다. 이는 정(精)으로 차별화를 시작한 오리온 초코파이의 마케팅 파급 효과를 '순풍에 돛 단격' 처럼 만들었습니다. 제품명까지 '오리온 초코파이 정(精)'으로, 정(精)을 포인트로 극히 부각시키려 합니다. 이전까지 누적된 마케팅 효과에 더해, 정이 한국인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남달랐기 때문에, 결국 다른 유사 브랜드의 침입에도 불구하고 오리온 초코파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굳건한 초코파이 시장을 지키게 됩니다.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상징'을 잘 활용한 정(精) 마케팅
'빨간색, 초코파이 모양 → 정(精) → 오리온 초코파이'로 이어지는 연상 공식에 오리온은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1996년 이후로 계속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고, 2002년 오리온 초코파이 패키지 리뉴얼때도 정(精)을 박스 겉면에 크게 써 넣음으로서 이러한 가치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꾸준히 '정(精) 하면 초코파이' 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했고, 이는 "둥근 정이 떴습니다~" 식의 카피라이트를 통해 표현되어 전달됩니다. 계속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제 오리온 초코파이는 단순한 초코파이가 아닌, '따뜻한 정(精)을 줄 수 있는 과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러한 점이 다른 브랜드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됩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 간식용으로 오리온 초코파이를 구매하고, 병원이나 보육원 등의 시설에 방문할 때 선물로도 오리온 초코파이는 인기가 많습니다. 각종 세미나나 행사 때 간식으로도 자주 쓰이고 있구요. 단순히 먹기 편리해서가 아니라, 오리온 초코파이가 지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이라는 가치가 무의식중에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기실 초코파이를 혼자서 먹기위해 사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나눠 먹기 위해' 사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리고 이런 휴머니즘을 밑바탕에 둔 가치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오리온 초코파이가 장수 제품이 되는데 정(精)을 강조한 것과 시장에서의 이러한 포지셔닝이 매우 효과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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