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않을 거예요.” 광고 속 이 대사를 기억하는가? 이 대사는 2005년 SK-Ⅱ 페이셜트리트먼트에센스 광고 속 김희애의 대사이다. SK-Ⅱ의 이광고에는 현란한 영상미도, 아름다운 배경도, 그 흔한 BGM도 없다. 단지 에센스를 써본 후의 느낌을 담담하게 말하는 김희애와 에센스, 그 둘이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이 광고 이후 에센스는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 대사는 김희애와 SK-Ⅱ를 연상케 하는 대표 광고카피가 되었다. 이렇게 제품 사용자의 체험담을 전달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신뢰와 친근감을 높이는 마케팅 기법을 테스트모니얼 마케팅(testimonial marketing)이라고 한다. SK-Ⅱ는 당시 천편일률적인 화장품 광고업계에서 테스트모니얼 광고 기법을 새롭게 도입해 소비자에게 신선한 충격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이러한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 무엇인지, 또 그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지향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란?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란 제품 사용자의 체험을 통해 일반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테스트모니얼(testimonial)이란 ‘호감의 표현’ 또는 ‘추천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을 부각하여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사용한 후 체험담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마케팅으로, 증언마케팅 또는 증언광고라고도 한다. 이렇게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은 사용자의 경험담을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신뢰감과 친근감을 쉽게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기에는 유명인들을 주로 광고 모델로 내세웠으나, 근래에는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소개하는 정보를 더 신뢰감 있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광고모델들은 대부분 과장된 표현을 자제하고 1인칭 시점에서 실제 광고를 보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듯 제품 사용소감을 담담하게 전달하게 된다. 이러한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은 생각보다 일상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적는 감상평,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작성하는 구매후기나 리뷰 또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는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의 꾸준한 강자, SK-Ⅱ
SK-Ⅱ는 일본 화장품업체 막스팩터(Max Factor)가 1976년 개발한 화장품 브랜드다. 미국 P&G가 1991년 막스팩터를 인수한 뒤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에는 2000년에 진출했는데, 고가정책을 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급격한 상승세를 그려 단시간에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상위를 차지했다. 비록 현재는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와 폭리 논란이 겹치면서 주춤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화장품 브랜드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렇게 SK-Ⅱ라는 해외브랜드가 기존 탄탄했던 국내브랜드를 제치고 단시간에 최상위로 올라 갈 수 있었던 데에는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 크게 한 몫 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SK-Ⅱ는 국내 화장품 광고 업계에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을 새롭게 도입한 후 꾸준히 테스트모니얼형식의 광고를 유지하고 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의 김희애뿐만 아니라 임수정, 유지태, 이연희 등의 모델을 내세워 단순한 배경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난 후 느낀 점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나날이 달라지고 화려해지는 화장품 광고 업계 속에서 이렇게 담백한, 어쩌면 심심할 수도 있는 광고가 여전히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테스트모니얼 마케팅만이 줄 수 있는 강력한 신뢰감이 그 해답일 것이다. SK-Ⅱ 광고 속의 스타들은 일관적으로 심플한 옷을 입고 심플한 배경 속에 앉아있다. 배경음악 또한 없다. 그러나 카메라를 쳐다보며 마치 TV 밖의 소비자와 대화하듯이 나긋나긋하게 속삭인다. 카메라 속 그들의 피부는 정말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그들의 손에는 항상 SK-Ⅱ의 제품이 쥐여져 있다. 한 병을 다 쓰기도 전에 피부가 달라졌다고 하는 그들의 말이 어찌 유혹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테스트모니얼 광고의 강자였던 SK-Ⅱ는 그에 안주하지 않고 같은 광고 기법 안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유명배우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직접 광고에 등장시켜 제품을 사용 후의 피부변화를 얘기하기도 하고 객관적인 제 3자라고 느껴지는 사람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 좋은 예가 포토그래퍼 조세현이 등장하는 2012년의 SK-Ⅱ 광고이다. 이 광고는 포토그래퍼 조세현이 배우들과 작업하는 모습을 흑백화면으로 담담히 보여준다. 그 중 SK-Ⅱ의 대표모델 중 한 명인 임수정과 작업하는 모습이 나온 뒤 그는 인터뷰를 한다. 많은 여배우들과 작업을 하지만 한결 같이 변함없는 정체성을 가진 여배우는 임수정씨 인 것 같다며 그녀의 정체성 중 하나로서 변함없는 피부를 칭찬한다. 이 광고에는 SK-Ⅱ 제품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임수정의 피부도 강조 되지 않는다. 단지 조세현의 인터뷰 장면이 끝난 후 SK-Ⅱ 로고 하나만이 등장할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2008년부터 꾸준히 SK-Ⅱ 모델로 활동한 임수정의 피부가 어떠한지 잘 알고 있다. 그녀가 광고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수백 명의 여배우를 본 유명 포토그래퍼가 그 중에서도 특정 여배우의 피부를 단연 최고로 뽑았다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배우가 쓰는 제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달려가고 있지 않을까? SK-Ⅱ는 이렇게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 어떤 식으로 활용 될 때 그것이 주는 ‘진정성’이 증폭되는지 잘 알고, 이를 백분 활용해 넘쳐나는 화장품 업계에서 상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테스트모니얼 마케팅계의 새바람과 지향해야 할 점
혹시 최근 SNS에서 예쁜 여자들이 까만 대리석을 닮은 동그란 비누를 들고 찍은 사진을 본적이 있는가? 그것은 바로 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의 천연비누 ‘매직스톤’이다. 요즘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매직스톤 구매 인증사진이 유행이 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매직스톤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200여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오고, 포털 검색창에 매직을 입력하면매직스톤과 관련된 검색어가 상위에 포진되어 있을 정도이다. 매직스톤을 판매하는 에이프릴스킨에 따르면 매직스톤은 출시 200여 일도 안돼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천연비누 시장에서 전에 없었던 성과라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성과는 소셜커머스와 홈쇼핑과 같은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자사 인터넷 매장 판매로만 이뤄낸 기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런 매직스톤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뒤에는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 있었다. 요즘 SNS를 하는 즐겨하는 사람들이라면 소위 말하는 ‘좋아요 스타’ 들의 매직스톤 사용 인증 동영상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에이프릴스킨은 매직스톤의 출시와 동시에 어떻게 새로운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에이프릴스킨은 SNS 일반인 스타들에서 해답을 찾았다. SNS 상에서 수 천명 이상의 팔로워를 지닌 일반인 스타들을 내세워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팔로워가 많은 일반인들에게 제품을 제공하고 그 제품을 사용한 후기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각자의 SNS페이지에 올리도록 하였다. 제품을 제공받은 일반인들은 직접 머리띠까지 착용하고 에이프릴스킨의 매직스톤으로 세안 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이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해 동영상에서 자세하게 이야기 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한 게시물들은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사람들은 너도 나도 자신의 지인을 태그하며 이 비누를 쓰면 이 사람처럼 될 수 있느냐는 댓글을 달았다. 이렇게 ‘SNS’와 ‘일반인 스타’를 이용한 에이프릴스킨의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은 성공적인 듯 보인다.
그러나 매직스톤이 ‘반짝인기’가 아니라 스테디셀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에이프릴스킨 관계자는 “이미 화장품 업계에 4~5개월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매출 확대를 이어가지 못한 제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며, “매직스톤이 이후에 어떻게 판매를 늘려가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지 여부가 결정 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이렇게 SNS에서 관심을 받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제품이 워낙 많기에 조금 더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매직스톤’ 을 검색하면 ‘매직스톤 부작용’ 과 ‘매직스톤 솔직후기’ 라는 단어 또한 연관 검색어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효능에 대해서 그것이 사실인지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이 지닌 몇 가지 숙제가 있다.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인 ‘신뢰성’과 ‘진정성’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제적인 제품의 기능과 효능이다.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을 적용한 광고에서 유명인 또는 일반인들은 이 제품이 얼마나 효과가 있고 좋은 지에 대해 마치 사실인양 이야기 한다. 이러한 광고를 신뢰하게 된 소비자들은 구매를 하겠지만, 실제로도 그러한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만약 광고 속 증언이 거짓임을 알았을 때, 제품력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느낄 때 소비자들은 그 제품에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테스트모니얼 광고 속 내용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테스트모니얼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이 광고 속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장기적으로 고객들을 꾸준히 끌어당길 수 있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Reference
테스트모니얼 마케팅 (Testimonial Marketing) , 두산백과
"SK-Ⅱ글로벌 부사장 “지난해 성장 못했지만 1등 브랜드 되겠다” "조선비즈 2014-02-17
“천연비누 ‘매직스톤’ 구매인증샷 화제… 매출도 쑥쑥” 조선일보 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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