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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Review/2013년

해외 비교광고에 비추어본 우리나라 비교광고

해외 비교광고에 비추어본 우리나라 비교광고

 

           한 아이가 자판기 앞으로 걸어간다. 아이는 자판기에 동전을 집어 넣고 코카콜라를 뽑는다. 아이는 또다시 동전을 집어 넣고 코카콜라 한 캔을 더 뽑는다. 두 개의 코카콜라 캔 위로 올라선 아이는 그제서야 펩시콜라 버튼에 손이 닿는다. 아이는 펩시콜라를 뽑은 뒤 유유히 사라진다.

 

 

 

 

 

 

 

 

 

 

 

 

 

펩시에서 만든 코카콜라와의 비교광고

이 광고를 보는 누구나 명백히 다른 이를 깎아내리는 의미를 가진, ‘발로 밟는행위를 통해 이 광고가 펩시광고에서 경쟁사인 코카콜라를 공격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광고주가 상품의 특징을 그 제품 군에 속하는 다른 경쟁상품들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비교하여 제시하는 광고비교광고라고 칭한다. 영원한 라이벌인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는 이러한 종류의 비교광고를 만드는 것이 거의 전통으로 굳혀졌다. 뿐만 아니라 패스트 푸드계의 양대산맥인 버거킹과 맥도날드 역시 서로를 공격하는 비교광고를 오래 전부터 만들어온 바 있다.

펩시의 코카콜라와의 비교광고. 코카콜라 직원이 코카콜라 캔에 펩시 콜라를 담아 마시고 있다.

코카콜라의 펩시와의 비교광고. 쓰레기통에 다 마시고 버린 코카콜라 캔이 가득한데 비해 펩시콜라 캔은 하나밖에 없다.

버거킹에서 만든 맥도날드와의 비교광고. 맥도날드의 마스코트인 로날드가 변장을 하고 버거킹에 가서 주문을 하고 있다.

▲ 맥도날드에서 만든 버거킹과의 비교광고. 매일 친구들에게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빼앗기는 아이가 감자튀김을 버거킹 봉지에 담고나니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다.

위 광고들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의 비교광고는 직접적으로 경쟁사 브랜드의 상표를 노출시키는 등, 상당히 직접적이며 공격적이다. 비교광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디스광고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표현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위트가 섞여 귀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늘날에는 쉽게 비교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통신사의 경우가 유독 심한데, 한때 Olleh KT에서 발로 뛰겠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적이 있었다. 이에 맞서 SK 텔레콤은 뛰는 서비스 위에 나는 서비스라는 문구를 광고에 사용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비교광고는 미국의 경우, 연방거래위원회에서 1972년부터 일찍이 비교광고를 허용했기 때문에 비교광고가 광고계의 큰 주류 중 하나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비교광고의 역사는 1995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 심의규정에 따라 비교광고를 허용했다. 이 당시에는 비교광고를 하려면 자사의 비교우위뿐만 아니라 약점까지 담아야 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비교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비교광고의 정당성 여부 심사기준이 되는 비교 표시 및 광고에 대한 심사지침을 완화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고 과장된 광고가 쏟아지자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2002 7 1일부터는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거나 결과에 바탕을 둔 비교 광고만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처럼 아무런 근거 없이 단지 타사의 브랜드를 직접 노출시켜 소비자들이 오해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광고들은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비교광고와 달리 은근하고 간접적인 비교광고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비교 표시, 광고에 대한 심사지침>
1. 비교 표시, 광고는 소비자에게 사업자나 상품에 관한 유용하고 정확한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행하는 것이어야 하며,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2.
비교 표시, 광고는 그 비교대상 및 비교기준이 명확하여야 하며 비교내용 및 비교방법이 적정하여야 한다.
3.
비교 표시, 광고는 법령에 의한 시험·조사기관이나 사업자와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조사기관에서 학술적 또는 산업계 등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방법 등 객관적이고 타당한 방법으로 실시한 시험, 조사 결과에 의하여 실증된 사실에 근거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LG그룹이 다양한 비교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먼저 LG전자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먼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문구의 광고를 만들자, 미국 컨슈머리포트지로부터 최고의 3D TV로 평가받았다는 것을 내세워 보라! 누가 하늘이고 누가 땅인지. 땅이 할 일은 2D, 하늘이 할 일은 3D’라는 문구의 광고를 만들었다. 한편 LG패션 해지스’(HAZZYS)에서는 굿바이 폴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비교광고 2편을 만들었다. 이 광고에서 LG패션은 자사 브랜드 해지스와 폴로, 빈폴을 비교했다. 이 비교광고를 통해 해지스의 매출이 20%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가 봐도 폴로와 빈폴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들이 해지스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본 외국의 비교광고와 우리나라의 비교광고를 비교해보면, 전자는 직접적임과 동시에 해학적인 반면 후자는 간접적이고 무조건적인 네거티브를 지양한다. 이는 광고 관련 법규와 사람들의 사고방식 차이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프스테드라는 학자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권의 경우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직접적이며 외연적인 성격을 띤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와 같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권에서는 비언어적이고 모호하며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선호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2012 대선에서도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직접적으로 네거티브하며 차별성을 강조했지만 여론은 오히려 박근혜 후보를 동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따라서 극단적인 비교광고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부정적 결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비교는 가장 자극적이고 효과적인 설득 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2위 기업의 입장에서 비교광고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열될 경우,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비교광고에서 명확한 비교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법규가 있는 경우,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dog fight이 벌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동서식품이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커피믹스 시장에서 남양유업은 자사의 제품이 카제인나트륨을 넣지 않고 무지방 우유를 넣은 유일한 커피 믹스라고 광고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흔들렸고, 알고보니 카제인나트륨은 우유에서 추출한 단백질원으로서 영유아식에도 들어갈 만큼 안전한 성분이었다. 사실상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은 카제인나트륨을 위험한 성분인 마냥 강조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결혼정보업계 선두를 다투는 듀오와 가연처럼 잘못된 정보를 담은 허위광고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케이스도 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자료를 회원 수에 관한 자료인 것처럼 가공하는 등 부당한 광고행위를 하여 두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비교광고는 관련 법규와 국민 정서의 영향으로 인해 해외에 비해 비교적 무거운 편이다. 해외의 맥도날드 vs. 버거킹과 같은 비교광고를 만든다면 법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어 무조건적으로 해외의 비교광고를 따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위의 남양유업과 듀오, 가연과 같이 특정 자료를 기업 입장에서만 유리하게 주관적으로 사용하여 다른 기업을 깎아내리는 행위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태도다. 현대사회의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똑똑해졌다. 이렇게 허위광고, 과장광고로 소비자들을 속이는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비교광고를 만들 때에 앞서 살펴본 LG패션의 비교광고와 같이 은유적으로, 보다 위트있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비교광고는 직접과 간접 사이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